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정상훈·박철민 등 코미디 대가들과 연기호흡"섹시 이미지 이제 그만… 연기 잘하는 배우 되고파""주량은 '소주 2병'에 '맥주 50캔'… 취해 본 적 없어"
  • 한때 '미쳤어'란 노래로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했던 가수 겸 배우 손담비(36)가 '코미디'라는 장르에 또 한 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영화 '탐정 : 리턴즈'에서 한 차례 코믹 연기를 선보였던 그녀가 영화 '배반의 장미'에선 아예 본격적으로 판을 깔고 '관객들 웃기기'에 나섰다.

    손담비는 이번 작품에서 죽을 각오로 모여든 세 남자에게 미처 밝히지 못한 사연을 간직한 '미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일단 '절반'은 성공했다는 평이다. 첫 주연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하지 않게 동료 배우들과 '치고 빠지는' 연기를 잘 해냈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한 가지 흠은 다소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 영화 흥행 성적이다. '배반의 장미'는 24일 현재까지 3만 5천여명의 관객들이 다녀가 박스오피스 9위를 달리고 있다.

    어찌보면 '흥행 참패'라고도 볼 수 있지만 저예산 영화로 이 정도의 퀄리티를 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는 얘기들도 많다. 더욱이 김인권·정상훈·박철민 등 코믹 연기의 대가들이 한데 뭉쳤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는 게 영화 팬들의 공통된 중론이다.
  • 손담비도 단순한 흥행 성적에 연연하기보다는 팍팍한 우리네 삶에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점에서 '배반의 장미' 같은 코미디 영화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요즘 제 주변을 보면 삶이 팍팍해서 웃음이 필요한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더라고요. 저희 영화가 한날한시에 죽기로 결심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다소 무거운 주제로 출발하긴 하지만 이걸 코믹으로 풀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생각해요. 웃음 세포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꼭 저희 영화를 보시길 강추합니다."

    손담비는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았고, 장르가 (저에겐 조금 생소한)코믹이다보니 처음엔 두려움이 컸지만, 선배분들이 워낙 코믹 연기의 대가들이시라 제가 마음껏 연기를 펼칠 수 있도록 물꼬를 열어 주셨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코믹 연기를 익혔다는 그녀는 "솔직히 어렵긴 하지만 연기를 하면 할수록 빠져 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며 데뷔 10년 만에 비로서 코믹 연기의 맛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 "코미디 연기를 하면서 이런 부분은 저렇게 연기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고 혼자 연구도 많이 했어요. (웃음) 욕하는 장면도 대부분 애드리브로 연기 한 거예요. 물론 선배님들 덕분에 생소한 장르의 연기를 비교적 수월하게 해낼 수 있었죠."

    '열린 촬영'을 지향하는 박진영 감독의 스타일로 덕분에 '배반의 장미'는 마치 코미디프로그램 'SNL코리아'처럼 배우들이 온갖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그 중에서 제일 참신한 아이디어가 반영되는 식으로 촬영이 진행됐다. 관객들이 '두고두고 봐야할' 명장면으로 꼽는 손담비의 걸쭉한 욕설 연기도 그렇게 즉석으로 탄생했다.

    "제가 정상훈 선배님 코앞에서 욕설을 퍼붓는 신이었어요. 감독님이 1분 동안 길게 애드리브를 하라고 요구하셔서 엄청나게 연습을 많이 해갔죠. 진짜 있는 것 없는 것 다 쥐어짜서 연기를 했는데요. 다행히 현장에서 선배님들이 아주 찰지게 잘했다면서 '리틀 김수미' 같다고 칭찬해주셨죠."

    손담비는 '평소에도 욕을 잘하느냐'는 취재진의 짓궂은 질문에 "정말 열받지 않는 이상 욕을 할 일이 거의 없다"고 손사래를 친 뒤 "욕을 잘 못하는 편이라 '욕 선생님'한테 전문적으로 배웠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 극 중 죽음을 앞둔 세 남자와 유쾌한 '술 게임'을 벌이는 장면을 찍은 손담비는 "실제로도 술을 잘 마시는 편"이라며 "소속사 워크숍을 갔을 때 대표님과 맥주를 50캔씩 나눠서 마신 적이 있다"는 믿기 힘든 주량을 공개하기도 했다.

    "소주는 두 병 정도 마시고요. 사실 전 맥주에 강한 편이에요. 소맥(폭탄주)은 한 30잔 정도? 원래 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사회 생활을 하면서 주량이 늘어났어요. 물론 매일 마시지는 못하고요. 한 번 날을 잡으면 이렇게 좀 마시는 편이에요. 이 정도면 애주가 맞나요? 호호"

    이처럼 손담비의 주량이 쎈 이유는,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해온 운동 덕분이다. 수영 12년, 테니스 6년 등, 한 번 시작한 운동은 대부분 끝장을 보는 편이다. 헬스와 필라테스는 기본. 서핑이나 스케이드 보드를 타는 솜씨도 수준급이다. 최근에 다시 테니스 라켓을 잡은 손담비는 조만간 골프도 배울 계획이다.

    "원래 가만히 있는 것보다 활달한 걸 좋아하는 편인데요. 솔직히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운동량을 늘릴 수밖에 없어요. 호호."
  • 현재 배우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손담비는 "이제는 섹시한 이미지보다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인식되고 싶다"며 "가수 활동과 연기를 병행하는 엄정화 선배님을 목표로 더욱더 연구하고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제일 듣고 싶은 칭찬이요? 당연히 연기 잘한다는 거죠. 개인적으로 연기력에 대한 갈증이 있어요. 손담비 하면 이젠 섹시한 이미지보다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하지만 가수의 끈도 놓지 않을 겁니다. 가수 활동과 연기를 병행하는 엄정화 선배님의 모습을 보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더라고요."

    "내년쯤 새 앨범이 나올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 중"이라고 밝힌 손담비는 "욕심 같아선 엄청화 선배님처럼 연기와 노래를 같이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때엔 가수 활동에 집중하게 될 것 같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취재 = 조광형 기자
    사진 =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