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과거 직장, 이력, 학력까지 고스란히 밝히며 '모욕'… 동명이인에게도 욕설
  •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지난해 9월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지난해 9월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보도한 미국 ‘블룸버그통신’ 소속 A기자를 향해 일명 ‘문빠'들의 ‘사이버 테러’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친정부 성향의 네티즌들은 A기자의 트위터에 인식공격적 발언은 물론, 원색적 욕설도 퍼붓고 있다. 이들의 행동을 자제시켜야 할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해당 기자를 모욕하는 논평을 내며 ‘문빠'들의 행태를 부추키고 있다.

    민주당 논평 이후 댓글 폭증... 250개 대부분 욕설

    21일 논란의 기사를 쓴 A기자의 트위터에는 댓글이 250여 개 달렸다. 이 가운데 60~70% 정도는 “국익을 방해하는 매국자” “친일매국노x” “이런 기사 쓸 꺼면 플레이보이로 이직해라” “기자가 아니고 쓰레기” 등 A기자를 비난하는 내용인데, 거의 욕설 수준이 대부분이다.

    재미있는 점은 댓글이 달리기 시작한 시점이다. 논란의 기사는 지난해 9월 보도된 이후 6개월 동안 수차례 인용됐으나 여권에선 특별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인용하자 ‘국가원수 모독’이라며 반발하면서 13일 비판 논평을 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당시 A기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미국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독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국내언론사에서 근무하다 옮긴지 얼마 안된 기자가 쓴 악명높은 기사”라고 했다.
  • ▲ A기자의 트위터 계정에 달린 비난 댓글 중 일부. ⓒ트위터 캡쳐
    ▲ A기자의 트위터 계정에 달린 비난 댓글 중 일부. ⓒ트위터 캡쳐
    해당 기자의 트위터에 댓글이 급증하기 시작한 때가 바로 ‘13일’부터다. 13일 이전 5개의 비난 댓글만 달려 있었는데, 13일 이후에는 비난 댓글수가 150여 개로 폭증했다.

    과거 직장, 이력, 학력까지 고스란히 털어

    논평을 낸 시점 이후 비난 댓글이 ‘폭증’한 셈인데, 민주당이 사실상 친정부 성향의 네티즌들에게 ‘공격 좌표’를 찍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명 ‘문빠’들의 ‘도 넘은’ 행태는 A기자의 트위터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이들은 A기자의 신상을 털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하는가 하면, 과거 직장과 이력을 열거하며 “IT비즈니스 전문기자가 뭘 알고 정치·외교를 썼는지 모르겠다. 이런 사람이 전문성이 있겠느냐”고 비난하기도 한다. 지금도 온라인에는 A기자의 학력사항과 지난 이력 등이 고스란히 노출 돼 있다.

    동명이인인 일반인 소유의 트위터에도 원색적 욕설을 퍼부어 해당 트위터 계정주는 “저는 동명이인이다. 욕설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이 같은 행위가 법적 처벌 대상이라고 경고했다.

    박주현 법무법인 ‘광화’ 변호사는 “악성 댓글과 공당의 대표가 기자를 향해 공적인 자리에서 인격을 모독한 것은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형법 311조에 해당하는 모욕죄는 1년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동명이인도 무차별 공격…법조계 "모욕죄 해당"

    다만 “국내 포털사이트에 달린 모욕 댓글은 본인을 특정할 수 있지만 트위터는 특성상 피의자를 특정하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트위터는 본인 인증 없이 계정을 만들 수 있고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본인 확인이 힘들다는 것이다.

    한편 해당 기사를 보도한 블룸버그통신은 18일(현지시각) 대변인을 통해 VOA(보이스 오브 아메리카)에 보낸 메일에서 “블룸버그는 보도 기사와 기자를 존중하며 지지한다”고 했다. 

    해외 언론사 100여 곳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서울외신기자클럽도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기자 개인에게 가해지는 인신공격적인 비판과 신변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