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 후보 옆에서 본 대만 지방선거 마지막 날

대만 국민들, 차이잉원 정부의 무기력함에 등돌리고 한국유 신선함에 열광

허동혁 칼럼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12.05 20:27:35
▲ 국민당 가오슝 시당부에 몰려든 한국유 지지자들. 한국유의 딸 한빙(韓冰)의 응원피켓을 들고 있다. ⓒ허동혁
필자는 국민당 가오슝 시장 한국유(韓國瑜, 한궈위)의 당선을 예상했지만 20년간 민진당이 가오슝 시장자리를 내준 적이 없는데다 2014년 시장 선거에서는 민진당 후보가 더블 스코어로 국민당 후보를 누른 바 있어 실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궁금했다.

대만은 선거 당일 오후 4시에 투표를 마감하고, 곧바로 개표를 시작한다. 예전에 인터뷰를 했던 몇몇 시의원 후보 사무실에 들러 인사를 한 후 국민당 가오슝 시당부로 향했다. 시당부 앞에는 이미 4만 명의 지지 인파가 몰려 있어 경찰이 차량 통행을 통제했다. 국민당은 아예 승리를 예상하고 도로위에 무대를 설치해 놓고 있었다.

필자도 선거운동에 몇 번 직접 참여해 봤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 봤다. 후보자 가족이었다면 정말 눈물이 나올만한 광경이었다. 통제구역인 시당부 안은 기자들과 국민당 관계자로 가득 차 있었고, 한국유의 딸 한빙(韓冰)이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었다. 시당부 한켠에는 국민당을 만든 쑨원(孫文)의 사진이 걸려있어 100년 넘은 정당의 역사를 실감 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청천백일기를 들고 창문 바깥에서 시당부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으며, 딸 한빙을 응원하는 피켓을 든 이도 있었다.

개표는 밤 8시경까지 한국유 후보가 첸치마이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다가 그 후 수 만 표 이상 차를 벌려갔다. 대륙인 후손답게 표차가 적을 때는 차분히 지켜보다가, 여유 있게 앞서나가자 그제야 환호하기 시작했다.

밤 9시 30분경 한국유는 부인과 함께 도로 위 무대에 나가 짤막하게 인사한 후 다시 들어갔다. 그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어서 당선 후보가 의례히 하는 당선 인사를 하지 않았으며 추가로 시당부 안에서 짤막한 인터뷰를 두 번 한 것이 인사의 전부였다. 그는 창밖에 보이는 지지자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는 요청에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안전 문제가 없도록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그는 당선 당일 외부 노출을 최소로 줄였지만, 시당부 밖에 모인 4만 명의 지지자들은 밤늦도록 ‘한국유 당선’을 외치며 폭죽을 터뜨렸다. 시당부에는 당선을 확정지은 국민당 시의원 후보들이 찾아와 승리를 자축하며 흥을 돋웠다. 최종 결과는 한국유 89만 2545표(54%), 첸치마이 74만 2239표(45%)였다.

대만 지방선거 국민당 15석, 민진당 6석…2014년과 정반대
▲ 한국유 후보의 딸 한빙 (韓冰). ⓒ국민당 제공


이번 대만 지방선거에서는 국민당이 지자체장 15석, 민진당 6석, 무소속 1석(타이페이 커원저 柯文哲 시장)을 차지했다. 2014년 선거에서 민진당 13석, 국민당 6석, 무소속 3석이라는 결과와는 정반대였다. 필자가 하루 종일 일정을 관찰한 민진당 신베이 시장 후보 수젠창(蘇貞昌) 전 행정원장은 국민당 후보에게 20만 표차 이상으로 낙선했다. 그는 차이잉웬(蔡英文) 총통이 선거 참패 직후 사임한 뒤 민진당 차기 주석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선거 결과가 한국유 돌풍의 결과물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필자가 대만의 택시·우버 기사, 대만 항공기 승무원들에게 한국유 현상을 질문하면 대부분 “신선하다” “우리들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희망이 생긴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한국유 돌풍이 대만 남부의 민진당 지지기반인 타이난(臺南)시, 핑둥(屏東)현, 쟈이(嘉義)현에서는 현장직을 얻지는 못했지만 이들 지역을 건너뛰어 현직 민진당 시장이 있는 타이중(臺中)에서 국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민진당에게는 결정적 타격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지척에 있는 킨멘(金門) 현장선거에서 한국유 돌풍의 영향으로 국민당 후보가 거물 무소속 후보를 누른 것도 필자가 직접 확인했다.

가오슝은 제2의 도시였으나 작년에 타이중이 인구수를 추월했다(현재 가오슝 인구 277만 명, 타이중 280만 명). 가오슝의 경기가 장기간 침체돼 많은 청년들이 북쪽 타이페이나 타이중으로 떠나간 때문이다.

가오슝 시민들은 타이중의 인구추월로 대만 제2도시 자부심에 대한 상실감과 민진당 시정 20년, 현직 민진당 시장은 12년째(3선) 재직 중이라는 사실, 그리고 중국의 경제공세에 따른 대만의 외교 실패(5개국과 단교)와 이에 대한 차이잉웬 총통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 한국유는 이런 틈을 기존 정치인의 상식을 깨는, 특유의 화려한 제스처와 친화력으로 비집고 들어가 성공했다.

