민주 "민생 위한다면 국회로"… 한국 "패스트트랙 강행 사과부터"
  • ▲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20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호프집에서 '맥주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오신환 바른미래당,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뉴데일리 DB
    ▲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20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호프집에서 '맥주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오신환 바른미래당,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뉴데일리 DB
    여야 3당이 국회 정상화를 위한 선결조건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협상이 난항에 빠졌다. 더불어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사과나 유감 표명을 전제로 한 국회 정상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경 모드로 돌아서면서 경색국면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선거제·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 강행처리를 놓고 사과나 유감 표명을 요구했다. 양측이 맥주회동을 갖고도 성과 없이 서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5월 임시국회마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23일 조속한 국회 정상화의 필요성을 부각하면서 한국당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거듭 촉구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지금 상황에서 자신의 주장만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일"이라며 "일방적 역지사지는 현 시점에서 가능하지도 않고, 진실하지도 않다"고 한국당을 압박했다.

    이어 "우리로서도 할 말이 없지 않지만, 그것을 뒤로 하고 시급한 민생과 경기 대응을 위해 나선 협상길이었다"며 "한국당이 민생을 위해 장외로 나섰다면 민생을 위해 주저 없이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고 밝혔다. 

    박범계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국당이 패스트트랙의 철회를 요구하는 것 같은데, 그건 민주당 문 닫으라는 말씀인 것 같다"며 "국회 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킨 불법 속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아서 이뤄낸 패스트트랙이기 때문에 철회할 수 없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민주당은 추경 시정연설(27일), 상임위원장 교체를 위한 본회의(30일) 등의 시간표로 5월 국회 소집을 추진하나, 여야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패스트트랙 처리 사과나 유감 표명을 전제로 한 국회 정상화는 안 된다'는 강경론에 힘이 실렸다. 여기에 더해 '시간에 쫓겨 원칙을 저버린 국회 정상화는 안 된다'는 당내 기류가 의총을 통해 확인된 만큼 민주당이 협상에서 '밑지는 장사'를 하면서까지 5월 국회에 집착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국당 "답 못하는 與 의원들, 펭귄이냐"

    반면 한국당은 "국회 정상화에 답 못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프로필 사진을 펭귄으로 바꿔라"라고 비난했다.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답을 맞히지 못하면 3일 동안 SNS 프로필 사진을 펭귄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이슈"라고 전제한 뒤 "이인영 원내대표는 답을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은 오직 야당 탓만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날 '사과는 없다'는 민주당 의총 결과에 대해 "사실 여당이 여당이기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라며 "여당이 아니라 야당 같은 여당의 길을 가려 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민주당과) 언제든지 만날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 현재 여당 내부 사정을 보면 어렵지 않나 하는 걱정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처리 문제에서 강경한 견해를 누그러뜨리지 않는 이상 국회 정상화 협상에 진전은 없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민주당과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중으로 만나 견해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를 위해 거대 양당이 한 발씩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정책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고소고발 취하도 못하고 조건 없이 들어오라는 건 사실상 (한국당에) 백기투항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야당에 명분 주는 것도 집권당 몫인데, 민주당도 강 대 강으로 맞불을 놓으면 소모적 정쟁만 반복되고 출구를 찾기 어려워진다”고 일침을 가했다.

    오 원내대표는 이어 "각 당 내부의 백가쟁명식 요구를 모두 담을 수 없으니 전권을 가진 원내대표 간 담판으로 국회 정상화 문제를 풀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