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진보 성향… "특정 성향 편중, 사법부 독립 문제로”
  • ▲ 현재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중 6명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정상윤 기자
    ▲ 현재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중 6명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정상윤 기자
    ‘낙태죄, 헌법불합치.’ (4월 11일 헌법재판소 판결)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 규정해야.’ (6월 28일 헌법재판소 판결)

    문재인 정권 출범 뒤 나온 사회적 이슈에 대한 사법부 판결이다. 법조계에선 헌법재판소(헌재)·대법원 등 최고 사법기관의 구성원이 친정부 성향으로 바뀐 탓에 판결이 ‘진보적’ 색채로 바뀌었다고 입을 모은다. 특정 성향의 인물이 사법부를 장악한 상황에서 주요 판결에 대한 편향성이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현 정권 임기 내 남은 주요 판결도 ‘좌파 성향’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文정권 출범 후 헌재, 헌재 판결 뒤집다

    실제 헌재의 경우 지난해 9월 재판관 과반수가 진보 성향으로 바뀐 뒤부터 기존 판결을 뒤집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낙태죄 사건'이다. 헌재는 지난 4월 11일 형법 제269조 제1항 등 낙태죄 사건(2017헌바127)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실질적으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한 판결이었다. 당시 헌법재판관 9명 중 4명이 헌법불합치, 단순위헌 3명, 합헌 2명 의견을 냈다.

    이 판결은 2012년 8월 낙태죄(사건번호 2010헌바402) 처벌을 합헌으로 본 헌재 판단을 뒤집은 것이라서 법조계에선 논란이 일었다. 구성원에 따라 다른 판결이 나온다면 '법치'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심리에 참여한 재판관 8명 중 4명(김종대·민형기·박한철·이정미)이 합헌, 4명(이강국·이동흡·목영준·송두환)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재판관은 진보 성향 4명(송두환·김종대·목영준·이정미), 보수 3명(박한철·이동흡·이강국), 중도 1명(민형기)으로 분류됐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 등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사건(2011헌바379)도 마찬가지다. 헌재는 지난해 6월 28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해야 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관련 조항에 대해 6명이 헌법불합치, 3명이 각하 의견을 냈다.

    헌재는 지난 2011년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2008헌가22)에 대해서는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해당 법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7명(김종대·민형기·이동흡·목영준·박한철·이정미·조대현)이 합헌, 2명(이강국·송두환)은 한정위헌 의견을 냈다. 진보 성향의 조대현 재판관을 포함해 당시 헌재는 진보 5명, 보수 3명, 중도 1명이었다. 2011~2012년 헌재 재판관은 박한철·이정미를 제외하고는 참여정부 시절 임명된 인물이었다.

    진보 6명, 중도 2명, 보수 1명… "균형 무너졌다"

    헌법재판관은 헌재소장을 포함해 모두 9명이다. 헌법재판관 추천 몫은 대통령이 3명, 국회 교섭단체 대표(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가 각각 1명씩, 대법원장 3명이다. 언뜻 보면 행정·입법·사법 등 삼권분립을 위한 구조처럼 보인다. 하지만 헌법재판관 임명에는 대통령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현 정권에서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장은 '좌파 성향'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이석태(66·연수원 14기)·이은애(53·연수원 19기) 재판관을 추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헌법재판관 역시 좌파 성향이다. 유남석(62·연수원 13기) 헌재소장과 문형배(54·연수원 18기) 재판관은 우리법연구회, 이미선(49·연수원 26기) 재판관은 우리법연구회의 후신 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유 소장은 2017년 11월 11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지난 4월 19일 각각 임명됐다.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은 정당 성향에 맞는 인물로 낙점됐다. 민주당은 좌파 성향의 김기영(51·연수원 22기) 재판관을, 한국당은 보수 성향의 이종석(58·연수원 15기), 바른미래당에서는 중도 성향의 이영진(58·연수원 22기) 재판관을 추천했다. 이들은 모두 2018년 10월 18일 임명됐다. 성향에 따라 분류하면 4월 19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임명된 뒤 현재 진보 6명, 중도 2명, 보수 1명이다. 위헌을 결정하려면 총 9명 중 6명 이상이 동의를 해야 한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임명되기 전에는 진보 4명, 중도 2명, 보수 3명이었다. 이때에도 일부 중도 성향의 재판관이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 사건에 대해 전향적 판단을 내렸다. 향후 헌재 판단이 더욱 편향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법조계 “사회 갈등 오히려 커질 수도” 

    한쪽으로 치우친 법관 성향 탓에 법조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법무법인 ‘로고스’ 여상원 변호사는 사실관계 인정 여부는 판사 성향에 따라 다르지는 않으나, 법령 해석에 대해서는 이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여 변호사는 “진보 쪽 인사들이 (사법부에) 많이 들어가면 사회 통합보다는 오히려 분열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을 형해화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우려가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사례 중 하나로 ‘국회 사·보임’ 논란이 언급됐다. 그는 “(진보 성향으로 구성된) 헌재는 지금 사·보임과 관련된 국회법 조항에 대해 결정을 안 내리는데, (국회 사·보임 논란은) 명백하게 위법이고 법조인이라고 하면 다 위법이라고 한다”고 했다. 

    ‘변호사우인식법률사무소’의 우인식 변호사는 “(우리법연구회 등이) 법원 안에서 순수하게 학문을 연구하는 모임이라고는 하는데, 모임의 성격이 (학문연구에서) 변질됐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더구나 재판관, 대법관은 중요한 지위인데 특정 연구회 모임에서 다수 배출된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광화’ 박주현 변호사 역시 특정 성향을 지닌 인물이 사법부를 장악하는 행태가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맞지 않다는 데 동의했다. 

    대법원도 진보 성향 일색 

    대법원 내 다수도 좌파 성향의 대법관들이다. 지난 2017년 9월 제16대 대법원장에 취임한 김명수(60·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대법관 13명(조희대·권순일·박상옥·이기택·김재형·조재연·박정화·안철상·민유숙·김선수·이동원·노정희·김상환) 중 우리법연구회 출신은 노정희·박정화 대법관이다. 김상환 대법관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법관 내 두 연구회 출신은 지난해에만 2명이 늘었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 헌법 제103조, 사법부 독립과 관련된 조항이다. 헌법재판관·대법관은 법과 판례에 따라 공정하게 판결해야할 의무가 있다. 현 정권 출범 이후 특정 성향의 법관이 과반수를 차지한 상황에서 이들의 판결을 일반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