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직원 "그분 말 맞는 게 없다"… 야당 "김 의원, 국토위에서 사임해야" 성토
  • ▲ 지난 6월 보궐선거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물려준 '경남 김해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된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 지난 6월 보궐선거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물려준 '경남 김해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된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해명과 사과에도 불구하고, 김포공항 직원 상대 '갑질'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민주당을 향해 "집권여당의 특권의식에서 시작된 갑질"이라고 연일 십자포화를 쏟아내고 있다. 

    한국당 "떳떳하다면 CCTV 공개하라"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24일 논평을 내고 "떳떳하다면 당장 CCTV 영상을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노력을 돕겠다고 당선된 김정호 의원이 국회의원으로서 특권의식에 젖어 갑질과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되묻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윤 대변인은 "오늘 한 언론에서 김정호 의원에게 욕설을 들었다는 김포공항 보안 근무자 인터뷰 기사가 나왔는데, 인터뷰 내용을 보면 김 의원의 주장과는 다르다"며 "김 의원은 보안요원에게 욕설과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 ▲ 공항 보안요원 김씨가 지난 20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경위서.ⓒ뉴시스
    ▲ 공항 보안요원 김씨가 지난 20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경위서.ⓒ뉴시스

    김 의원 해명에, 공항 직원 "저 바보 아닙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정호 의원은 지난 20일 김포공항 항공기에 탑승하는 과정에서 '신분증을 지갑에서 꺼내 보여 달라'는 공항 직원과 실랑이를 벌인 사실로 도마에 올랐다. 보안요원은 '신분증을 케이스에서 꺼내 보여달라'고 했고, 김 의원은 직원의 요구를 거부하며 욕설을 하고 고성을 질렀다는 내용이다.  

    사건 당사자인 김포공항 보안요원 김씨(24)는 24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의원이 욕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는데) 그분의 말이 하나도 맞는 게 없다"며 "그분이 처음부터 본인의 신분을 밝혔는데 공항 협력사 직원인 내가 국회의원에게 '갑질'을 하다니 상상도 못할 일이고, 나는 바보가 아니다"고 폭로했다.

    김씨의 발언에 따르면, 당시 김 의원은 "내가 국토위 국회의원인데 공사 사장한테 전화해라", "이 XX, 똑바로 근무 안 서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2일 김 의원이 발표한 입장문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다. 김 의원은 입장문에서 "저는 결코 욕설을 하지 않았다. 시민의 입장에서 상식적인 문제 제기와 항의를 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김 의원의 해명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공항 직원 김씨의 인터뷰가 보도되자, 야권은 일제히 김 의원을 비판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포함해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은 논평을 내고 "집권여당의 특권의식이 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당 공항 보안요원이 24세의 어린 청년이자 하청업체 소속이라는 점에서 "이게 민주당의 민낯"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태경 "미국 공항 같았으면 현장서 체포"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24일 "국회의원 배지는 국민 위에 군림하라고 준 것이 아니며 국민이 생각하는 만큼의 상식에서 룰을 지키는 의원이 되라"고 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도 이날 SNS를 통해 "미국 공항 같았으면 현장 체포감"이라며 "진실공방을 끝내기 위해 한국공항공사에 CCTV를 즉각 공개할 것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민주평화당도 거들고 나섰다. 문정선 평화당 대변인 역시 이날 논평을 내고 "이게 청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민주당의 실체인가. 뜻밖의 수난을 당한 보안직원은 하청회사 소속의 24세 청년"이라며 "민주당 갑질의 행태가 상식 밖이다. 김 의원은 국토위에서 사임하라"고 요구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도 앞서 23일 논평을 내고 "불쾌한 대우를 받았다고 해서 공항공사 사장에게 전화를 할 수 있는 국민은 매우 극소수로, 일반 국민들은 상상할 수 없다"며 "김 의원의 갑질 논란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특권이자 반칙이 맞다"고 보탰다.

    민주당 "논의 없어"... 공항 갑질 외면?

    정가에서는 민주당 지도부가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빠르게 해당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민주당은 '별도 논의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본인이 어느 정도 소명자료를 냈고 그것으로 저희는 마무리된 것으로 안다"며 "국토위 사퇴 요구는 지나친 정치공세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문제를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했을 때 논란이 더욱 커지는 것을 우려했을 것이라는 일부 야권 관계자들의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김정호 의원은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분류된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기존 지역구이던 '경남 김해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당시 그가 내세웠던 슬로건이 '노무현·문재인 변호사와 함께하며 민주주의 인간존엄 가치를 배웠습니다'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야권의 더 큰 질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