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④ 불법체류자 단속 요구하면 노조가 앞장서서 비난… 만연하는 '한국인 역차별'
  • ▲ 2015년 6월 25일
    ▲ 2015년 6월 25일 "불법체류자 노조 설립은 합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에 환호하는 외국인 근로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 지도층이 적극 지지하는 ‘다문화 정책’은 갈수록 평범한 시민들로부터 반감을 얻고 있다. 그 반감은 한국법을 어긴 외국인을 사법당국이 어떻게 대우해 주는가 하는 데서 더욱 커진다. 불법체류자 문제, 교정당국의 외국인 처우, 범법자를 체포하는 공권력이 오히려 기소되는 현실은 이 나라가 ‘한국인을 위한 나라’인지 ‘한국인을 2등 시민’으로 여기는 나라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불법체류자는 말 그대로 범법자를 의미

    우리나라 언론은 이상한 단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 ‘이주 노동자’가 대표적 사례다. 언론은 ‘이주 노동자’에 대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일자리를 찾아 국내외로 이동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의미대로면 고향을 떠나 서울 등 대도시에서 일하는 젊은 사람들도 모두 ‘이주 노동자’가 된다. 

    그런데 ‘이주 노동자’의 영문 표기는 ‘Immigrant Worker’, 즉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나간 노동자’를 의미한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취업한 IT 전문가, 콘텐츠 전문가, 미국 또는 홍콩, 싱가포르로 취업하러 간 금융전문가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그렇다면 ‘불법 체류자’는 ‘이주 노동자’일까. 국내 일부 언론은 ‘불법 체류자’를 ‘미등록 이주 노동자’라고 표기한다. 이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엿보이는 포장용 용어다. ‘이주 노동자’ 가운데 등록된 사람이 아닌, 그러니까 국내 법률을 어긴 사람이라는 사실을 가리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어느 순간부터 ‘불법 체류자=이주 노동자’, 보다 구체적으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런 이상한 표현의 정확한 유래는 찾을 수 없지만, 소위 '리버럴'을 주장하는 일부 계층을 중심으로 2005년을 전후해 사용하기 시작했음은 알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 말의 기원은 20세기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르크스와 레닌을 신봉하던 볼셰비키들은 소련 정권을 잡은 뒤 1919년 3월 ‘코민테른’을 만들어 세계 공산화를 도모했다. 이때 주장 가운데 하나가 “세계의 공산화를 위해 노동자들은 국적을 떠나 연대해야 하며, 연대를 통해 부르주아지 제국주의 독재 체제를 타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산당 선언에 나온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구호를 실제로 실천하려 했다. 일부 급진적인 파벌은 "완전한 무정부주의"를 주장하며 이민법 자체를 부정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불법체류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불법체류자’가 ‘이주노동자’로 둔갑하게 된 것은 국가와 국가 간의 경계, 체제와 문화의 차이, 각국 법률을 인정하지 않는 일부에 의한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이런 시각이라면 시리아나 이라크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북아프리카 출신의 ‘자칭 난민들’ 또한 ‘이주노동자’라 부르며 대접해야 맞다. 자기 나라에서 취업을 하지 못한 사람이, 합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인건비가 높고 외국인을 우대해주는 나라를 찾아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해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추구하는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는 이슬람이 국교인 나라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 ▲ 2013년 4월 28일 국가인권위 앞에서 노동절 행사를 가진 외국인 근로자 노조가 내건 깃발. 공산당 선언에 나온
    ▲ 2013년 4월 28일 국가인권위 앞에서 노동절 행사를 가진 외국인 근로자 노조가 내건 깃발. 공산당 선언에 나온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문구가 써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노총 “추방당한 미등록 이주노동자께 사과”

    그런 상황에서 2016년 12월 30일 민노총이 불법체류자 단속 및 추방과 관련해 성명을 내놨다. 제목은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으로 거듭나기 위해 반성하고 성찰하겠습니다’ 였다.

    내용은 그해 11월 25일 전북의 한 건설현장에서 5명의 불법체류자가 단속돼 법에 따라 추방당했는데 이때 민노총 산하 전북지역 건설노조가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에 불법체류자 단속을 촉구하고 조력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는 것이었다. 민노총은 성명에서 “단속추방으로 삶이 송두리째 파탄나 강제출국(추방)된 이주노동자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또한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이주노동자들, 차별과 착취에 맞서 투쟁하는 모든 분들께 거듭 죄송하다는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합법적 행정조치를 촉구한 같은 노조원의 요구가 부끄럽다는 말이었다.

