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화 '헨젤과 그레텔'이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담은 현대적인 오페라로 재탄생한다.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윤호근)은 10월 9일부터 1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헨젤과 그레텔'을 선보인다.

    독일 작곡가 엥겔베르트 훔퍼딩크가 곡을 쓰고 그의 누이 아델하이트 베테가 대본을 맡아 완성된 3막짜리 오페라로 1893년 12월 23일 독일 바이마르 궁정극장에서 초연됐다. 이야기는 그림 형제의 동화에 현대성을 가미해 각색했으며, 독일 민요가 연상되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멜로디와 웅장하고 환상적인 오케스트레이션에 담아냈다. 

    윤호근 예술감독은 27일 오후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연습장면 공개 현장에서 "오페라는 어린 시절에 접해야 장르에 대한 이해도와 깊이를 가질 수 있다. 제가 부임한 이후 처음 기획한 '헨젤과 그레텔'은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뛰어난 오페라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함께 바그너의 계보를 잇는 훔퍼딩크의 음악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다"며 "이번 무대를 통해 미래의 잠재적 오페라 관객인 아이들에게 가장 순수하고 본질적인 예술적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이번 공연은 영국 출신의 피네건 다우니 디어(28)가 지휘를 맡는다. 명장 안토니오 파파노의 수제자로 최근 세계 오페라 무대의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독일 레퍼토리에 정통한 연출가 크리스티안 파데와 무대·의상 디자이너 알렉산더 린틀이 호흡을 맞춘다.

    피네건 다우니 디어 지휘자는 "어린이와 어른 모두가 사랑하는 기적적인 오페라다. 훔퍼딩크는 바그너의 제자로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이 작품을 하기까지 1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스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라며 "음악은 순수하고 미지에 대한 위험, 유혹의 요소가 어우러져 있다"고 설명했다.

    연출가 크리스티안 파데는 극의 상황을 헨젤과 그레텔의 꿈속으로 설정했다. 원작에서는 가난한 부부 페터와 게르트루트의 어린 남매 헨젤과 그레텔이 일은 안하고 놀기만 하다가 집으로 돌아온 엄마에게 야단을 맞는다. 

    그러다 저녁으로 먹을 우유가 든 단지를 깨뜨려 화가 난 엄마는 산딸기를 따오라며 아이들은 숲으로 쫓아버린다. 파데는 극심한 빈곤을 경험해 본 적 없는 현대 관객이 이 설정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서곡이 연주되는 동안 헨젤과 그레텔을 대신할 연기자를 등장시킨다.
  • ▲ 왼쪽부터 윤상아, 알렉산더 린틀, 캐슬린 김, 유스티나 그린기테, 피네건 다우니 디어, 크리스티안 파데, 윤호근 예술감독.ⓒ국립오페라단
    ▲ 왼쪽부터 윤상아, 알렉산더 린틀, 캐슬린 김, 유스티나 그린기테, 피네건 다우니 디어, 크리스티안 파데, 윤호근 예술감독.ⓒ국립오페라단
    그는 "이 작품이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극에 내재된 많은 요소가 독일인의 정서와 잘 통하기 때문이다. 훔퍼딩크가 그려낸 집안은 사회적인 설명을 담고 있다. 당시 불평등이 팽배해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동화적인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라 힘겨운 노동, 술, 폭력이 노출된 굉장히 현실적인 가정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노동에 시달리던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숲속에 가서 열매를 따오라는 명령을 받고 집을 떠난다. 숲으로 들어가는 것은 성장의 과정이다. 숲은 본인이 갖고 있는 의식의 심연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상징한다. 아동 심리학자 브루노 베텔하임은 '아이들은 꿈과 악몽이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을 접하고 모래요정, 이슬요정, 마녀 등 낯선 존재들을 만나게 된다. 이 모든 것들을 극복해가는 과정은 성장 의식 속으로 들어가 경계선을 넘어서는 것이다. 극은 시작할 때 천진난만했던 어린이가 아닌 '작은 어른'으로서 마친다. 시련과 극복할 대상은 계속 생겨나기 때문에 성장의 과정은 끝이 없고 무수히 반복해야한다."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은 여자인 메조소프라노가 '헨젤'을 노래하고 남자 테너가 '마녀'를 연기하는 등 성 역할을 바꾼 것이 특징이다. 오빠 헨젤 역은 유스티나 그린기테와 양계화가 소화하고, 여동생 그레텔은 소프라노 캐슬린 김·한은혜가 캐스팅됐다.

    아빠 페터 역에 바리톤 양준모·이혁, 엄마 게르트루트는 메조 소프라노 정수연·임은경이 활약한다. 마녀 역은 테너 정제윤과 민현기가 분하며, 어린이들을 꿈의 세계로 인도하는 모래요정과 아침을 깨우는 이슬요정 역은 소프라노 윤상아가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