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했다"면서 무릎 꿇더니… 이 와중에 당권 경쟁 벌이다 "친박 목 쳐라" 메모까지 나와
  • ▲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의원총회 후 로텐더홀에서 자유한국당에 등을 돌린 국민들에게 사죄의 무릎을 꿇고 있다. ⓒ뉴시스 사진 DB
    ▲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의원총회 후 로텐더홀에서 자유한국당에 등을 돌린 국민들에게 사죄의 무릎을 꿇고 있다. ⓒ뉴시스 사진 DB
    자유한국당 당권 도전자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6·13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당 수습 방안을 마련하는 데 제동이 걸렸다.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대표는 18일 '중앙당 해체 및 전권을 가진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골자로한 수습 방안을 내놓았지만, 반대에 부딪혔다.

    정진석 의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 권한대행이 내놓은 수습 방안을 겨냥해 "2년 전 그대로 해봐야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라며 "한국당이라는 배는 완전히 침몰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건져내 봐야 다시 쓰기 어려운 상태"라며 20대 총선 패배 직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당을 살릴 외부 비대위원장을 모셔오려고 몸부림쳤지만 다들 심드렁했다"며 "하지하책으로 선택한 말도 안 되는 비대위를 거쳐 전당대회에서 친박 당대표가 탄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허물어진 정당 몇 달 그대로 놔둔다고 무슨 일이 있겠나"라며 "원 구성 등 최소한의 업무는 원내대표가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혁신비대위 구성의 무용론을 펼치며 반대 의사를 피력한 것이다.

    심재철 의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권한대행의 처방은 엉뚱한 것"이라면서 반대의 뜻을 밝혔다.

    심 의원은 "대책을 원내정당, 당 슬림화에서 찾고 있는데 우리 당이 원내정당이 아니어서, 덩치가 커서 패배했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당권 둘러싸고 벌어지는 경쟁으로 해석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갑론을박 사태를 당권 경쟁을 둘러싼 경쟁으로 분석하고 있다. 당권 경쟁자들이 비대위 성격을 놓고 셈을 놓는다는 것이다. '관리형 비대위'를 구성해 조기 전당대회로 가는 길과 '혁신 비대위'를 통해 전당대회를 늦추는 방안을 놓고 당권 경쟁자들의 기싸움이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4선 중진의 한선교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한국당에 김성태를 중심으로 한 어떤 세력이 결집해 있는 것은 아닌가. 이 기회가 비주류에서 주류로의 전환의 계기가 아닌가 하는 염려스러운 걱정도 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염려되는 것은 (선거가 끝난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중앙당 해체와 같은 커다란 플랜을 걸고 나온 것으로 봐서 염려되는 점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김성태 원내대표 혹은 그 부대표들 그룹에서 나오기에는 (중앙당 해체 등 수습 방안이) 너무 큰 일"이라고 말했다. 김 권한대행이 당내 의원들 의견 취합도 없이 급작스레 거대한 혁신안을 발표한 이면에는 누군가 조력자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한 의원은 이날 김 권한대행을 둘러싼 세력이 누군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복당파 의원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고 있다. 

    김무성 의원의 작품? 

    이번 혁신안이 지방선거 직전부터 차기 당권 주자 하마평에 오르내린 김무성 의원의 작품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이미 당 대표를 지내 조기 전당대회에 나올 여건이 안 되는 김무성 의원이 혁신 비대위가 운영되는 동안 숨을 돌리고, 장기적으로 당내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계획을 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당권 도전을 염두에 뒀던 심재철 의원과 정진석 의원이 혁신비대위를 반대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을 것으로 풀이된다. 독자적으로 당권 도전에 나서려는 후보들에게는 조기 전당대회가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사진. 사진 속에는 '친박 목쳐라' 라는 현안 메모를 보고 있는 한 초선 의원의 모습이 담겼다. ⓒ김진태 의원 페이스북 캡처
    ▲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사진. 사진 속에는 '친박 목쳐라' 라는 현안 메모를 보고 있는 한 초선 의원의 모습이 담겼다. ⓒ김진태 의원 페이스북 캡처
    누가 '친박 목을 치라'고 했나? 

    이와 관련해 당내 계파 갈등이 있다는 증거가 될만한 사진이 공개돼 파장이 예상된다. 한 초선 의원이 19일 오전 열린 초선 의원 모임에서 김진태 의원 등 몇명을 친박으로 분류하고 '목을 친다'라는 메모를 보고 있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힌 것이다. 

    김진태 의원은 "우리 당 의원이 휴대폰에 '친박 핵심 김진태 등등... 적으로 본다. 목을 친다!'라고 쓴 것이 사진에 찍혀 공개됐다"면서 해당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현안회의'의 주요 내용이 적혀 있다. 해당 메모에는 '4. 친박, 비박 싸움 격화' '5. 탈당파 비난' '7. 친박 핵심 모인다. 서청원, 이찬우, 김진태 등등', '8. 세력화가 필요하다→적으로 본다/목을 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김 의원은 "겉으로는 반성하니 어쩌니 하면서도 결국 내심은 이것이었나? 잘못하면 당이 해체될 판인데 계파싸움으로 당권 잡아서 뭐 하겠다고 저럴까? 난 탄핵에 반대하고, 문재인 정권과 싸운 거밖에 없는데. 내가 그렇게 미웠을까?"라고 덧붙였다. 이 메모가 특정 계파의 모임에서 나왔다고 본 셈이다. 

    초선 모임에서 메모를 보고 있던 의원이 '복당파'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메모 작성 원안자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성태 권한대행과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 출신 의원 20여명은 19일 비공개 조찬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