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예타, 서비스산업발전법, 국가원수모독, 독단인사… 뻔뻔한 '내로남불' 시리즈
  •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말 바꾸기’ 행태가 괄목할 수준이다. 야당시절 ‘반대’하던 정책을 ‘찬성’하는 등 자신들이 질책하던 당시 여당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사례가 늘었다. 사회간접자본(SOC)정책 관련 등 정책사안부터 국가원수 모독에 대한 견해까지 ‘표변’ 사례는 다양한 분야에 걸친다. 최근 제 1야당의 장외투쟁을 야기한 인사문제에 대한 견해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① "예타 없다" 비난하더니 24조 예타 면제

    이달 초 문재인 정부는 ‘SOC사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문턱을 완화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예타 통과의 최대 방어막이던 경제성 및 지역균형발전 평가항목 비중을 축소하거나 삭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개편안에 따르면 최대 1년7개월이 소요되는 예타 작업이 최대 1년으로 줄 수 있다. 수도권‧비수도권에서 대규모 예산 투입 사업 추진이 더욱 원활하도록 기준을 완화한 셈이다. 문 정부는 지난 1월에도 24조원 규모의 23개 국책사업의 예타를 무더기로 면제한 바 있다. 

    민주당은 그러나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SOC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번번이 제동을 걸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 민주당은 총 22조원의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이 예타 없이 진행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그동안 경제파탄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총선을 앞두고 ‘민심용 정책’을 쏟아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SOC 사업을 ‘토건 삽질’이라고 비난하던 이 정권이 생활SOC라면서 48조원을 쓴다고 한다”며 “국가 예산을 선거용 선심정책에 퍼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이런 막대한 예산은 결국 국민, 특히 청년층 등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돌아와 우리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② '470조 슈퍼예산' 쓰기도 전에 추경 꺼내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슈퍼예산이라는 470조원을 제대로 쓰기도 전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꺼낸 데다 민주당이 야당시절 대규모 토목예산을 그렇게 비판해 놓고는 48조원의 SOC 계획을 내놨다”며 “23개 지역 SOC 사업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한 지 불과 세 달 만에 내놓은 것으로,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재정만능주의에 기대 임시방편 처방만을 하는 건 바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정책 전면적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금을 쏟아도 언 발에 오줌 누기일 것”이라고 일갈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반대하더니 재입법  

    7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도 마찬가지다. 

    서발법은 박근혜 정부 집권 초기인 2012년 9월 ‘내수기반 확충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정부입법했다.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 의료·교육·관광/레저·정보통신서비스 등의 규제 개선과 자금·조세 감면 등을 위한 법적 근거를 추진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에 대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은 해당 법안이 ‘의료 영리화’의 초석을 다지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정부입법의 서발법은 의료‧교육‧관광을 영리화해 공공성을 무너뜨리고 돈벌이 수단으로 삼기 위한 포괄적 규제완화법”이라는 게 당시 야당의 주장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이후 2015년 2월과 6월 법안 수정을 거듭하며 입법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보건의료의 공공성과 관련되는 분야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조문 등이 추가됐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지난해 8월 김정우 민주당 의원이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한 '서발법'을 재입법했다. ‘보건의료 부문을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었다. 보건의료 부문이 해당 법안 통과의 주요 쟁점이기는 했지만 7년간 뚜렷한 묘책 없이 반대를 거듭하던 민주당이 급작스레 서발법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지적이다.  

    ‘국가원수모독죄’는 ‘내로남불’의 전형 

    정책에 대한 말 바꾸기뿐만이 아니다. 자당이 야당이던 시절에는 정권에 대한 강도 높은 막말을 서슴지 않았으면서도 현 야당이 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면 ‘윤리위 제소’부터 꺼내든다. 현행법에 없는 ‘국가원수모독죄’까지 내세웠다. 

    앞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12일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표현하자 민주당은 다음날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윤리위에 제소한 바 있다. “대한민국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죄”라는 게 민주당의 공식 견해였다.  

    하지만 양승조 당시 민주당 의원(현 충남도지사)은 2013년 12월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도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반발을 샀다. 새누리당이 해당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하자 ‘독재적 발상’이라며 “국정의 동반자인 야당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정치를 보여 달라”며 반발했다.  

    ‘독단인사’ 비난하더니 '독단인사' 강행

    이에 더해 최근에는 인사문제까지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당시 ‘수첩인사’ ‘독단인사’라는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위장전입’ ‘막말’ ‘정치색’ 등을 문제 삼으며 박근혜 정권 인사 시스템에 때마다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위장전입’ 의혹에 휩싸인 조명래 환경부장관, ‘SNS 막말’ 논란이 제기된 김연철 통일부장관, ‘주식부자’ 오명을 쓴 이미선 헌법재판관 등 무려 15명에 대한 장관급 인사를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강행했다. 집권 2년 만에 박근혜 정부의 10명을 뛰어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득권에 취한 민주당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의 준말)’의 전형을 보인다는 비판이 팽배하다.  

    경북지역의 한 야권 관계자는 “내로남불의 표본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토목‧건설사업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원래 관심이 있었나. 우리 지역에서 고속도로‧국도 건설을 매일 얘기해도 안 됐다. 늘 예타 핑계를 댔다”며 “근데 이제 와서 예타 면제를 말한다.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예산을 쓰겠다는 건데, 총선 끝나면 분명 얘기가 또 들어갈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