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달아 뽑히는 '안보 대들보'… 지난 1년간 생긴 일

전차 방호벽 철거→ 해안 철조망 철거→ GOP 철수 검토→ 한미훈련 중단→ 기무사 수사→ 다음은?

전경웅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7.12 08:30:11
▲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뉴데일리 DB.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 ‘적화통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니 지금도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 덕분에 더욱 살기 좋아졌고 남북정상회담과 美北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대화 분위기가 조성돼 평화가 찾아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밝힌 안보 정책들을 보면 누구의 말이 맞는지 판단하기 쉬울 것이다.

4월 23일;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국방부는 지난 4월 23일 자정을 기해 휴전선 일대에 배치돼 있던 대북 확성기의 방송을 중단했다. 2016년 1월부터 본격 시작된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이 매우 껄끄러워 하던 심리전 수단이었다. 국방부는 이어 5월 1일에는 대북 확성기 40대(차량식 24대, 고정식 16대)를 모두 철거한다고 밝혔다. 160억 원 이상을 들여 마련한 장비는 다시 창고 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사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심리전 기능을 상실한 것은 2017년부터다. 지난 2월 22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학용 의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합동참모본부가 ‘김정은 위원장을 대놓고 비난하면 오히려 북한 주민들의 반감을 산다’며 지침을 바꾸면서 북한 정권에 대한 비난 내용이 모두 사라졌다”고 폭로했다.

4월 17일; 대전차 방호벽 철거 시작
강원도 등에서 일찌감치 철거되는 중이던 대전차 방호벽의 제거 또한 속도를 내게 됐다. 2017년 11월 20일 ‘뉴시스’는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지촌리 국도 56호선에 설치된 대전차 방호벽이 오는 22일 철거된다”고 전했다. 2018년 4월 17일 SBS는 “경기 북부 지역 곳곳에 있는 대전차 방호벽 철거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SBS는 “경기 북부에는 대전차 방호벽 160여 곳이 있다”면서 “오늘 경기 연천군에 있는 대전차 방호벽 한 곳을 철거한다”고 덧붙였다.

6월 14일; 판문점 일대 무장해제 합의

6월 14일 열린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는 “휴전선 일대 비무장화의 시범 사례로 판문점 일대에 있는 무장을 모두 없애는 방안을 향후 논의한다”는데 양측이 합의했다.

7월 1일; 비무장지대 군 부대 신축공사 전면 보류

7월 1일에는 “국방부가 비무장 지대와 근접 지역 부대에서의 신축 공사를 전면 보류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국방부는 “전투지역전단(FEBA, Forward Edge of Battle Area) 가운데 A지역에 있는 90~100여 부대에서 올해 계획 중이거나 내년 예산에 반영한 시설 신축공사를 잠정 보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남북관계 진전으로 안보 상황에 큰 변화가 오면 최전방 지역 군사시설에도 변동이 생길 수 있다”면서 “군 부대 신축공사 보류는 나중에 시설물 철거를 할 때 생기는 ‘매몰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혀, 해당 조치가 남북정상회담 때 나온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는 차원 이상임을 암시했다.

국방부가 말한 FEBA의 A지역은 군사분계선(MDL)에서 7~10km 가량 떨어진 최전방 지역으로 대부분 민간통제구역에 속한다.

▲ 2015년 10월 중부전선 GP를 찾은 이순진 당시 합참의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7월 6일; DMZ 98개 군부대 철수 검토
7월 6일에는 ‘아시아경제’가 “비무장 지대(DMZ)에 있는 98개 군부대를 철수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야당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아시아경제’는 “지난 6월 20일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 등 실무자들이 송영무 국방장관에게 DMZ 일대 평화지대화를 가정한 부대 재배치 방안을 보고했다”는 야당 관계자의 말도 덧붙였다.

과거 만들어진 ‘국방개혁 2.0’에서는 DMZ 안에 있는 전방초소(GP)와 관측소(OP), 일반 전방초소(GOP) 등의 소규모 부대를 대대급으로 통폐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판단에 따라 DMZ 일대에 주둔 중인 부대를 완전히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6일 군사소식에 정통한 야당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 등 실무자들이 송영무 국방부장관에게 DMZ 일대 평화지대 조성을 가정한 부대 재배치 방안을 보고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6월 14일; NLL 서해평화수역 설정… 남북 의견교환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온 판문점 선언 제2조 2항에는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하였다”는 대목이 있다.

