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법상 상임위 통과부터 어려워… 국회법 87조 해법 될 수 있나
  • ▲ 23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野 3당의 대표 및 원내대표가 국회 귀빈식당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23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野 3당의 대표 및 원내대표가 국회 귀빈식당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野3당이 공동으로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을 제출한 가운데, 과연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실제로 추진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안 제출에 참여한 野 3당의 의석수 자체만 놓고 보면 통과가 가능해보이지만, 선진화법상 본회의 표결까지 가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상임위를 우회하기 위한 방편으로 국회법 87조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野 3당이 얼마나 긴밀하게 공조하냐 여부에 결국 특검법의 명운이 달린 셈이다. 

    지난 23일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野3당의 대표 및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이른바 민주당원 댓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 공조에 합의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3당은 공동으로 특검법을 제출, 본격적인 특검 정국이 시작됐다.

    특검법 제출에 참여한 한국당 등 야3당의 총 의석수는 160석. 만약 특검법이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할 경우 통과는 무난해보인다. 물론 여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통한 표결 지연 가능성도 있지만 결국 표결 자체는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본회의에만 올라가면 특검 통과 자체는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본회의 표결까지 가기 위한 길이다. 일단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바로 담당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 통과다. 각 당 간사의 합의에 따라 심사 법안 순서를 매기고, 또 여야간의 합의 하에 상임위 표결을 한다는 기존의 관행대로라면 특검법이 법사위를 통과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

    물론 법사위원장이 자유한국당의 권성동 의원이기 때문에 상임위원장이 직권으로 특검법을 상정해 표결을 밀어붙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안건조정위원회 신청'이라는 결정적인 카드가 있다. 어떠한 안건이든 상임위에 올라올 경우 국회법상 안건조정제도를 신청하면 무조건 90일간 해당 안건을 논의해야 되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이 90일 동안 특검법 논의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법사위를 통하지 않고 바로 본회의로 직행하기 위해서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소위 '직권상정'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에 따라 상정하도록 돼 있어 민주당 출신인 정 의장이 특검법을 본회의에 상정해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없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이처럼 특검법이 본회의까지 올라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하지만 野 3당에게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회법 87조를 통해 상임위를 우회해서 본회의로 바로 특검법을 올릴 수 있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상임위에서 법안이 부결될 경우 국회의원 30명 이상이 7일 안에 요구할 경우 해당 법안은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되도록 돼 있다. 소위 '죽은 법도 살리는' 조항으로 불리는 이 규정은 지나친 상임위 위주의 국회 운영의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실제 2016년 1월 당시 과반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국회법 87조를 활용, 국회법 개정안을 해당 상임위에서 부결시킨 뒤 곧바로 본회의에 부의시킨 바 있기도 하다. 野3당이 긴밀한 공조 체계 아래 전략적으로 상임위에서 특검법을 부결시키고 본회의로 올린다면 특검법 표결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본회의 통과까지 성공하더라도 마지막 넘어야 할 산은 다름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특검법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는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통해 다시 해당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현재 의석수 현황상 불가능한 셈이다. 야당의 특검 추진을 '무분별한 정치 공세'로 규정하고 국회와의 전면전을 각오한다면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만은 없다. 

    이처럼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간의 팽팽한 신경전과 수 싸움은 앞으로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野 3당은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특검 도입을 계속해서 압박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특검 도입을 '정치 공세'로 규정, 강력한 방어 태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