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꺾고 '저력' 입증... 자유한국당 조기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
  • ▲ 자유한국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고배를 마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고배를 마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23.34%. 쉽지 않을 것임이 분명했던 선거였지만 그럼에도 보수 지지층의 기대에 못 미치는 득표율임은 분명해 보인다.

    한 때 두 번이나 과반 득표로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당선됐던 유력 정치인이 또 다른 수도권 승부처 서울에서 얻은 득표율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소위 '보수 텃밭'이라 불리던 강남 3구에서도 완패를 면치 못했다. 바로 자유한국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고배를 마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다.

    사실 그의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물론 막판까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이 거론됐고,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기적 같은 역전승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종횡무진 서울 곳곳을 누비는 그의 '저력'에 감탄하는 이들도 다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번 지방선거 출마는 '아름다운 도전' 또는 '당을 위한 희생'의 성격이 짙었다. 그리고 그의 당선 여부보다는 득표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정치인 김문수의 경쟁력을 시험할 수 있는 좋은 무대였던 셈이다. 차기 당권은 물론 대권 주자로의 길을 이번 선거에서 얼마나 닦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였다.

    돌연 대구 출마를 택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가 다시 서울로 향했을 때 여러 곳에서 쏟아진 조롱과 비웃음을 그는 자연스럽게 맞받아쳤다. 정치인의 운명이란 본래 그런 것이라는 점잖고 어른스러운 대응이었다.

    그리고 그는 사과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대구에 뼈를 묻겠다고 했던 과거 발언에 대해 "함부로 그런 말 했으면 안 됐다"고도 했다. 교통, 미세먼지, 주택 등 여러 정책 분야에서 그가 내놓는 공약들은 재선 도지사 출신의 내공이 묻어나오기에 충분했다. 

    ◆ '정치 생명 치명타' vs '당권 도전으로 재기'

    그랬던 그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얻은 득표율은 그의 정치적 미래를 좀처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시각은 두 가지로 엇갈린다.

    일단 아무리 구도상 철저하게 불리한 선거였다지만 23.34%는 그의 정치적 생명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박원순 시장의 득표율 52.79%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득표율은 더 이상 그의 잠재력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상 정치인 김문수의 '퇴장'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한편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가 얻은 서울 득표율 20.78%보다 더 높은 득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그의 '확장성'에 무게를 두는 쪽도 있다. 게다가 그가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19.55%)보다 더 많은 득표에 성공했다는 사실도 유의미하다.

    무엇보다도 '인물난'에 허덕이는 한국당 입장에서 정치인 김문수를 이대로 퇴장시키기는 아깝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성 좌파 노동운동가에서 혁신적 정치인으로 데뷔해 8년간 경기도를 이끌어 호평을 얻었던 그의 정치적 자산이 아쉬운 것은 현실이라는 견해도 있다.

    다시 자유한국당의 미래는 '시계 제로' 상태로 빠져들었다. 당 지도부 총사퇴로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게 되면 이르면 7월 조기 전당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난공불락의 성'과 같았던 서울시장 선거에 계란으로 바위 치는 심정으로 뛰어든 정치인 김문수가 보수 통합을 내걸며 다시 당권 도전의 모험을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돈이 없어서 당사를 캠프로 쓸 수밖에 없다던 그의 '도전 정신' 하나만큼은 여의도 정치권에서 빛을 발하기에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