판문점 선언이 나온 뒤 국내 일각에서는 “서해평화수역을 조성하려면 NLL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는 5월 5일 연평도에 장관들을 보냈다. 이날 연평도에 간 송영무 국방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는 북방한계선(NLL)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 정책의 전제”라면서 “공동어로수역을 만들던 평화수역이던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전까지는 NLL에 손을 댈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국방부 또한 ‘연합뉴스’에 “NLL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언론과 학계 등에서는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NLL 일대에서의 평화수역 설정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으며 군불을 땠다. 6월 14일 회담 당일 서해평화수역에 대한 남북 간의 의견 교환이 있었다는 보도는 나왔지만 구체적인 결론은 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7월 4일; 해안 철조망 철거 시작

해안 철조망 제거도 논의되고 있다. 동해안에서는 해수욕장 관광객, 지역 주민 민원 등으로 인해 12년째 철조망을 철거 중이다. 그러나 서해안에서는 북한 무장공비 침투 등을 우려해 철거 작업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서해안에서 해안 철조망 철거 작업이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7월 4일 ‘동아일보’는 “인천시와 군 당국이 2015년부터 논의해 온 결과에 따라 인천 해안가에 설치해 놓은 철조망 철거 작업이 곧 시작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와 청라국제도시 일대의 철조망은 주민들에게 불편을 준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강화군, 특히 북한과 1km도 떨어져 있지 않은 교동도 일대의 철조망 철거를 요구하는 주장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 6월 12일 싱가포르 美北정상회담 당시 악수하는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트럼프 美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한미연합훈련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6월 17일; 한미 연합훈련 잠정 중단

美北정상회담 이후에 결정된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2017년 5월부터 제기됐다. 당시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 즉 동결하는 대가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중국이 주장하는 ‘쌍중단’과 같은 맥락이어서 큰 논란이 됐다. 문정인 특보는 2017년 9월, 2018년 2월에도 같은 주장을 폈다.

美北정상회담 이후인 지난 6월 17일에는 “지금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의 적기(適期)”라며 “트럼프 美대통령의 이런 ‘좋은 제스처’가 북한 비핵화 행보를 가속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특보는 이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훈련 중단은 축소나 폐지의 의미가 아니라 ‘협상이 지속되는 한 연기하겠다’는 좁은 의미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7월 10일; 독자 실시 '을지훈련'도 잠정 유예

문 특보의 주장 이후 한미 양국은 실제로 연합훈련의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한국 정부의 행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7월 10일 정부는 독자적으로 실시하는 ‘을지훈련’도 잠정 유예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훈련 중지 선언이었다. 국방부 안팎에서는 앞으로 군의 주요 훈련들이 실시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월 10일; 기무부대 수사 지시

군 내부의 간첩을 색출하고 ‘쿠데타’와 같은 불온한 움직임을 예방하는 국군기무사에도 큰 변화가 닥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 나온 ‘기무사 계엄 검토 문건’ 논란이 점차 커지고 있다. 거의 비슷한 시기 기무사는 전국 광역 지자체에 설치돼 있는 ‘60단위 기무부대’의 해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60단위 기무부대가 각 지역에 주둔해 있는 군단, 사단 기무부대를 지휘하는 것이 ‘옥상옥(屋上屋)’ 구조로 비효율적이며 자칫 정치적 행동에 빠질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 부대 소속 요원은 기무사 전체 인력의 25% 가까이 된다.

여당은 기무사의 이런 개혁 발표에도 만족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 방문 중에 “국방부 장관과 육군을 배제한 독립 수사단을 구성해 기무사 계엄 문건 사건을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두고 국방부 안팎과 여권에서는 기무사 해체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해체를 공언했던 국정원은 아직 그 이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공수사와 국내보안, 국내정보를 담당하던 사람들 대부분이 재교육 이후 타 부서로 발령받았다고 한다. 군 안팎에서는 기무사 또한 국정원과 거의 비슷한 전철을 밟지 않겠느냐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경찰의 조정 기능이 폐지되면서 대공수사 및 국내 방첩 역량에도 한계가 온 상황에서 국정원에 이어 기무사까지 조직을 축소하게 되면 국내 안보에는 큰 구멍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쏟아져 나온다.

