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협상과 협상학(32)… 대북지원 어떤 이익이 있는지, 정부가 숫자로 설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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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물음은 테러리스트나 독재국가와 협상 때마다 종종 반복되는 논란이다. 2차 세계대전 초 영국의 처칠 수상은 전임 체임벌린과 달리 히틀러와 평화협상을 거부를 했다. 지금 보면 당연한 선택이었지만 당시에는 국내 협상론자들의 반발이 컸다. 

    17년 전 미국은 이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거론하며 협상을 거부했지만 지금은 강온양면책을 구사하며 협상을 병행하고 있다. 하버드 로스쿨의 협상연구소(PON)에서는 현실론을 들며 ‘그래도 협상을 해야 할 때’ 네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예상수익과 비용은 체계적으로 분석할 것, 둘째 다른 사람에게 충고를 구할 것, 셋째 협상을 위해 예측하되 제대로 예측할 것, 넷째 도덕적 직관으로 실용적 평가를 비웃지 말 것이다.

    최근 이란과 북한에 대처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방식 역시 네 가지 원칙에 완전히 부합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비용 분석과 실용적인 면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란의 경우에는 항모까지 파견하며 무력충돌을 준비하는 반면 북한은 오히려 두둔하는 모습도 보인다. 전자는 미국 이해에 직접적인 원유 수송의 문제가 크고, 후자는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만 하지 않는다면 미국에 직접적인 피해를 끼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평소 트럼프 대통령은 그 점을 공공연히 자랑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이다. 첫째, 예상수익과 비용 분석이 없다. 최근 북한에 쌀 지원을 포함해 ‘평화가 경제’라며 북한 지원 우선을 앞세우고 있다. 그러나 어떤 편익인지는 숫자로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 둘째, 누구의 충고를 얻은 결정인지 불명확하다. 국내 야당의 동의 절차는 없고, 국제적으로도 지난 주 핵확산금지조약(NPT) 70개국은 북한에 말만 앞세우기보다 비핵화 우선 실천과 대화 복귀 요구 성명을 발표했다. 셋째, 하노이 협상 실패 이후 체제 안정을 위해 남한에 책임을 돌리는 언행과 미사일 도발은 충분히 예상했어야 했고 넷째, 공감 없는 인도적 지원이라는 도덕적인 모습만 반복되고 있어 우리 국민의 자존감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처칠의 리더십에서 배울 점

    해답은 2차 대전 당시 처칠의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 다수가 1차 대전 피로감으로 독일과의 전쟁을 피하고 싶어 하는 상태였고, 반대파도 있었지만 히틀러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비용을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로 설명했다. 다가올 고통에 대해서도 국민의 동의를 구했다.  그 리더십이 동맹국 미국과 소련의 참전을 끌어올 수 있었고, 유럽을 이미 장악한 강대국 독일을 상대로 승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우리의 상대 북한은 세계적으로 이미 악의 축으로 불리우는 국가이다. 핵개발을 3대에 걸쳐, 90년대 김대중 정부 때부터, 우리를 속여 온 국가이다. 내일 당장 우리에게 포격을 가한다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나라이다. 국민소득이 1천불도 되지 않지만 한번에 수천억이 드는 핵실험과 군비증강에 몰두하는 기이한 나라이기도 하다. 

    부시대통령처럼 아예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협상을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반면 미국 국익우선주의라는 확실한 기준를 갖고 있는 트럼프대통령의 판단에만 맡길 수 없다는 점도 틀림없다. 상대가 비상한 행동을 보인다고 우리까지 흔들릴 필요는 없다. 우선 기본원칙을 지키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위험을 숨기기보다 솔직한 현실 인식과 비장하게 협상에 임해야한다. 처칠 수상처럼 국민의 동참과 함께 국제사회의 도움도 얻어 낼 수 있다. 우리의 상대는 비록 악마일지 모르지만 히틀러처럼 유럽대륙을 호령했던 강대국도 아니다.

    / 권신일 前허드슨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