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너 선생님께서는 제가 조금이라도 얘기하면 '그래 이런 거지' 반응을 많이 해주고 지지하셨다. 선생님이 원하는 방식의 그림으로 갔다고 생각한다. 만약 살아계셔서 '모차르트' 앨범을 들으셨다면 흡족해하셨을 것 같다."

    피아니스트 손열음(32)이 영화 '아마데우스'의 OST를 맡았던 영국 출신의 지휘자 고(故) 네빌 마리너(1924~2016)를 추억하며 "그는 정말 따뜻했고, 책에서 보던 영국 신사 같았다"고 말했다.

    손열음이 2년 만에 공식 앨범 'MOZART(모차르트)'를 오는 20일 발매한다. 이번 음반에는 마리너가 지휘하는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SMF)와 함께 연주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에 소나타 K.330, 변주곡 K.264, 환상곡 K.475를 담았다.

    손열음은 2011년 6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4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결선 무대에서 모차르트 협주곡 21번을 연주하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11살 때 영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1위 없는 최연소 2위를 하는 등 타고난 음악가의 길을 걸었다.
  • 2016년 4월 연주를 위해 한국을 찾은 마리너와 ASMF는 손열음과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으로 무대에 섰다. 당시 마리너는 공연을 끝내고 감사인사를 하기 위해 찾은 손열음에게 "너의 모차르트 연주는 특별하다. 지금 당장 녹음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손열음은 "선생님이 '네가 모차르트를 그렇게 좋아하면 지금 시작해야 협주곡 전곡을 50대에 끝낼 수 있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농담인지 알았다. 재차 물으니 진심이라고 하시더라. 너무 설레는 마음으로 녹음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그해 6월 손열음은 마리너와 ASMF 함께 공연했던 피아노 협주곡 21번으로 녹음을 진행했다. 92세의 고령임에도 악단을 진두지휘하며 녹음 작업을 마친 마리너는 10월 2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너무 충격이 커서 앨범 작업이 완전히 중단됐다. 음반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고민했다. 원래 피아노 협주곡 2곡으로 음반을 내려고 했는데, 기존 계획을 바꿔서 나머지 곡들은 제 솔로곡으로 채웠다. c단조 판타지는 마리너를 추모하는 곡이다."


  • 손열음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줄곧 모차르트를 꼽아왔다. 모차르트가 작곡한 27개의 피아노 협주곡 중에서 21번과 유난히 인연이 많은 손열음은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주고 받는 조화로운 협력을 가장 잘 보여준다. 모차르트가 가장 행복할 때 작곡해 듣는 이들까지 행복하게 하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차르트 음악은 하나의 단면을 묘사하지 않는다. 이중적이고 다면적이고 한 번에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굉장히 아이러니하고, 짧은 음악이라도 오페라 같은 드라마와 스토리가 있다. 모차르트가 진지하고 복잡하게 해석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마리너의 모차르트는 가볍고 쉽게, 사뿐사뿐 앞으로 나간다는 기분을 준다"고 덧붙였다.

    손열음은 올해부터 평창대관령음악제를 이끌게 된다. 1대 강효(73), 2대 정명화(74)·정경화(70) 예술감독에 이은 최연소 예술감독이다. "전임 감독들이 잘했기 때문에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물리적인 나이가 중요하지만 그걸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제 개인의 역량보다는 협동에 의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한편, 손열음은 음반 발매일인 20일 영국 런던 카도간 홀에서 ASMF와 콘서트를 개최한다. 국내에서는 마리너의 2주기를 맞는 10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7일)에서 '아마데우스'를 선보인다.

    [사진=크레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