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명 의원 "KOICA, 국제무상원조 대북지원 방안 연구용역 발주"…실행 땐 논란 불가피
  • ▲ 노무현 정부 시절 인도적 대북지원을 하던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노무현 정부 시절 인도적 대북지원을 하던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북한이 비핵화하기 전에는 제재를 풀면 안 된다”고 외치는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대북제재를 회피할 꼼수를 찾는 듯한 모습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은 19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공적개발원조(ODA)’ 형태로 대북지원을 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용역을 맡겼다”고 밝혔다. 이종명 의원실에 따르면, KOICA는 최근 용역연구비 4360만원을 들여 오는 8월까지 ODA 방식으로 대북지원을 하는 방안을 연구하도록 맡겼다.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뒤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더욱 강력한 대북압박'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대북지원을 할 경우 적지 않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KOICA가 작성한 ‘대북 무상 ODA 연구계획안’을 보면, 과거 대북지원이 ‘통일비용’과 ‘인도적 지원’만을 강조하면서 투명성과 책임성 검증이 미비해 ‘퍼주기 논란’이 생겼다면서, ODA 방식의 대북 무상지원을 이용하면 이런 논란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KOICA는 또한 대북제재와 국내 ODA 관련 법률 개정으로 대북지원 여건이 크게 변했다며 “정부는 비핵화가 상당한 진전을 이룰 경우 가용예산을 동원해 북한과의 협력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ODA를 통한 대북지원을 할 경우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 “남북한 간의 거래는 국가 간 거래가 아닌 민족 내부의 거래로 본다”는 남북교류협력법 제12조를 위배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난해 9월21일 남북교류협력법을 ODA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국제개발협력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법적 문제 없이 ODA 방식 대북지원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었다.

    계획안을 보면, KOICA 역시 ODA 방식이든 아니든 대북지원을 할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 결의 위반 가능성 증가, 북한 내부 대북지원 물자유통의 불투명성 등을 알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KOICA는 “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 제재를 시작으로 지속적인 제재를 받아오고 있으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남북관계의 변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지난해 11월23일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 면제조치를 승인한 점 등을 들어 대북제재 해제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 ▲ 2006년 9월 일본 후지TV에 포착된 '인도적 지원식량' 포대. 촬영장소는 북한 장마당이었다. 즉 북한 당국이 지원받은 식량을 주민들에게 팔아먹고 있다는 뜻이다. ⓒ日후지TV 관련보도 화면캡쳐.
    ▲ 2006년 9월 일본 후지TV에 포착된 '인도적 지원식량' 포대. 촬영장소는 북한 장마당이었다. 즉 북한 당국이 지원받은 식량을 주민들에게 팔아먹고 있다는 뜻이다. ⓒ日후지TV 관련보도 화면캡쳐.
    KOICA, 제재완화 기정사실화하며 “대북 ODA 준비 서둘러야”

    KOICA는 나아가 “대북제재가 완화되는 단계에 들어서면 북한개발자금 수요가 급증해 ODA 자금 및 중국 '일대일로' 자금 등이 몰려들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KOICA의 대북 ODA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국제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KOICA의 이런 해석은 북한 정권 영속과 영구분단체제를 전제로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살 수 있다.

    KOICA는 또한 과거 국제사회의 인도적 대북지원 과정에서 논란이 된 배분 불투명성에 대한 지적은 말하지 않고 “북한은 이미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으며 원조 절차에 어느 정도 익숙한 상태로, ODA를 받을 수 있는 일정 수준 이상의 역량을 갖췄다”고 간주했다. 그러면서 “1995년 이후 현재까지 총 3조2871억원 규모의 인도적 대북지원이 있었는데, 이제는 일회성 지원이 아닌 개발도상국에 대한 ODA 형태로의 전환이 필요하는 지적이 있다”며 “대북 ODA 실행 주체로 KOICA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KOICA의 연구용역 계획안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위반 외에 다른 문제도 품고 있다. 남북한이 통일된다고 가정하면, 주변국의 묵인 아래 한국이 북한 구호와 개발을 주도해야 한다. 이는 미국과 일본, 러시아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근시일 내에 남북통일이 되지 않고, 북한이 개혁개방 정책을 펼친다고 해도 국제기구를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그리고 당사국인 남북한이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그러나 KOICA의 연구용역 계획안이 전제하는 내용은 제3세계 저개발국가에 대한 ODA와 지금까지의 ‘대북 퍼주기’ 지원을 단순히 혼합한 형태로 보인다. 이 계획안에는 통일 이후 북한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 북한 산업발전의 토대를 만들기 위한 긴급구호 계획안 마련 등의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