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최고위 회의… "올드보이 청산" "용단 내려라" 손학규 마주보고 압박
  • ▲ 바른미래당 1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 모습. 왼쪽부터 하태경 의원, 손학규 당대표, 오신환 원내대표. ⓒ박성원 기자
    ▲ 바른미래당 1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 모습. 왼쪽부터 하태경 의원, 손학규 당대표, 오신환 원내대표. ⓒ박성원 기자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들이 17일 열린 회의에서 집단적으로 손학규 대표의 퇴진을 촉구했다. 손 대표 면전에서 이뤄진 직설적 사퇴 요구였다. 오신환 원내대표도 합세했다. 

    한 달여 만에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였다. 지난달 8일 권은희·이준석·하태경 최고위원 등은 손 대표 재신임투표를 원한다며 ‘당무 보이콧’을 선언했다. 새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는 그러나 당 대표에 대한 최고위원들의 집단적 항거로 이어졌다. 

    오 원내대표는 “당과 후배를 위해 (손 대표가) 용단을 내려 달라는 게 원내대표선거가 보여준 민심”이라며 “당 전체가 큰어른으로서 용단을 내려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전날 손 대표가 원내대표선거와 관련 “수구보수의 계파패권주의의 결과”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즉각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오 원내대표가 전면에 나서자 손 대표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이어 발언에 나선 하태경 최고위원은 발언 전, 손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임명할 것으로 알려진 임재훈 의원과 잠시 신경전을 벌였다. 실상은 손 대표를 겨냥한 것이었다. 

    하 의원은 회의에 배석했던 임 위원에게 “동료 의원이긴 하지만 지금은 최고위 회의시간이니 나가 달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배석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이라면서도 서둘러 임 의원을 내보냈다. 

    하태경 “올드보이 수구세력 청산 위해 돌아왔다”

    하 의원은 “올드보이 수구세력을 청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해 최고위에 돌아왔다”며 “오신환을 지지한 의원들을 패권주의자로 지칭하는 것을 듣고 놀라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손 대표의 어제 말씀은 내 말을 안 듣는 사람은 다 수구보수이자 분열세력이라고 선전포고한 것”이라며 “이번 원내대표선거는 손학규 대표의 탄핵을 의결한 선거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심을 논하겠다면 (손 대표 재신임) 당원 총투표를 통해 확인하자”고 덧붙였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전날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주장한 ‘손학규 대표의 유승민 축출 계획설’을 언급 “사실이라면 해당행위를 넘어 중대한 정치적 도의를 저버린 것”이라며 “허위사실이라면 법적 대응을 포함한 강경대응을 해달라”고 회의 참석자들에게 요청했다. 

    권은희 최고위원도 “당의 화합을 주도해야 할 대표가 입만 열면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며 가세했다. 권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수구세력’ 발언이 “해당행위”라고 주장했다. 

    권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정치적 목표인 ‘개헌’과 관련 “당권을 잡고 ‘제7공화국’을 꿈꾸겠지만, 우리의 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 원내대표와 마음을 맞춰 당을 활성화할 수 있는 사람을 사무총장과 정책위 의장에 선임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손 대표가 임명한 문병호 지명직 최고위원이 유일하게 손 대표를 두둔하고 나섰다. 주승용 의원은 중간에 퇴장했다. 

    문병호 “우격다짐으로 대표 몰아내선 안돼”

    문 최고위원은 “대표는 당원들이 뽑은 것이지 국회의원들이 뽑은 것이 아니지 않으냐”며 “우격다짐으로 대표를 몰아내서는 안된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은 대표에게 권한을 많이 부여한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라며 “인사권 역시 최고위 의결사항이 아니라 협의를 해서 대표 뜻대로 하는 것이 우리 당론”이라고 주장했다. 

    손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측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 원내대표는 “27% 정도의 당원들의 지지로 뽑힌 당대표가 당을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민주적 정당이냐”며 “당 의원들도 제가 제1의 공약으로 내세운 지도부 전환에 동의했기 때문에 내가 선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신환, ‘손학규 아바타’ ‘손학규당’ 등 강경발언

    오 원내대표는 이어 “손학규 아바타들을, 대표가 누구나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지명할 수 있다면 이 당이 손학규당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비공개 회의 후 손 대표는 “사퇴 안 한다”며 “(지도부 임명은)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 협의는 하겠지만, 당대표에게 임명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권한을 행사하겠다”고도 말했다.  

    "손학규 대표가 민주평화당 의원들과 만나 영입을 꾀했다"는 박지원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박 의원은 바른미래당을 흔들려는 발언을 삼가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오 원내대표 등 퇴진을 요구하는 측은 ‘구체적인 단체행동’으로 손 대표를 압박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의원의 발언의 진위를 가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손 대표의 독단적 의사결정 논란을 부른 문병호·주승용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철회 안건을 최고위에 올린다는 방침이다. 

    또 손 대표가 이날 ‘철회’를 선언했지만, 지난 3일 현 지도부 퇴진과 유승민-안철수 공동체제 출범을 요구한 13명의 당직자를 해당행위로 해임한 조치를 최고위 의제로 올려 적법성을 가리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