선거 후에도 계속되는 한국유 열풍

한국유 돌풍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도 대만TV를 켜면 하루 종일 한국유의 동정이나 과거 개인사를 보도하고 있다. 한국유 시장의 라인(LINE) 메신저 언론사 단체 대화방에는 선거 후에도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필자는 한국유의 저력을 직접 부딪쳐서 확인했다. 그는 남에게 베푸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이었다. 이러니 지지자들이 톱스타에게 충성하듯 한국유에게 달려드는 것은 당연하다. 필자는 지금까지 직접 본 여러 정치 지도자들 중 한국유 같은 유형의 정치인은 전두환 전 대통령 밖에 없다. 이와 관한 일화는 수도 없이 많다. 공교롭게도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한국유는 외모도 서로 닮았다.
▲ 국민당 가오슝 시당부의 선거당일 모습. ⓒ허동혁


한국유는 그러나 문제점도 드러냈다. 우선 투표 일주일 전 벌어진 ‘쌍웅대결: 세기의 토론’이라 불린 후보 토론회에서 그는 민진당 후보의 가오슝 발전의 구체적인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또한 ‘가오슝에서 정치 데모를 금지 하겠다’는 등 다소 의외의 발언을 하기도 했으며(그는 사관학교 출신이다), 사람들과 너무 쉽게 친해지는 그의 성격이 위험하다고 지적하는 언론도 있다.

또한 한국유 돌풍이 가오슝을 둘러싼 민진당 기반의 다른 시·현들을 함락하지 못한 사실은 가오슝의 민진당이 무너진 것이 아닌 가오슝의 경제문제 등 다른 사정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는 한국유 가오슝 차기 시장이 시정을 잘못 이끌 경우 민심이 다시 민진당으로 돌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대만 타이페이에서 현직 시장인 무소속 커원제 후보가 한국유 돌풍을 따돌리고 국민당 후보에게 0.23% (3254표)차로 신승한 것도, 한국유가 만약 2020년 차기 총통을 노린다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대만 분리(독립) 정책을 추진하는 민진당이 선전하길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이 지지한다는 국민당은 친중 정당이 아니다. 중국과의 교류와 대화가 국민당의 기본정책이지만, 국공내전에서 패해 대륙을 떠나 한동안 ‘본토수복’ 구호를 외쳐온 정당이라 태생적으로 친중 정당이 될 수 없다. 친중 대만 기업인은 극소수 존재하지만, 친중 좌파 정당은 대만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당이 이 기세를 몰아 2020년 총통선거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아시아 정당사상 최장역사를 자부하는 (107년) 국민당이 과거 철천지원수였던 중국공산당 말을 고분고분 들을 것이라는 분석은 환상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중국에 유리하고 미국에 불리할 것도 없으며, 국민당이 앞으로 미국을 곤란하게 만들 일도 없다.

한국 언론들의 대만 지방선거 보도, 현장 취재 않은 결과

▲ 당선확정 후 국민당 가오슝 시당부 내에서 소감을 밝히는 한국유 후보. ⓒ허동혁


그런데 이번 대만 선거와 관련, 많은 한국 언론들이 ‘대만인이 친중을 선택했다’거나 ‘중국이 무서워서 국민당을 찍었다’는 식의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면서 인용한 매체는 거의 중국이나 홍콩의 친중 매체였다. 그러나 친중 성향이 강한 홍콩매체 ‘봉황TV’를 제외하고 중국계 언론은 아무도 대만에 오지 않았으므로, ‘봉황TV’, ‘봉황망’을 제외한 중국 매체를 인용한 한국 언론 기사는 2중 인용을 한 것이 된다.

필자는 한국의 이런 사정을 선거 도중 친해진 한 대만 기자에게 설명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중국이 무서우면 도리어 민진당을 찍을 것이다. 현재 대만인들은 중국과 전쟁하는 것도, 쉽게 굴복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는 2016년 총통 선거 직전 트와이스 멤버 쯔위가 대만 청천백일기를 흔든 공개 동영상을 두고 중국 당국이 압력을 가한 것이 민진당 차이잉웬 총통 당선의 결정타가 된 사실로도 증명된다.

필자는 이번 대만 선거기간 중 단 한 명의 한국기자도 조우하지 못했다. 위와 같은 한국 언론의 친중 편향 보도는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 똑같이 현장을 방문하지 않은 중국 언론만 믿은 결과물이다. 이런 사대주의가 또 있을까.

대만 정세는 한국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례로 6.25때 맥아더 원수는 국민당군을 한국에 상륙시켜 만주를 침공하는 구상을 한 적이 있다. 한편 일본에 있어 대만문제는 한국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필자는 선거기간 중 많은 일본 기자들을 목격했다.

한국 언론들은 1958년 지금보다 해외여행이 훨씬 어렵던 시절 현장중심 취재를 실천하려 중국과 포격전이 한창이던 대만 킨멘으로 취재를 갔다가 실종된 한국일보 최병우 종군기자를 상기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몇몇 후보들이 필자의 이번 대만 선거기행문을 인용했다. 필자에게 바쁜 와중에도 많은 도움을 준 민진당, 국민당 그리고 무소속 후보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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