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사례… 전 대법관들은 자택, 사무실 등 압수수색
  • '사법 농단'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차량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전 대법원장이 사실상 피의자로 압수수색 대상이 된 것은 헌정 사상 첫 사례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달 30일 양 전 대법원장이 소유한 차량과 고영한 전 대법관의 서울 종로구 자택, 박병대 전 대법관의 성균관대 대학원 사무실, 차한성 전 대법관의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과 법원행정처가 연루된 각종 재판거래 및 법관 사찰 의혹과 관련해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보고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은 지난 2016년 현직 판사가 연루된 부산지역 건설업자 뇌물사건인 '부산 스폰서 판사' 당시 관련사건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그는 또 당시 행정처가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을 비판하는 기획 기사를 작성하고, 한 언론사에 제공하는 등 과정에 개입한 정황도 불거졌다.

    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은 강제 징용 소송을 고의로 지연했다는 의혹에 연루돼있다. 두 사람은 각각 지난 2013년·2014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 참석해 정부 인사들과 함께 재판 처리 방향을 두고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등을 통해 차 전 대법관이 '절차적 문제를 구실로 소송을 지연시키자'고 제안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들의 최종 책임자로 양 전 대법원장을 지목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은 법원에 배정된 공보 예산을 불법으로 모아 비자금을 형성한 의혹에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을 대상으로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은 서울중앙지법 명재권(51·사법연수원 27기) 부장판사다. 명 부장판사는 지난 1998년 수원지검 검사로 부임하면서 검찰에 첫 발을 뗐다. 

    그는 서울동부지검, 청주지검 등을 거쳐 2009년 수원지법에서 법관으로 임용됐다. 명 부장판사는 이후 수원지법, 서울고법 등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2월부터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재판부를 담당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3일 형사단독재판부 1곳을 없애고 영장전담재판부 1곳을 증설하면서 명 부장판사에게 해당 사건을 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