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기반 이민정책’… 연 110만 합법 이민자 중 고급인재 비율 12%→ 57% 대폭 상향
  •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새 이민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美백악관 홈페이지 공개영상 캡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새 이민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美백악관 홈페이지 공개영상 캡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민정책 개혁안을 발표했다. 미국 시민권을 가진 사람이 가족을 데려오는 이민은 대폭 줄어든다. 추첨을 통해 영주권을 주던 제도는 사라진다. 대신 고급 기술자나 전문직 이민은 문호를 대폭 넓히겠다고 밝혔다.

    CNN과 BBC 보도에 따르면 ‘능력 기반 이민정책’은 합법 이민자를 연간 110만 명으로 유지하되 미국 시민권을 가진 가족의 초청으로 영주권을 얻는 비율을 전체의 66%에서 33% 수준으로 대폭 축소하고, 추첨이민제를 폐지하는 대신 고급 인력과 재능 있는 사람들의 비중을 기존의 12%에서 57%로 대폭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다.

    백악관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오후 2시35분(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민정책 개혁안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매년 110만 명의 이민자가 미국 영주권을 얻는데, 이들에게는 평생 미국에서 생활할 권리와 함께 5년 뒤에는 시민권을 얻는 길이 열리게 된다”며 “미국 시민권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순전히 운으로 미국 영주권 얻는 건 문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합법이민자 가운데 66%는 미국 시민권을 가진 가족의 초청을 받은 사람들, 나머지 21%는 인도주의적 이유에 따라 추첨으로 미국 영주권을 얻는다. 불과 12%만이 고급 기술이나 훌륭한 능력을 바탕으로 이민 온다”면서 “이렇게 미국 영주권과 시민권 취득을 순전히 운에 맡기다 보니 전 세계에서 미국으로 오려는 수많은 인재들에게는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엉망인 이민정책 때문에 매년 미국 영주권을 받는 사람 대부분이 저임금 저숙련 노동자들로 미국 저소득층의 일자리와 복지혜택을 빼앗는 현상을 초래한다”면서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은 이민자의 60~75%가 고급 인재”라며 미국도 이런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리석은 규칙을 따르는 지금의 이민체계 때문에 우리는 의사, 연구원, 명문학교에서 수석으로 졸업한 학생 같은 세계의 우수한 인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미안하지만 귀국하라’고 종용한다”면서 “캐나다의 경우는 수많은 최고의 인재를 받아들이는데 미국은 그렇지 못하다”고 한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수한 인력의 이민이 어려운 탓에 미국에 있던 기업들은 다른 나라로 사무실을 옮긴다”면서 “미국은 천재와 총명함을 냉대한다”고 현 이민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자신의 새 이민정책으로 이런 상황을 최대한 빨리 뒤집겠다고 역설했다. 앞으로는 우수한 인재들이 학업이나 연구를 마친 뒤 미국에 친척이나 후원자가 없다는 이유로 강제 귀국하는 사례를 최대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고급 인재 이민 시 가족들에게도 영주권 부여

    그는 “앞으로 합법 이민자 가운데 고급 인력 비중을 57%로 확대할 것”이라며 “이들은 미국에 엄청난 경쟁력을 선사하며 사회를 바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급  인력으로 미국에 오는 인재들에게는 그들의 아내와 아이들도 즉각 미국인이 되도록 만들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급 인재 이민 확대와 함께 강조한 다른 한 축은 국경안보 강화였다. 그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합법적 절차를 통해서만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들어, 마약 밀매나 인신매매, 밀입국, 불법체류자 문제로 인해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새 이민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몰려드는 무자격 이민자들을 막아 미국인들의 임금이 깎이지 않고, 복지혜택이 줄지 않고, 치안질서가 확립되도록 만들어 선량한 사람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새 이민정책이 발표되자 극좌성향의 민주당 초선의원 일한 오마르 등은 성명을 내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