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유공자 관련 질문에 "보훈처 통해 들으라"… 대출금액에 대해서도 "나중에" 회피
  • ▲ 손 의원은 23일 전남 목포 구도심 나전칠기박물관 건립 예정 부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데일리 이기륭
    ▲ 손 의원은 23일 전남 목포 구도심 나전칠기박물관 건립 예정 부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데일리 이기륭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인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의혹 정면 돌파에 나섰다. 손 의원은 "끝장날 때까지 질문 받아 (국민이) 내막과 자초지종에 대해 알면 좋겠다는 뜻으로 자리를 마련했다"며 당당한 자세로 회견에 임하는 듯 보였으나,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사실상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손 의원은 23일 전남 목포 구도심 나전칠기박물관 건립 예정 부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 정도 되는 초선의원의, 얘깃거리도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로 국가 전체를 시끄럽게 만든 것에 대해 국민께 죄송하다고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자신의 의혹을 최초 보도한 SBS를 비롯한 언론사에 날을 세웠다. 손 의원은 "SBS 기자가 계시면 여쭤보고 싶다"며 "왜 이런 일을 시작했는지, 왜 뒤에서 취재하고 왜곡된 기사를 가지고 세상을 시끄럽게 해서 전 국민을 소모전으로 밀어넣는지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손 의원은 "최선을 다해 해명했지만 해명은 나오지 않고 또 다른 왜곡보도가 나오는데, 이렇게 백날 가면 제가 부서지고 망가질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럼 이 세상은 어디로 가겠느냐"며 "여러분들이 저에 대한 악의적 가짜뉴스를 쓰는 것보다 더 부담되는 것은, 이렇게 (제가) 많이 다뤄지는 '뉴스의 포지션'이 참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나머지 대출금액에 대해서는 "나중에 알려드리겠다"

    손 의원의 기자회견이 진행된 장소는 폐허나 다름 없는 공간이었다. 녹슨 철골 기둥과 삐그덕거리는 나무판 소리는 음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손 의원은 이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한 이유로 "(김성회) 보좌관 의견이었다"며 "처음 여기 다 허물어져가는 집을 보고 너무 가슴이 설레고 큰 꿈을 가졌다"며 "나중에 주말이면 봉사하러 내려와 사람들에게 나전칠기를 설명하고 싶다고 생각한 곳이 이 곳"이라고 밝혔다. 

    손 의원의 '선택적 답변'은 금세 드러났다. 손 의원이 작년 3월 이태원 건물과 토지를 담보로 11억원을 대출받아 7억1000만원을 재단에 기부하고, 재단이 이 돈으로 목포 부동산을 사들인 의혹과 관련, 나머지 대출금액의 용처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손 의원은 "알려주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곧 검찰조사를 받을 거니까 그때 알려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목포 부동산 매입에 손 의원의 친인척·지인이 연관되면서 불거진 '이해충돌 논란'과 관련해서도 손 의원은 "평생을 살면서 제 이익을 위해 행동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제가 지금 팔아도 수십억 건질 수 있는 (나전칠기) 컬렉션을 여기 들이겠다고 하는데 거기 무슨 이익이 있느냐"며 "이것 모두 국가에 드리겠다고 20년 전부터 얘기하고 있다. 저는 뭐든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충돌 없다면서... "다른 이익 있다면 사과하겠다"

    손 의원의 조카 등 3명이 공동 운영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창성장' 논란에 대해서도 박 의원은 "그들이 거기서 열심히 일해서 먹고살면 되지, 내가 그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걔들은 지금 남들이 다 떠나는 지역에 와서 일하며 목포주민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이해충돌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손 의원이 국회에서 창성장을 거론한 것도 이해충돌 방지 의무 위배라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손 의원은 "제가 발언하면 장사가 잘 되느냐. 여러분들이 기사 내주기 전까지는 (창성장이) 6달째 계속 적자였다"며 "국회에서 창성장을 말한 것은 목포를 목포답게 만들어주는 게스트하우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손 의원은 "이익과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변호사와 말해서, 법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국회의원으로서 다른 이익이 올 수 있다면 사과하겠다"며 "아직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나중에 혹여라도 그런 부분이 있으면 고개 숙여 잘 듣겠다"며 일말의 여지는 남겼다.

    부친 국가유공자 관련 질문에 "보훈처 통해 들으라"

    손 의원의 부친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되기 직전,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을 만나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아버지 얘기를 갖고 기사를 만든 사람들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다"며 "보훈처를 통해 들으라"고 말했다.

    22일 목포를 방문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체부가 46억원의 예산으로 (근대역사문화공원) 16개 건물을 한 채당 3억원에 매입한다는 데 상당한 시세차익"이라며 "목포의 노른자위 땅 28%를 외지인이 차지하는데 그 중 18%가 손 의원 일가의 땅"이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손 의원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너무 무식하다. 상식이 부족하면 공부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손 의원은 "투기는 매매차익을 냈을 때 하는 말이다. 여기 다 통틀어 7억9000만원"이라며 "건물 꾸미고 나전칠기 유물까지 채워서 국가에게 주겠다는데, 아무리 야당 당대표라도 그분이 왜 그런 이야기를 그렇게 쉽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재도전하지 않겠다" 선 그어

    차기 총선 출마 및 향후 국회의원 재도전 여부에 대해서는 "지난 총선 대선 거치며, 의원이 안 되면 대선에서 전략을 펼치기 어렵겠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국회의원이 됐지만 지금 나이가 몇인데 또 하겠느냐"며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기자회견은 당초 예정됐던 1시간보다 약 30분이 초과됐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손 의원이 건물 밖으로 나가자 대기하고 있던 손 의원 지지자 약 500여명(경찰 추산)이 "손혜원!"을 연호하며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손 의원이 중형차를 타고 떠나자 이들은 뿔뿔히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