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있어야 소득주도성장도 가능… 소득 줄어드는데 '평등'만 강조하면 경제 엉망 돼"
  • ▲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꿈꾸는 나라는 누가 살 수 있는 곳일까. 기업이 살 수 있을까. 소상공인은 살 수 있을까. '국가의 내일'이라 부르는 청년은 살 수 있는 곳일까.

    문재인 정부 1년, 한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각종 경제 지표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고,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폭풍 인상'에 영업장을 등지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에게 사형선고다. 제발 살려달라" "소상공인도 국민이다"를 외치며 정부의 경제 실정(失政)을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구동성으로 "소득주도성장은 허구"라며 "한시바삐 경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자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말 대신 '포용적 성장'이라는 느슨한 수사(rhetoric)를 가져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고 있다. '포용' '분배' '평등' 듣기 좋은 수사가 넘치는지 몰라도 국민의 지갑은 비어간다. 

    자유한국당의 '고수 경제통'이라 불리는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군·초선)은 7일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 상황과 해법을 이렇게 제시했다. 

    추 의원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오리건대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5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공직의 길을 걸었다. 경제기획원을 거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을 지낸 대표적 정통 경제관료다. DJ(김대중)정부를 비롯해 MB(이명박) 정부까지 역대 대통령이 인정한 경제 전략가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정체불명'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추경호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을 '정체불명의 정책' '성장도 복지도 아닌 어정쩡한 정책'이라고 혹평했다. 

    추 의원은 "경제는 과학인데 현 정부는 경제적 사실인 통계를 분석해 대책을 만들지 않고, 정치적 편향성과 선입견을 가지고 경제를 분석하는 굉장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학 교과서에도 없고 족보에도 없는 무리한 발상을 하고 있다"며 "소득주도성장은 최초 소득이 늘어야 실현 가능한 이론인데 최초 소득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이 빠져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바로 내가 소득주도성장이 허구라고 지적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최초 소득 증가 ▷ 소비 증진 ▷ 경제 활성화 ▷기업 투자 증가 ▷ 경제 성장 ▷ 소득 증가라는 '선순환 구조'라고 홍보한다. 

    그러나 추 의원은 정부 정책에는 '최초 소득 증가를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이론과 정책이 빠져 있기 때문에 애초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추 의원은 "결국 현장이 말해준다"며 "소상공인들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할 수 없으니까 단체 행동을 하고 거리로 나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1년 전에 비해 1·4분기 자영업자 매출이 12% 정도 줄었다"며 "소상공인도 장사가 잘되고 버틸 수 있다면 거리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단기간에 급격하게 인상하는 속도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 ▲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세금으로 최저임금 보전... 국민 동의받았나 

    추경호 의원은 "현장에서 대폭 인상된 최저임금 감당 못하겠다고 아우성치니까 정부가 일자리 안정자금을 만들지 않았느냐"며 "어느 나라 국민이 일반 기업 임금을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에 동의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세금을 퍼줘서 소득을 올리겠다는 것 자체가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법"이라며 "애초에 성공할 수 없는 정책이니 전환하라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가 재정을 조금 쓰면 어떠냐'고 하지만 최저임금을 올리면 일부는 잠시 좋을지 몰라도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심대한 타격을 받은 영세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일자리를 줄이면서 오히려 임금 소득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그 증거로 지난 5월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을 제시했다. 이는 상위 20%(5분위)소득을 하위20%(1분위)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계층간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지표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지난해보다 8% 급감했지만 상위 20%는 9% 이상 늘었다. 그 결과 소득5분위배율이 5.95배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높아 소득분배가 개선은 커녕 최악을 기록했다. 

    ◆경기침체가 신자유주의 때문이라고? 

    추경호 의원은 경기 침체 원인을 우파 정권의 신(新)자유주의 정책의 결과로 돌리는 좌파 진영의 주장에 대해 "정부는 기승전 '과거 정부 탓', 기승전 '재벌 때리기', 기승전 '세금 퍼주기' 형태로 대응한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은 "문제의 실체는 보지 않고 남 탓만 하면 해법은 제대로 안 나 온다"며 "정부 초기에는 변명이 통할지 몰라도 벌써 1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는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운전대에 앉았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며 "벌써 정부 정책 운용 1년에 대한 지표는 전부 나왔다"고 했다. 