    2017년 1월 22일 민노총 산하 건설노조 경기남부 타워크레인 지부가 경기 동탄 2신도시 건설현장에 ‘불법 외국인 체류자 근절 및 생존권 사수를 위한 투쟁’을 외치며 불법체류자의 건설현장 출입을 차단한 적이 있었다. 이때도 민노총은 연대단체들과 함께 타워크레인 지부를 맹비난했다고 보도됐다.

    1월 25일에는 불법체류자들이 주축인 것으로 알려진 ‘민노총 이주노조’가 “모든 노동자는 하나다. 이주노동자도 정주노동자도 민노총의 동지”라는 성명을 내놨다. 

    이튿날에는 과거 ‘다함께’로 불렸던 ‘노동자 연대’가 “건설노동자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지키기 위한 투쟁은 정당하나 이주노동자 배척은 안 된다”는 성명을 내놨다.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불법체류자, 불법취업 외국인을 법에 따라 단속해 달라고 요청한 사람들이, 같은 노조원들로부터 도리어 맹비난을 받은 것이다. 

    불체자 단속한 법무부 직원들이 기소돼

    2018년 5월 제주도에 갑자기 예멘 난민이 수백여 명 몰리고 사회 정서가 바뀌면서 이런 일이 없었을까. 지난 6월 14일 민노총은 “이주노동자 단속추방정책 폐기 및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촉구를 위한 동시다발 행동”이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했으니 ‘민주정부’라는 자칭에 맞게 불법체류자 단속을 중단하고, 모든 외국인이 자유롭게 한국에 입국하고 일할 수 있게 하라고 주장했다.

    민노총은 “법무부의 단속 정책은 지침도 기준도 없다”고 정부를 비난하면서 “이에 민노총과 이주공동행동 등 이주 노동 관련 단체들이 모여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폐기하고 궁극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완전 보장하는 대안적 제도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민노총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흉기를 들고 단속을 방해하는 불법체류자를 무력 진압한 법무부 직원이 한국 검찰에 의해 기소당하는 사례만 보도되고 있다. 자국민 근로자보다 불법 외국인의 편을 드는 희한한 분위기다.

    7월 16일 경남 함안에서 창원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 5명이 우즈베키스탄 출신 불법체류자를 단속했다.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당시 불법체류자는 위험한 물건을 들고 일어나서, 직원들이 몸으로 덮쳐 단속했다고 한다. 불법체류자는 무력으로 진압 당하면서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이 일을 두고 지역 언론과 소위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이 앞장서 법무부를 압박했다. 서양에서는 단속에 저항하는 불법체류자를 사법요원이 무력 진압했다고 비난하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
  • ▲ 난민반대 청와대 게시판의 청원. 이 많은 사람들의 요구를 청와대는 물론 정치권, 정부, 언론은 외면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쳐.
    ▲ 난민반대 청와대 게시판의 청원. 이 많은 사람들의 요구를 청와대는 물론 정치권, 정부, 언론은 외면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쳐.

    정부도 언론도 외면하는 ‘외국인 우대’의 문제점

    민노총 뿐만 아니라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에서도 저소득·비숙련 자국민 근로자들보다 외국인을 우대해주는데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서 가장 많은 참여자 수를 보였던 ‘난민법 폐지’ 청원이다. 첫 ‘난민법 폐지’ 청원은 순식간에 2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누군가가’ 이를 임의대로 삭제했다. 이 소문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두 번째 난민법 폐지 청원에는 무려 71만 명이 참여했다.

    그 와중에도 “난민법 폐지는 불가능”이라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고, 8월 1일에는 박상기 법무장관과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 비서관이 청와대 페이스북 생중계를 통해 “난민법 폐지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자 9월 1일까지 모두 5차례의 ‘난민반대집회’가 열렸다. 지난 9월 1일 5차 ‘난민반대집회’에는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등 정치인들과 우파단체 회원들까지 가세했다.

