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의 부인도, 과학자도 아닌 한 인간으로서 오롯이 '마리 퀴리'(1867~1934) 이야기가 무대 위에 펼쳐진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8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창작뮤지컬 '마리 퀴리'가 2019년 1월 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김현우 연출은 지난 26일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기존의 여성 캐릭터들이 종속적인 관계인 누군가의 아내, 어머니, 딸로서 비중을 치중하는 작품이 많았다면 '마리 퀴리'는 과학자로서의 딜레마와 신념, 가치관의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이어 "견고하게 형성돼 있는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마리가 어떻게 성취해 나가는냐가 기본 설정이다. 단순히 위인전에 나오는 평면적인 인물로 묘사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고난에 대해 심사숙고할 수 있는 계기를 동일하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마리 퀴리'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팩션 뮤지컬로 폴로늄·라듐 최초 발견, 여성 최초 노벨상 수상, 노벨상 최초 중복 수상(1903·1911년) 등 마리 퀴리의 화려한 성과만 비추지 않는다. 

    남편 피에르의 죽음, 라듐 공장 직공들과의 만남 등의 이야기가 상상으로 가미돼 과학자 마리 퀴리가 아닌, 자신의 연구가 초래한 비극에 좌절하지만 그에 정면으로 맞서는 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다.
  • 주인공 '마리 퀴리' 역에는 김소향·임강희, '피에르 퀴리' 역에 박영수, 라듐 사업을 주로 하는 기업의 운영자 '루벤' 역은 조풍래가 맡았다. 여기에 김아영(조쉬 役), 이아름솔(아멜리에 役), 장민수(폴 役)가 출연해 '라듐걸스' 사건을 이야기에 담아낸다.

    배우 김소향은 "제안을 받고 굉장히 기쁘면서 한편으로는 무섭고 불안했다. '안나 카레니나', '아이다', '마타하리', '엘리자벳' 등 많은 여성 중심의 작품이 있지만, 대학로에서는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작품은 '마리 퀴리'가 유일무이하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주변 여배우들이 굉장한 관심을 가졌다. 로맨스의 한 인물이 아닌 과학자를 연기한다는 것에 많은 응원을 받았다. 책임감을 갖고 부끄럽지 않기 위해 실존 인물 연기가 처음이 아님에도 책을 많이 찾아 보고 공부도 더 열심히 했다."

    라듐걸스는 1917년을 전후해 미국의 뉴저지주에 위치한 미국 라듐 회사의 라듐 제품 제조 공장에서 시계 야광판을 색칠하던 중에 피폭당한 여성 노동자들을 말한다. 이들은 본래 라듐을 붓을 이용해 시계에 덧칠해서 형광 효과를 내는 작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었다.

    천세은 작가는 "역사적으로 마리 퀴리가 라듐걸스와 만나는 지점은 없다. 허구의 인물인 안느를 등장시켜 과학자로서 마리가 가진 열정과 신념이 부딪히고 이를 어떻게 헤쳐나가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진=라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