    이어 "고용 투자, 소득분배, 기업 소비자의 경제 심리, 투자 지표가 전부 악화했다"며 "정치는 말로 가능할지 몰라도 경제는 수치로 나오기 때문에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 ▲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7일 뉴데일리와 인터뷰하는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7일 뉴데일리와 인터뷰하는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정부, 사회주의적 경제 추구 

    추경호 의원은 조심스럽게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이 사회주의적 경제로 가는 경향을 보인다"며 "사회주의적 편향성을 가진 국가개입주의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다 같이 소득을 평등하고 격차 없게 나누자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사회주의 경제 철학은 '평등'을 이야기했지만, 이를 현실에 적용했을 때는 소득 격차가 더 커지고 경제 활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베네수엘라, 쿠바, 북한 등 사회주의 경제 실험을 하다 망한 역사적 경험이 수없이 많다"며 "베네수엘라의 경우 자국에서 나오는 석유로 국가 재정을 다 같이 나누자는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다가 정부가 모든 것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면서 경제가 엉망으로 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 같이 잘살고 평등하게 살자는 사회주의 경제철학이 이슈로는 듣기 좋을 지 모르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되었다"고 강조했다.  

    ◆국가 재정건전성에 심각한 '문제'

    추경호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복지 확대'가 국가 재정 건전성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한 보고서에서 "정부가 지난해 4대 주요정책(공무원 증원, 아동수당지급, 기초연금 인상, 최저임금 지원) 시행만으로도  2060년이면 국가 부채가 200%(194%) 가까이 된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인구 구조상 가만히만 있어도 복지 수혜자가 늘고 재정 부담이 늘어나게 돼 있다"며 "무리하게 늘릴 필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 경영을 위해선 중·장기적인 재정 건정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권 초기에 선심성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식의 정책이 난무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국가가 나서서 국민의 삶을 책임지려는 정부 만능주의 사고에 물들어 있다"며 "시장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정부 만능주의는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세금 퍼주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경제 문제, 핵심 원인은 결국 '사람' 

    추경호 의원은 문재인 정부 경제 실정의 '원인'엔 결국 청와대에 포진한 인사에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추 의원은 청와대에 포진한 인사들이 '반(反)기업' '반(反)시장' 적인 경제 인식에 경도돼 있다고 봤다. 

    추 의원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기업이 꽃"이라며 "대기업 자체를 죄악시하면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투자 일자리가 생기지 않고 성장이 멈추거나 퇴보한다"고 했다.

    그는 "대기업의 불투명한 경영, 불공정한 거래 등 위법적인 행태는 바로잡아야 하지만,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해서 죄악시하고 망신 주기 식으로 간다면 기업이 미래성장동력을 이끌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사회민주주의 성향의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도 노동개혁과 규제개혁에 나서고 있다"며 "우리나라만 시대를 역행해 법인세도 올리고 기업을 적폐 대상으로 몰아가 망신 주기·기죽이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이 대통령의 생각도 있겠지만, 정권을 창출한 주도 세력, 결국엔 '실세'로 불리는 사람들의 생각이 아니겠냐"고 했다. 

    추 의원은 최근 '청와대가 김동연 부총리의 삼성 방문에 대해 정부가 재벌에 투자·고용을 구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전한 한 매체의 보도를 예로 들었다. 

    그는 "청와대에서 진짜 주인 행세를 하는 실세가 김동연 부총리에게도 '삼성 가서 구걸하지 말라'는 압박의 메시지를 낸 것 아니겠냐"며 "표면상으로 경제각료가 문제인 것처럼 지적하는데 진짜 문제는 청와대 핵심라인의 인식이 문제다. 경제부총리에게 책임지고 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했다. 

    ◆한국 경제 '체질 개선' 시급 

    추경호 의원은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막고 있는 담을 헐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 부문 개혁' '노동 유연성 확보' 등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 의원은 "지난 정부(박근혜 정부)에서 공공부문 비효율성을 개혁하자고 해서 어렵게 성과 연봉제를 도입했는데 막혔다"며 "공공부문에만 가면 '효율성'이라는 잣대가 사라진다"고 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아주 큰 걸림돌이 대기업 강성노조"라며 "생산성에 비해 너무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로 가서 돌아오지 않는다"며 "노조에 비판적인 세력을 모두 적폐로 몰아내고 기업을 창피 주려고 한다면 진정한 경제 개혁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산성에 부합하는 사람이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기업도 상황에 따라 언제든 쉽게 채용하고 경영이 어려우면 인력을 줄일 수 있도록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야 젊은 층도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업 기 살리는 정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과거를 쳐다보면 지지자들은 좋아할지 몰라도 그렇게 되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정권은 5년으로 유한하지만 대한민국 경제는 영원해야 한다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국정을 운영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추경호 의원은...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 오리건대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5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들어섰다. 경제기획원을 거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을 지내는 등 실무 능력을 인정 받은 정통 경제관료다.

    김대중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들어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실과 정책기획수석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비상경제상활실장을 지냈다. 

    20대 총선에 고향인 대구 달성군에 출마해 당선된 후 전반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와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맡는 등 한국당에서 경제통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