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인도 등 다양한 분석… 미국 대외전략·우호관계가 '역할'
  • ▲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폼페오 美국무장관ⓒ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폼페오 美국무장관ⓒ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정부가 5일부로 2차 대이란 제재를 시작했다. 2차 이란 제재의 핵심은 원유와 천연 가스 수출을 막고 이란 중앙은행이 국제사회와 금융 거래를 못하도록 하는 데 있다. 이를 위반하는 기업이나 정부는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다.

    미국은 한국, 중국, 일본, 인도,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대만에게는 180일 간 한시적으로 제재 예외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란에 대해 최대의 압박을 한다더니 8개 나라나 예외를 인정해주느냐”고 비판하고 있다.

    각국 언론들은 미국이 8개국에 제재 예외를 인정해준 이유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놨다. 美‘뉴욕타임스’는 한국과 중국이 예외가 된 이유로 트럼프 정부의 또 다른 중대사안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풀이했다. 한국은 한미 동맹을 통한 대북 견제에, 중국은 ‘최대한의 압박’ 기조를 실행하는데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에는 미국과의 우호관계가 주효했다고 지적했다. 美‘뉴욕타임스’는 “한국이 예외 대상국으로 인정받았을 때 일본이 ‘우리도 예외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면 미국은 결코 무시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日총리 간의 각별한 관계에 주목했다.

    美‘뉴욕타임스’는 인도가 미국의 대외전략에 필요한 나라였기 때문에 예외로 인정받았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결코 중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인도를 예외로 인정함으로써 향후 미국의 대외전략에서 생길 수 있는 마찰을 없앴다는 평가였다.

    끝으로 美‘뉴욕타임스’는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하면서 8개국에 예외를 인정한 것이 중간선거 직전 유가가 상승하는 것을 막는데 도움이 됐다”고 풀이했다.

    英로이터 통신은 터키가 예외 대상국이 된 점에 주목했다. 이란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터키는 한 편으로는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다. 이런 터키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경우 미국의 유럽 전략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판단해 예외로 인정해줬다고 봤다.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24’는 “그리스가 미국으로부터 제재 예외 대상국으로 인정받은 것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해 만든 석유화학제품이 대부분 이스라엘로 수출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뉴스’는 이탈리아가 예외 대상국에 포함된 이유가 미국 정부와 매우 우호적 관계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친소(親疏) 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불합리한 제재라는 비판이었다.

    인도의 ‘더 이코노믹 타임스’는 “인도가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란산 원유 결제 대금을 유로화와 인도 루피화로만 한다는 약속을 내세워 협상한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인도 측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한 뒤 루피화를 주고, 이란은 이 돈으로 쌀, 의약품 등 필요한 물자를 구입하도록 해 ‘닫힌 경제권’ 안에서 통제하겠다는 다짐을 미국에게 했다고 한다. 인도는 이와 함께 “조건만 맞다면 미국산 원유를 더 많이 수입하겠다”는 협상 카드도 제시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