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 - 미·중의 '냉전 2.0'은 미·소의 '냉전 1.0'과 어떻게 다른가?
  • ▲ 유튜브 채널 '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 캡처ⓒ
    ▲ 유튜브 채널 '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 캡처ⓒ
    21세기  미·중 패권경쟁을 신(新) 냉전으로 규정한 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의 유튜브 채널 강의가 화제다. 

    김 교수의 유튜브 강의는 지난 30일 올라간 <21세기 미·중 패권경쟁 '냉전 2.0'은 미·소 '냉전 1.0'과 어떤 차이점을 갖고 있는가>. '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 강의의 하나다. 김 교수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을 '냉전 2.0'으로 규정하고 두 국가의 패권 경쟁 역사를 되짚어봤다.

    김 교수는 21세기 미국과 중국 사이 패권경쟁이 격화되는 현상을 두고 일각에선 '새로운 미중 냉전' 혹은 '21세기 미중 신냉전'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신냉전'이란 용어는 미·소와 미·중 사이 대결 양상의 질적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냉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양극체제하에서의 사회주의진영과 자본주의진영 간의 정치 ·외교 ·이념상의 갈등이나 군사적 위협의 잠재적인 권력투쟁을 뜻한다. 반면 '신 냉전'은 1970년대 중반 미국과 소련 사이 해빙 무드가 형성됐다가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면서 등장했다.

    김 교수는 21세기 미·중 대결에 '신냉전'이란 단어를 적용시키기엔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무역 전쟁 뿐만 아니라 남중국해의 산호초들을 매립해 군사기지화하면서 미국 패권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했기 때문이다. 즉, 미중 관계가 훈풍을 불었다가 대립각을 세운것이 아닌 꾸준히 패권 다툼을 벌여왔다는 측면에서 '신냉전'이 아닌 '냉전 2.0'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미중 사이의 대결을 '냉전 2.0'으로 규정한다면 과거 미소 대결은 '냉전 1.0'으로 자연스럽게 개념화 된다고 했다. 또 21세기에 새롭게 전개되는 국제정치의 새로운 현사인 미중 사이의 패권전쟁을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강의는 유튜브 채널 '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https://www.youtube.com/channel/UCy3ccMfJL911Wvk9x8XRVVg)' 또는 '뉴데일리TV(http://tv.newdaily.co.kr/)'에서 볼 수 있다.
  • [전문]

    - 21세기 미중 패권전쟁은 ‘냉전 2.0’으로 불러야 한다

    21세기 미국과 중국 사이에 패권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런 새로운 현상을 어떻게 불러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겨난다. 흔히 이것을 ‘새로운 미중 냉전’ 혹은 ‘21세기 미중 신냉전’이라고 부른다. ‘신냉전’(new Cold War)이라는 용어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초강대국 사이의 패권전쟁이었던 ‘냉전’을 차용하여 21세기에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대결에 적용시킨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신냉전’이라는 용어가 미소와 미중 사이의 대결 양상의 질적 차이점을 분명하게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원래 ‘냉전’(Cold War)라는 용어는 미국의 유명한 언론인 월트 리프먼(Walter Lippmann)이 사용함으로써 널리 일반화되었다. 그는 <<뉴욕 헤럴드 트리뷴>>에 당시 미국무성 정책기획실장이었던 조지 케넌(George Kennan)이 ‘X’라는 익명으로 <<외교>>(Foreign Affairs)지에 쓴 글을 비판하는 글을 12회에 걸쳐 실었다. 그 후 그는 그 글들을 묶어서 <<냉전>>(Cold War)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했고 그 이후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초강대국 사이의 패권전쟁을 ‘열전’(hot war)에 대비시켜 ‘냉전’으로 부르게 되었다.

    미소 냉전은 1947년부터 격화되기 시작했지만 1970년대 중반에 이르게 되면 데탕트의 기류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닉슨행정부 당시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가 미국과 중국 사이의 외교정상화를 시도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소련 사이에도 해빙 무드가 형성되었다. 50년 가까운 치열한 냉전 대결에서 이 데탕트 시기는 예외였다. 그러다가 1979년 소련이 아프카니스탄을 침공하고 레이건대통령이 이에 강력하게 대응함으로써 양국 사이에 ‘신냉전’이 도래하게 되었다. 이런 냉전사를 보면 ‘신냉전’이라는 용어를 21세기 미국과 중국 사이의 대결에 적용시키는 것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혼란을 벗어나기 위해서 미중 사이의 대결을 ‘냉전 2.0’으로 규정하는 것이 좋겠다. 과거 미소 대결은 ‘냉전 1.0’으로 자연스럽게 개념화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1.0과 2.0 냉전 버전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점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21세기에 새롭게 전개되는 국제정치의 새로운 현사인 미중 사이의 패권전쟁을 이해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줄 것이다.

    중국은 꾸준한 국력의 부상과 함께 미국의 패권질서에 도전하는 국가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을 국제사회로 끌어내고 자유무역질서 편입을 도와준 것은 미국이었다. 경제적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중국이 1985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에 대해서 낸 무역 흑자 액수가 4조7천억달러이다. 2001년 중국은 자유무역기구에 가입하도록 적극 도운 나라도 미국이었다. 미국은 중국이전후 자유무역질서를 미국과 같이 지키고 북핵 문제와 같은 안보 문제들을 적극 해결해나가느느데 미국과 함께 할 것을 중국에게 기대해 왔다. 그러나 중국은 이런 미국의 기대를 저버리고 주변국들과 영토분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남중국해의 산호초들을 매립하여 군사기지화하고 미국 패권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함으로써 미중 사이에 새로운 ‘냉전 2.0’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2018년 10월 4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워싱턴의 유명한 허드슨연구소에서 대중국 봉쇄정책인 ‘트럼프독트린’을 발표했다. 이 연설에서 그는 중국에게 ‘공정성, 상호주의, 주권존중’ 3대 원칙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 그는 그동안 중국이 이런 원칙들을 어기고 미국에 대해서 ‘경제침략정책들’을 써 왔다고 주장했다. 그 다음날 10월 5일 발표된 미국방성의 ‘미국의 제조업과 방위산업 기반과 공급망 평가 및 강화 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미국의 첨단기술들을 어떻게 탈취해갔는지를 상세하게 폭로하고 있다. 10월 12일 존 볼턴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은 유명한 휴 휴위트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본격적으로 냉전이 시작되었음을 선언했다.

    트럼트대통령은 10월 20과 22일 선거 유세에서 1987년 소련과 체결하고 소련 붕괴 후 러시아와 재합의한 ‘중거리핵전력협정’(INF)을 폐기할 것을 선언했다. 10월 22일 볼턴을 모스크바로 보내서 이 사실을 푸틴에게 통보하게 했다. 이 폐기 선언은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전략으로서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과 핵무기를 타깃으로 한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이 INF에 의해 손발이 묶여있는 사이 중국은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동펑(東風)-27’과 같은 사정거리 3천-4천Km의 중거리핵전력을 많이 생산해서 실전배치했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러시아와 함께 기존 핵협정 수정 협상을 하면서 여기에 중국을 반드시 끌여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상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과 중국의 대결 양상은 무역전쟁을 거쳐서 군사분야로까지 점차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동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있다. 이처럼 전방위적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21세기 미중 사이의 패권경쟁을 설명하기 위해서 ‘냉전 2.0’이라는 용어를 과거 미소 ‘냉전 1.0’과 대비해서 사용하는 것을 그 현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