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간담회, 대국민 설명회 등 공개 행보… 법학자들 동원해 '1심 판결' 맹비난
  • ▲ 더불어민주당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특별위원회는 이날 김경수 지사 판결문 분석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김용민 법무법인 양재 변호사, 차정인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재정 국회의원.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특별위원회는 이날 김경수 지사 판결문 분석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김용민 법무법인 양재 변호사, 차정인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재정 국회의원.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법학 전문가까지 앞세워 ‘김경수 구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19일 ‘김경수 판결문 대국민 설명회’를 열며 1심 판결을 비판하고 나선 것. 전문가들은 재판부가 뚜렷한 물증 없이 드루킹 일당의 ‘허위 진술’에만 의존했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특별위원회는 이날 김경수 지사 관련 판결문 설명회를 열었다. 대책특위는 앞서 1심 판결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판결문을 자체 분석한 바 있으나 외부 전문가의 분석 발표는 처음이다. ‘재판불복 여론 조성’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경수 지사의 공모는 인정한 셈

    차정인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 지사가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성립요건에 충족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동정범은 기본적으로 ‘공모’와 ‘공동실행’을 요건으로 하는데 “김 지사의 경우 ‘공동실행’을 한 바 없고, ‘공모’를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게 차 교수의 주장이다. 

    차 교수에 따르면 ‘공동실행’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 공동정범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요건’이 요구되는데, 즉 지시‧승인‧허락이 성립되는 관계여야 한다. 하지만 차 교수는 김 지사와 드루킹 및 경공모 회원 간을 이 같은 관계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차 교수는 “조직폭력배 두목이 폭행현장을 지시하지 않더라도 조직원들의 폭행에 공동정범이 된다. 이들은 상하‧지위 복종관계에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판결은 공동정범에서 ‘공동실행’을 하지 않은 자에게 공동정범을 인정하기 위한 ‘특수관계’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 모의에 참여하고 실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공동정범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그래서 ‘공동실행’이 없는 경우에는 ‘단순 모의’ 이상의 특별한 무엇이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전문가 역시 김 지사의 ‘공모’는 인정한 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거능력 부족하다고 주장했지만...

    설명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재판부가 인용한 ‘물적’ 증거와 ‘진술’ 증거 모두 증거능력이 불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우선 ‘물적’ 증거능력과 관련해 차 교수는 “1심 판결 증거에서 ‘객관적 증거가 많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과학’적 증거라고 해서 ‘객관’적 증거가 될 수 없다. 가령, 컴퓨터 접속 기록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피고인의 지시‧승인‧허락 여부를 입증하지는 못한다”며 “객관적 증거는 동영상, 녹음파일 등을 통해 ‘동작’을 증명해야 하는데 검사는 이 객관적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용민 법무법인 양재 변호사도 판결에서 인용한 물적 증거인 ‘로그 기록’ ‘킹그랩 프로토타입 재연 동영상’ ‘댓글작업 기사 목록’ ‘온라인 정보보고’ 등이 김 지사의 ‘공범’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김 지사가 시연 동영상‧온라인 정보보고를 통해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사실을 인식, 공모했다’는 재판부 판단에 대해 “2016년 11월 김 지사가 시연을 본 것을 ‘킹크랩 개발을 승인했다’는 증거로 보는데, 이것만으로는 공범이라고 볼 수 없다”며 “(개발 단계에서) ‘같이 개발하자’고 하는 것은 예비음모일 뿐 업무방해죄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승인’한 것을 넘어 ‘실행’까지 입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정보보고’가 ‘실행’과 관련한 증거로도 채택될 수 없다”며 “해당 파일이 김 지사에게 전달됐는지 명확한 증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이들은 드루킹 일당의 진술이 신빙성이 극히 떨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드루킹의 진술에만 의존해 무리한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가 경공모 회원들의 진술을 ‘정황증거’로만 쓰겠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직접 증거’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증인(드루킹 및 경공모 회원)들은 피고인에게 100만원을 받았다고 각본을 만들어서 거짓말을 하다가 진술 과정에 문제가 생기자 나중에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실토했다. 이들의 진술은 단순한 오류가 아닌 목적과 의도가 있는 진술, 음해”라며 “허위 진술을 한 증인의 다른 진술 부분의 신빙성을 이토록 관대하게 인정한 판결은 본 적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사입증책임 원칙에 따라 재판부는 검사에게 ‘다른 증거 제출’을 요구했어야 하고, 검사가 제출하지 못하면 ‘검사 패소’를 선고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증인들의 진술이 매우 허황되다. 재판부도 드루킹의 진술 중 ‘피고인의 보좌관에게 시연했다’ ‘피고인에게 100만원을 받았다’는 등 진술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면 나머지 지술에 대해서도 쉽게 신빙성을 인정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12일→19일로 한 차례 연기하고도 '한 방' 없어

    다만 이들의 분석 결과에는 ‘결정적 한 방’이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초 민주당은 이번 전문가 설명회를 12일 열 계획이었으나 한 차례 연기, ‘결정적 오류’를 밝혀낼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이들은 “김 지사와 드루킹이 지시‧승인‧허락이 성립되는 관계가 아니다”라고 봤지만 재판부는 이미 ‘두 사람 사이 정치적 이슈에 대한 분석 및 의견이 오간 점’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의 기조연설에 드루킹 의견이 반영된 점’ 등을 들어 두 사람을 ‘긴밀한 협력관계’로 판단했다. 

    또 드루킹 일당의 진술 조작 가능성에 대해 ‘추측성’ 근거를 든 점도 다소 무리한 주장이라는 시각이 크다. 김 변호사는 “‘드루킹 구치소 작성 노트’에서 드루킹 일당이 자신을 가리켜 ‘제3자’로 지칭했다. 이를테면 드루킹이 본인 수첩에 자신을 ‘드루킹’이라고 지칭한 표현”이라며 “이 점이 매우 어색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재판부가 김 지사와 드루킹 일당의 ‘공모’ 성립의 결정적 단서로 판단한 "고맙습니다"라는 김 지사의 답신에 대해서도 “49번 중 1번 답장한 것을 어떻게 다 확인했다고 볼 수 있느냐”고 말해 다소 자의적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전문가 설명회가 ‘장외 여론전’을 위한 ‘밑밥’ 아니었느냐는 부정적 관측이 나온다. 이와 같은 질문이 나오자 차 교수는 “재판권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이다. 이를 잘 행사했는지 대해 국민들이 상시 비판, 검토,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학자로서 (국민들에게) 비판적 시각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사자인 민주당은 해당 논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