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노라는 작가로 성공했지만 여전히 사회적인 규범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채 유모, 남편, 딸 3명과 팽팽한 설전을 벌인다.

    연극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히는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1828~1906)의 '인형의 집', 그 15년 뒤 이야기가 펼쳐진다. 

    페미니즘 희극의 시초라 불리는 '인형의 집'은 1879년 코펜하겐 왕립극장에서 초연됐다. 사회가 요구한 역할에 갇혀 자기 자신으로 살지 못했던 노라가 "아내이며 어머니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살겠다"며 집을 박차고 나가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여성이 자아를 찾기 위해 가정을 버리고 가출한다는 설정은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충격적인 결말이었기 때문에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다. 미국의 극작가 루카스 네이스가 집필한 '인형의 집 Part(파트) 2'는 원작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201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인형의 집 파트2'는 노라가 15년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그녀가 떠난 후 남겨졌던 토르발트, 유모 앤 마리, 딸 에미를 차례차례 대면하면서 이들의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보여준다.

    미국 최고 권위의 토니어워드에서 작품상, 연출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의상상 등 8개 부문을 포함해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 아우터 크리틱 서클 어워즈에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이듬해에는 무려 27개 극장에서 공연됐다.
  • 이번 국내 초연의 연출은 연극 '하이젠버그', '비너스 인 퍼'의 김민정이 맡았다. 주인공 '노라'에 서이숙·우미화, 노라의 남편 '토르발트' 역은 손종학과 박호산이 더블 캐스팅됐다. 유모인 '앤 마리'는 전국향, 노라의 딸 '에미' 역은 이경미가 연기한다.

    김민정 연출은 "초연 때 시대와 규범, 제도의 부조리 속에 인간이 지닌 독립성에 대한 근원적인 화두를 던졌다. 이는 2019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인간의 독립성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대를 초월해 모두에게 의미와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배우 서이숙은 "3대 1로 설전을 벌이는데 불리하더라. 몸부림을 쳤다"면서 "노라의 입장과 행동이 관객에게 어떻게 설득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다. 사실 아이를 두고 나갔다는 점은 한국사회에서 용서받기 어려운 부분이라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다행히 많은 관객이 이해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개막한 '인형의 집 파트2'는 오는 2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사진=LG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