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월 22일 재개관하는 삼일로창고극장 전경.ⓒ서울문화재단
    ▲ 6월 22일 재개관하는 삼일로창고극장 전경.ⓒ서울문화재단
    닫혀있던 '소극장 연극운동의 성지' 삼일로창고극장 문이 다시 열린다.

    서울시(시장 박원순)와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주철환)은 명동성당 사거리 언덕길에 있는 삼일로창고극장을 22일 재개관한다. 2015년 마지막 폐관한지 3년만이다.

    삼일로창고극장은 1975년 창고를 개조한 한국 최초의 민간 소극장으로, 많은 배우와 연출가를 길러낸 곳이다. 개관 이후 약 40년간 279작품이 공연되는 등 소극장 연극의 산실 역할을 했지만 2015년 10월 운영난으로 폐관했다.

    서울시는 공간적·역사적 의미를 이어가기 위해 2013년 12월 삼일로창고극장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했으며, 2017년 건물주로부터 10년간 장기 임차해 서울시 출연기관인 서울문화재단(이하 재단)에 운영을 위탁했다.

    공연장은 개관 당시의 아레나 형태 무대를 최대한 보존해 60석~80석 규모의 가변형 무대를 조성했고, 사방 등·퇴장이 가능한 구조 역시 보존했다. 부속동에는 1층 갤러리, 2층 스튜디오를 조성해 공연장과 함께 다양한 목적으로 쓸 수 있는 공간으로 대관 운영한다.
  • ▲ 삼일로창고극장 운영위원회(사진 왼쪽부터 박지선, 오성화, 이경성, 전윤환, 정진세, 우연)ⓒ서울문화재단
    ▲ 삼일로창고극장 운영위원회(사진 왼쪽부터 박지선, 오성화, 이경성, 전윤환, 정진세, 우연)ⓒ서울문화재단
    재단은 극장장이나 예술감독을 별도로 두지 않고 지난해 6명의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2020년까지 '예술현장과 함께하는 극장', '동시대 창작 플랫폼'을 모토로 운영할 예정이다. 운영위원회의 임기는 2년(1년, 1회에 한해 연임 가능)으로 운영방향 수립, 프로그램 기획, 예산의 결정권 등을 갖는다.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은 "1기 운영위원은 연극뿐 아니라 예술계 전반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각자의 분야에서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를 중심으로 위촉했다"며 "2기부터는 2019년 말 공모를 통해 선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첫 번째 운영위원은 △박지선(프로듀서그룹 도트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오성화(서울프린지네트워크 대표) △우연(남산예술센터 극장장) △이경성(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전윤환(앤드씨어터 연출) △정진세(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인) 등이다.

    이경성 연출은 "젊은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작품이 수면 위로 올라가기까지 여러 주제와 이슈에 대해 담론을 나누고자 한다. 흔히 대학로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닌, 삼일로창고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을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운영 방향을 설명했다.

    이어 정진세 연출은 "사실 민관협력구조다. 공공극장이 미처 하지 못하는 일과 민간극장 혹은 민간 예술인들이 어쩔 수 없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하겠다"라며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더라도 많은 예술가, 관객 등과 같이 공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연 극장장은 "삼일로창고극장은 1975년부터 2015년까지 일관된 정체성과 방향성, 철학을 가지고 운영되지 않았다. 6번의 개·폐관을 겪으면서 운영자들에 따라 상업적이거나 때로는 실험적이고 특성이 없는 등 프로그램이 계속 바뀌었다"고 밝혔다.
  • ▲ 삼일로창고극장 운영위원회(사진 왼쪽부터 박지선, 오성화, 이경성, 전윤환, 정진세, 우연)ⓒ서울문화재단
    재개관 기념공연으로 1977년 초연한 故 추송웅(1941~1985)의 1인극 '빨간 피터의 고백'의 오마주 공연인 '빨간 피터들'(6월 29일~7월 22일) 연작 시리즈를 선보인다. '추ing_낯선 자'(연출 신유청), 'K의 낭독회'(연출 김수희), '관통시팔'(연출 김보람), '러시아판소리-어느학술원에의보고'(연출 적극)를 차례로 만날 수 있다.

    '빨간 피터의 고백'은 카프카의 소설 '어느 학술원에 제출된 보고'를 각색했다. 아프리카 원정대에게 잡힌 원숭이 '빨간 피터'가 진정한 자유를 얻어 인간이 되고자 하는 과정에서 겪는 경험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추송웅이 제작, 기획, 장치, 연출, 연기까지 1인 5역을 맡았으며 초연 당시 4개월 만에 6만 관객을 돌파했다.

    기념전시도 이어진다. 1975년 첫 개관 개막작이었던 '새타니'에서 영감을 받은 설치전시 '언더홀'(6월 22일~7월 21일), 삼일로창고극장의 모태인 극단 에저또(연출가 방태수)의 1966~1977년을 조명하는 아카이브 전시 '이 연극의 제목은 없읍니다'(6월 22일~9월 22일)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삼일로창고극장 공연장 첫 번째 수시대관을 통해 총 9편의 공연이 7월부터 12월까지 열리며, 내년 공연장 정기대관 공고는 2019년 2월 예정이다. 스튜디오 대관은 7월부터 매월 1일 남산예술센터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 ▲ 삼일로창고극장 공연장 내부 모습.ⓒ서울문화재단
    ▲ 삼일로창고극장 공연장 내부 모습.ⓒ서울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