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의 소설가 모파상(1850~1893)은 "어떤 여자도 마농보다 더 여자답지는 않다. 감미로우면서도 성실하지 않은 두려운 여성성의 진수를 마농보다 많이 갖춘 여자는 일찍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윤호근)이 2018년 첫 번째 작품으로 욕망의 덩어리 '마농(Manon)'을 4월 5일부터 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오페라 '마농'은 프랑스 소설가 아베 프레보의 자서전적 소설 '기사 데 그리외와 마농 레스코의 이야기'(1731)를 원작으로 한다. 사치와 유혹, 사랑을 모두 쫓다가 타락한 여인 마농과 그녀를 향한 순애보로 가득찬 귀족 데 그리외의 격정적인 사랑을 다룬다.

    프랑스 작곡가 쥘 마스네는 몬테카를로 오페라 감독 라울 군스부르의 의뢰로 '마농'을 5막의 오페라 코미크(프랑스 희가극의 총칭으로 반드시 희극적 내용이 아니더라도 대화로 이뤄지고 대사가 있는 오페라)로 완성했다.

    마정화 드라마투르기(극 연출을 전문적으로 돕는 사람)는 "마농은 아무것도 갖지 못했던 평민이었지만 자신의 치명적인 매력을 통해 부와 권력의 정상에 올랐던 여성"이라며 "18세기가 아닌 물질적 욕망을 좇아 빠르게 변화하는 21세기 현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마농' 전막 오페라가 공연되는 것은 1989년 김자경오페라단의 공연 이후 29년 만이다. 1962년 창단 이래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개해왔던 국립오페라단은 마스네의 오페라 '마농'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같은 원작을 오페라로 만든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는 자주 국내 무대에 올랐지만 마스네의 '마농'은 규모가 방대하고 작품 특유의 예술적 뉘앙스를 완성도 높게 표현하기가 쉽지 않아 만나기 어려웠다.
  • 이번 공연은 현재 미국 샌안토니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인 독일 출신의 세바스티안 랑 레싱이 지휘한다. 연출은 프랑스의 뱅상 부사르가 참여해 작품의 속도감과 시대적 갈등에 중점을 두고 마농의 비극성을 더욱 두드러지게 묘사할 예정이다.

    뱅상 부사르 연출가는 "마농과 데 그르외를 오페라박물관에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젊은이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이라며 "18세기 초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는 마스네의 '마농'이 큰 성공을 거둔 이후에 작곡된 것이다. 푸치니는 마스네 그림자에 가려지는 것이 두려워 많은 구조를 바꿨다. 푸치니는 코믹적이고, 마스네는 사회적이면서 혁명적인 요소들을 많이 내포했다"고 말했다.

    젊고 매혹적인 주인공 '마농' 역은 루마니아의 신예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와 소프라노 손지혜가 열연한다. '기사 데 그리외' 역은 스페인 출신의 테너 이즈마엘 요르디와 유럽 무대에서 각광받고 있는 테너 국윤종이 맡는다.

    마농의 사촌 오빠 '레스코' 역은 한국의 중견 바리톤 공병우가 캐스팅됐다. '그리외 백작' 역의 베이스 김철준을 비롯해 소프라노 신효진·이지혜, 메조소프라노 김윤희, 테너 노경범, 베이스바리톤 우경식·윤규섭 등이 출연해 풍성한 무대를 꾸민다.

    부사르 연출가는 "프랑스어로 하는 오페라는 언어로써 뉘앙스가 많이 달라 언어에 초점을 맞췄다. 언어는 연기뿐만 아니라 음악적인 요소에 영향을 끼친다. 관객들이 무대와 의상, 그 이상의 것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먼 곳에서 만들어졌다는 지리적인 제약 없이 그 어떤 필터도 느끼지 않고 작품을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 [사진=국립오페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