    ‘난민반대집회’ 참석자들은 "단순히 우리 동네에 시커먼 외국인이 있어서 무섭다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한국인 저소득·비숙련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불법체류자가 사실은 난민이 아니라 일자리를 찾아서 한국에 온 사람들"이라며 "이들 외국인들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추방하거나 입국 못하도록 걸러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들어 예멘과 이집트 등으로부터 ‘자칭 난민들’이 입국하고 있는데, 이는 ‘무사증 제도’를 악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관련 제도를 폐지 또는 전면적으로 개정하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제주도에 온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들이나, 인천국제공항에 입국이 거절되면 망명을 신청하는 이집트 출신자들은 국제선 여객기를 타고 동남아 국가에서 왔다. 이들이 들어올 때의 모습을 보면 신형 스마트폰에 서구식 복장을 하고 있었다. 나이대가 20~30대로 보이는 남성들이 대부분이다. 이 점 또한 ‘난민반대집회’ 참석자들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인다. 

    제주도의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나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온 이집트 출신 망명 신청자들 중에서, 한국 정부가 받아들이는 경우는 전체의 2% 남짓이라고 한다. 하지만, 신청에서 탈락된 사람들의 70% 이상이 심사를 받는 기간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난민 또는 망명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를 적용하면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외국인에게 대단히 우호적인 나라로 분류된다.
  • ▲ 2017년 4월 천안교도소에서 형기가 거의 끝난 외국인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취업지원을 해주는 모습. 여기서 취업한 외국인들은 본국으로 돌아가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입사하게 된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4월 천안교도소에서 형기가 거의 끝난 외국인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취업지원을 해주는 모습. 여기서 취업한 외국인들은 본국으로 돌아가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입사하게 된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직 대통령보다 더 대접받는 외국인 흉악범들

    범법자들을 구금하는 교정시설에서도 외국인은 특별대우를 받는다. 현재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이명박-박근혜 前대통령은 3~4평 규모의 좁은 방에서 다른 구치소 수감자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 예전에 비해 시설이나 처우가 훨씬 좋아졌다고 해도 냉난방이 제대로 안 되고 자유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때문에 가끔 언론보도에 비치는 전직 대통령들의 얼굴을 보면 건강이 안 좋아 보인다.

    반면 외국인 전용 교도소는 그럴 걱정이 거의 없다.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에 있는 외국인 교도소는 2010년 2월 23일 문을 열었다. 외국인 범죄자 가운데 흉악범은 대전교도소 외국인 사동 등에 수감되고, 소위 ‘모범수’ 이곳에 수감된다고 한다(그 모범수 가운데는 이태원 버거킹 살인사건의 범인 아서 페터슨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이곳 시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국민들 사이에 “이게 교도소냐 호텔이냐”며 교정당국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천안 외국인 교도소는 외국인 범죄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생활안정을 도모한다면서 원예·배관 등의 직업 훈련과 한국문화 교육, 한글 교육을 제공한다. 범죄자들의 ‘정서 순화’를 위해 그림 그리기나 사물놀이, 서예 교육 등 취미활동도 보장해 준다. 외국인 범죄자들이 생활하는 방은 4~12인이 지낼 수 있는 이층 침대방으로 꾸며졌다. 개인 옷장도 있다.

    교도소 본관 건물에는 수감자들이 쓸 수 있는 다목적 홀이 마련돼 있고, 이들의 건강을 지켜주기 위한 운동시설도 있다. 종교나 식성에 따라 요리를 제공하고, 영어·중국어·러시아어·아랍어 위성방송도 볼 수 있게 했다. 세계 각국 언어로 쓰인 책 5,700여 권이 있는 도서관도 마련돼 있다. 심지어 교도소 내에 국제전화로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공중전화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악명 높았던 중국인 살인범 ‘오원춘’이나 ‘아덴만의 여명’ 작전 때 붙잡혀 한국에 압송된 소말리아 해적과 같은 외국인 흉악범들이 수감돼 있는 대전교도소 외국인 사동도, 천안 외국인 교도소만큼은 아니지만, 한국인이 수감되는 곳에 비해서는 시설이 훨씬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다보니 소말리아 해적들이 재판에 나와 “한국으로 귀화하고 싶다”는 말까지 하는 것이다.

    중국이나 중남미, 유럽 등에서 현지법을 어겨 수감된 한국인이 1,200여 명. 이들이 갇혀 있는 교도소는 자국민이 수감되는 곳보다 훨씬 열악하다. 한국만이 외국인을 이처럼 우대해주는 이유는 뭘까, 혹시 DNA 안에 ‘사대주의’가 새겨져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