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김정은, 싱가포르 협상 때 미사일 공장 외장공사 마무리…비핵화 의지 없는 듯”
  • ▲ 함흥 미사일 공장 일대 위성사진. 美北정상회담 9일 뒤 찍은 사진이다. ⓒ美플리냇 랩스 촬영사진-美월스트리트 저널 관련보도 슬라이드 캡쳐.
    ▲ 함흥 미사일 공장 일대 위성사진. 美北정상회담 9일 뒤 찍은 사진이다. ⓒ美플리냇 랩스 촬영사진-美월스트리트 저널 관련보도 슬라이드 캡쳐.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계속하는 와중에 탄도미사일 생산 공장을 확장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美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美월스트리트 저널은 美씽크탱크 ‘미들버리 국제연구소’가 민간위성업체 ‘플래닛 랩스’의 최근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정은이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과 싱가포르에서 만날 때를 전후로 탄도미사일 공장의 외장 공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해당 사진을 분석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에 증설한 공장은 탄도미사일 재돌입체를 만드는 함흥 공장에서 가까운 곳으로, 그 앞에는 폭발물 시험장과 연결된 새 도로와 진입로 등이 보인다고 한다.

    美월스트리트 저널은 “해당 공장은 아시아 지역의 미군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의 고체연료를 생산하는 공장”이라며 “미국이 핵무기와 생화학 무기 및 탄도미사일의 폐기를 압박하는 가운데도 북한은 공장을 증설했다”고 지적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2017년 8월 김정은이 함흥 화학물질연구소에 있는 미사일 공장을 찾아 더 많은 고체연료 로켓 엔진과 탄두를 생산하라고 지시했을 때, 그의 뒤로 북한 국방과학아카데미의 일부 시설을 확장한 조감도를 엿볼 수 있었다. 

    최근 위성사진을 분석한 플래닛 랩스의 데이비드 슈머러 연구원과 미블베리 국제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연구원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용 고체연료 공장을 계속 증설 중이라고 분석했다고 한다. 위성사진 속 미사일 연료 공장은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날 때까지만 해도 그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음으로 미루어 지난 5월과 6월 사이에 건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슈머러 연구원은 “북한 고체연료 미사일의 생산 기반을 확장한 것으로 볼 때 김정은은 그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계획을 버릴 뜻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 ▲ 2017년 5월 '북극성 2형' 탄도미사일 발사 직전 옆에 선 김정은. '북극성'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5월 '북극성 2형' 탄도미사일 발사 직전 옆에 선 김정은. '북극성'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美월스트리트 저널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북한이 발사한 대부분의 탄도미사일은 액체 연료를 사용, 발사할 때까지 몇 시간 동안 작업을 거쳐야 해 신속한 선제공격이 어려웠다”면서 “그에 반해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이 보유한 최첨단 탄도미사일은 조기경보가 어렵고 이동이 쉽도록 고체 연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용 고체연료 기술이 아직은 시험 발사를 해야 하며 장거리 타격이 어려운, 미숙한 상태로 보이며 북한은 이를 사용한 미사일의 사거리 연장을 원하고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017년 5월 북한이 ‘북극성 2형’ 시험발사에 성공했을 당시 김정은이 “완벽”하다고 평가한 뒤 “당이 필요로 하는 전술적·기술적 자료들은 이제 모두 수집됐으므로 이 미사일을 속히 대량생산하라”고 지시한 대목도 소개했다. 美월스트리트 저널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극성’을 포함해 북한이 보유한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1,300km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과 한국 내 미군기지를 공격하기에는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美월스트리트 저널은 싱가포르에서 美北정상회담을 가진 뒤에도 김정은이 비핵화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트럼프 美대통령이 “비핵화를 위한 바른 길로 가고 있다”면서 “더 이상 북한 핵위협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점, 존 볼턴이 美C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무기를 1년 내에 충분히 해체할 수 있다”고 말한 것과 달리 美정보기관들은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포기할 것이라는 데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의도에 근거 없는 희망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지적한 보도는 WSJ에서만 나온 게 아니다. 美워싱턴 포스트도 美국방정보국(DIA)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은 영변 핵시설 외에 ‘강선’ 지역에 비밀 핵시설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곳에다 핵무기와 관련 물질·시설을 보관하며 사실을 은폐하고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