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경제, 먼지 등 ‘실망감... 지지→ 조롱으로 의미 바뀌어… 민주당 “풍자 처벌” 황당 조치
  • ▲ 2017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대깨문' 문구를 들고 있는 시민 ⓒ 뉴시스AP 무단 전재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대깨문' 문구를 들고 있는 시민 ⓒ 뉴시스AP 무단 전재및 재배포 금지
    "‘대깨문’은 이제 유행어죠. 한때 ‘창렬하다'라는 말을 친구들끼리 장난삼아 많이 썼는데, 제 트위터(소셜네트워크) 친구들 사이에서 요즘 대세는 '대깨문'이에요."

    올해 대학에 입학한 이모(20) 씨는 이렇게 말했다. ‘대깨문’은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의 줄임말이다.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는 말로, 원래는 2016년 문재인 극성 지지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그만큼 문재인이 대세’라는 뜻으로 만든 신조어다. 

    지금은 이 말이 정반대의 의미로 통용된다. ‘대가리 깨져가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 ‘대가리가 깨졌으니까 지지하는 거다’와 같은 조롱의 의미로 변했다.

    ‘창렬하다’(가격에 비해 품질이 좋지 못하다)나 ‘페미코인’(페미니스트는 돈이 된다) 처럼 논란이 되는 대상을 희화화하며 비트는 것은 이제 누리꾼들의 문화가 되었다. 요즘 화제의 대상은 단연 문재인 대통령이다.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요즘 풍자 1등은 문재인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 김모(31) 씨는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자처해서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국정을 잘했다면 원래의 긍정적 의미대로 사용됐을 텐데, 그러지 못해 조롱 처럼 의미가 바뀌었다"는 해석이다. 같은 커뮤니티 이용자 이모(38) 씨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니까 (대통령 풍자 신조어가) 유행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지지자들을 풍자한 용어들은 ‘대깨문’ 이외에도 많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댓글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문재앙'(문재인+재앙)이라든가, 일부 문재인 지지자들의 과격한 성향을 빗댄 ’문슬람'(문재인+이슬람)등이 대표적이다. 

    미세먼지가 최고조로 달한 요즘에는 ‘사람이 먼지다' '미세문지' ‘坱’(먼지앙) 처럼 시의성이 담긴 신조어가 유행을 타고 있다.

    민주당, ‘文 풍자 신조어’에 강경 대응 의사

    더불어민주당은 작년 1월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문 대통령 풍자 신조어에 강력히 대응할 의사를 밝혔다. 추미애 대표는 "익명의 그늘에 숨어 대통령을 재앙과 죄인으로 부르고, 그 지지자들을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농락하고 있다"며 "이는 대단히 명백하고 상습적인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홍준표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문슬람'이라고 발언한 점을 언급하며 ‘SNS 혐오발언 및 가짜뉴스’ 처벌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 ⓒ 페이스북 '문재앙 경보 알림서비스' 페이지 캡쳐
    ▲ ⓒ 페이스북 '문재앙 경보 알림서비스' 페이지 캡쳐
    이는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의 비난글을 대응하기 위해 청와대가 심의규정 개정에 나섰을 때와는 다른 행보다. 당시 개정에 반대한 주체는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이다. 당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과 국가에 대한 국민의 정당한 비판마저도 차단하고 언론의 ‘빅브라더’ 역할을 하겠다는 폭력적인 발상”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 중대한 도전행위”라고 비난했다.

    달라진 민주당의 태도에 누리꾼은 ‘문 대통령의 공약(표현의 자유를 강화하는 포털 임시조치 제도 개선 등)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오산에 거주하는 김모(38) 씨는 “‘문재앙’이라고 말하는 것이 문제인지, 재앙의 상황을 만들어가는 문재인이 문제인지 민주당은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커지는 실망감... 높아지는 신조어 인기

    미북회담 결렬, 경제 침체, 미세먼지 대응방안 미흡 등 계속되는 국민의 실망 속에서 신조어의 인기는 더 높아지고 있다.

    빅터뉴스에 따르면 7일 가장 많은 공감이 달린 댓글 10위 중  5개에 ‘문 대통령 풍자 신조어’가 사용됐다. 당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회의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는 기사 댓글도 그중 하나다. '문재앙 이놈. 지 입맛 맞는 곳만 골라다니지. 지 이미지 깎는 곳은 절대 안감^^(중략)'이라는 이 기사 댓글은 4550개의 ‘공감’을 얻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문재인'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문재앙'이 뜬다. 7일 기준 블로그 검색란에 '문재앙' 과 '문슬람' 을 기입하면 각각 1만 4645건과, 3280건의 게시글을 볼 수 있다. 페이스북 ‘문재앙 경보 알림서비스 페이지’에는 1만 2000여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인스타그램에서 #문재앙을 검색하면 3374개, #문슬람을 찾으면 980개의 게시물을 볼 수 있다.  

    SNS를 즐겨 사용하는 강(33) 씨는 “정책에 관한 부정적인 기사가 나오면 그 날은 신조어가 더 많이 (SNS에서) 눈에 띈다”며 “사실 이제는 더 보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학생 유모(14) 씨는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모르고 있었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검색하다 단어를 많이 보게돼서 찾아봤다”면서 “지금은 관련 신조어를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썰전에서 당시 문재인 예비대선 후보는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납득할 수 없는 비판·비난도 참을 수 있나?"라는 질문에 대해 "참아야죠 뭐. 국민들은 얼마든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죠"라고 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