▲ 북한 장사정포와 방사포를 박살내기 위해 개발한 KTSSM 시험발사 모습. ⓒ'월드 웨폰' 유튜브 채널 캡쳐.
7월 2일; 대북 전력사업 재검토

북한이 비핵화는커녕 연례 훈련도 변함없이 실시하는 상황임에도 한국 정부 수뇌부는 군의 차세대 전력 도입 사업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7월 2일 ‘문화일보’ 등 국내 언론들은 “국방부가 ‘국방개혁 2.0’을 대폭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3대 축’ 사업과 육군의 대북타격전력, 공격·수송헬기 사업 등을 대폭 축소 또는 중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국방부는 2017년 개발에 성공한 사거리 800km의 현무-2C 탄도미사일 사업은 대폭 축소하고, 지하시설 파괴용 탄도미사일(SRBM) 가칭 ‘현무-4’ 개발 계획 등도 보류 또는 사업 재검토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 체계들은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 대량응징보복(KMPR) 수단으로 사용할 무기다.

장사포 요격 미사일 사업 재검토
뿐만 아니라 국방부가 북한 방사포와 장사정포 공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개발한 신형 전술지대지 유도탄(KTSSM)의 양산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 5년 동안 1,600억 원을 들여 개발을 마친 ‘철매-2’ 지대공 요격 미사일 사업은 재검토를 지시했다. KTSSM 미사일은 북한의 포 공격에 즉각적인 보복이 가능한 전력이고 ‘철매-2’ 미사일은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과 노동 미사일을 요격할 수단이다.

육군의 장거리 강습 능력과 대전차 능력을 대폭 증강할 수 있는 CH-47 치누크 수송용 헬기 20여 대, AH-64D 롱보우 아파치 공격 헬기 추가 도입, 김정은 참수부대용 특수전용 헬기 도입 사업 예산도 대폭 삭감됐다고 한다. 육군 전차도 현재 2,400여 대 보유한 것을 1,700여 대로 줄이고 K-2 흑표 전차 도입량을 100대에서 200대로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해병 2사단, 육군 7군단 후방배치 논란

차세대 전력 사업만 문제가 아니다. 지난 9일 ‘문화일보’는 군 정보 소식통과 방산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군 당국이 ‘국방개혁 2.0’의 재검토를 통해 해병 제2사단과 육군 제7기동군단의 후방 배치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본지에 “그런 내용을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부정했지만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 윤서인 작가가 본지에 기고한 '조이 라이드' 가운데 한 장면. ⓒ뉴데일리 DB.
양심적 병역 거부도 허용

병무청은 7월 4일부터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입영 연기를 허용했다. 지난 6월 28일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가 필요하다”고 결정함에 따른 조치라고 한다. 국내 일각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하지만 실제 병역거부자의 99.2%가 특정 종교인이라는 점 때문에 사회 전반적으로는 ‘종교적 병역거부’라고 인식한다. 이들의 병역의무 거부를 ‘양심적’이라고 부르는 순간부터 특정 진영이 만든 ‘프레임’에 따르게 된다.

특정 진영에서는 “영국은 1916년부터, 미국은 2차 세계대전 때부터 ‘종교적 병역거부’를 허용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영국과 미국의 ‘종교적 병역거부자’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입대를 한 뒤 비전투요원으로 근무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영국은 1916년부터 대체 복무를 허용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7만 2,354명이 병역 거부를 했다. 이 가운데 2만 5,000여 명은 비전투 요원으로 복무, 2만 7,000여 명은 신체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면제 판정을 받았다. 1만 2,000여 명은 대체 복무를 했다. 모든 복무를 거부한 6,000명은 감옥에 갔다. 이들 가운데 “생명을 빼앗을 수 없다”며 입대 후에 비무장 위생병으로 활약했던 ‘데스몬드 더스(제칠일 안식일 예수재림교도)’의 이야기는 영화 ‘헥소 고지’로 재연되기도 했다.

영국과 미국은 대체 복무를 선택한 사람들을 벌목공과 같이 매우 위험한 산업현장에 투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일각에서는 “병역거부자들을 위험한 대체 복무에 투입해서는 안 되며 현역 복무자보다 더 길게 복무하게 해서도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의 주장처럼 ‘종교적 병역거부자’와 현역 복무자 간의 형평성을 생각하지 않고 대체복무제를 인정한다면 병역 정책에 큰 혼란이 생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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