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문화재단, 국립극단, LG아트센터, 유니버설발레단
    ▲ ⓒ서울문화재단, 국립극단, LG아트센터, 유니버설발레단
    입체파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예술은 영혼에 묻은 일상의 먼지를 씻어준다"고 했다. 한 주를 마무리하는 금요일인 오늘, 미세먼지 걱정 없는 공연장에서 연극, 발레 등을 관람하며 내 안의 감성을 깨워보는 것은 어떨까. 4월 첫째 주 선보이는 문화예술계 소식을 전한다. [편집자주]

    ◇ 2015년 벽산희곡상 수상작 '처의 감각' 다시 원작으로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주철환) 남산예술센터는 2018년 시즌 프로그램 첫 번째 작품으로 '처의 감각'(작 고연옥, 연출 김정)을 4월 5일부터 15일까지 공연한다. 

    2015년 벽산희곡상 수상작인 '처의 감각'은 2016년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이었던 '곰의 아내'(각색·연출 고선웅) 각색본으로 무대화한 바 있다. 

    작품은 삼국유사의 웅녀 신화를 모티브로 '인간의 반은 곰'이라는 무의식에서 출발한다. 어린 시절 곰과 살았던 여자가 곰을 버리고 인간세계로 들어갔지만, 인간들의 잔인한 본성에 환멸을 느끼고 가장 약한 존재가 돼 다시 곰의 세계로 들어가는 여정을 그린다. 

    연출은 연극 '손님들'을 통해 고연옥 작가와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김정이 나선다. 연출가 김정은 인간세계를 겪고 곰의 세계로 돌아가려는 여자(곰아내)가 품고 있는 강한 생명력과 근원의 회복을 드러낸다.

    이를 위해 여자(곰아내) 역에 현대무용가 윤가연이 캐스팅돼 생애 첫 연극 무대에 도전한다. 연기가 아닌, 인간의 몸으로 가장 원초적이고 정직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근원의 감각을 전달할 예정이다. 남자(남편) 역은 2017년 '처의 감각' 낭독공연에 이어 백석광 배우가 맡았다. 

    '처의 감각'은 남산예술센터, 인터파크, 대학로티켓닷컴, 클립서비스, 예스24공연, 옥션 예매사이트 등에서 예매할 수 있다. 오는 14일에는 공연이 끝난 후 고연옥 작가, 김정 연출, 출연배우 등과 함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 ▲ 연극 '말뫼의 눈물' 2017년 공연 사진.ⓒ극단 미인
    ▲ 연극 '말뫼의 눈물' 2017년 공연 사진.ⓒ극단 미인
    ◇ 골리앗 크레인보다 큰 노동자들의 이야기 '말뫼의 눈물'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은 극단 미인의 연극 '말뫼의 눈물'(김수희 작·연출)을 초청해 백성희장민호극장 무대에 4월 6일부터 22일까지 올린다.

    2006년 창단한 극단 미인은 누구나 고민해봤을 보편적 문제,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사회적 문제까지 다양한 주제를 연극에 담아내고 있다.

    2017년 초연돼 호평을 받은 '말뫼의 눈물'은 조선업계 노동자들의 애환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한국에 반복된 조선업의 몰락과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구현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을 밝혀낸다. 

    '말뫼의 눈물'은 스웨덴의 도시 말뫼에 있던 세계적인 조선소 코쿰스(Kockums)가 문을 닫으며 내놓은 당시 세계 최대의 크레인으로, 한국 기업이 단돈 1달러에 사들여 울산에 설치했다. 별칭은 크레인의 해체를 지켜본 말뫼의 시민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데서 유래됐고, 이후 쇠락한 도시와 산업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굳어졌다. 

    '말뫼의 눈물'은 김수희 연출이 발로 뛰며 완성해냈다. 거제도에 살았던 기억으로부터 출발해 조선업계 관련 탐방 기사와 서적을 섭렵했고, 조선업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살아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이번 공연은 크레인 고공농성을 비롯한 주요 장면들의 밀도를 높여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또, 극단 미인의 실력파 배우들은 그동안 쌓아온 연기 호흡을 통해 작품 속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무대 위에 생생하게 펼쳐낸다. 

  • ▲ ⓒLG아트센터
    ▲ ⓒLG아트센터
    ◇ 멀티미디어와 서커스의 아름다운 결합 '보스 드림즈'

    미술사상 가장 신비로운 인물로 손꼽히는 네덜란드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그림들이 환상적인 애니메이션과 아름다운 아크로바틱을 통해 무대 위에 생생하게 살아난다. 

    캐나다의 서커스 단체 세븐 핑거스와 덴마크의 극단 리퍼블리크, 프랑스의 비디오 아티스트 앙쥐 포티에가 협업해 만든 '보스 드림즈'가 6일부터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히에로니무스 보스는 15세기의 작가임에도 특이한 색채와 기괴한 그림체로 천국과 지옥, 인간의 욕망과 타락 등을 표현해 20세기 초현실주의 운동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다. 

    '보스 드림즈'는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서거 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보스 재단의 의뢰로 제작된 작품이다. 2016년 9월 덴마크에서 초연된 후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을 투어하며 유럽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공연은 보스가 살았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 불멸의 화가의 삶과 작품에 숨겨진 에피소드들을 무대 위에 펼쳐 놓는다. '쾌락의 정원', '건초수레', '일곱 가지 죄악과 사말', '바보들의 배' 등 보스의 대표적인 그림들이 등장한다. 

    공연이 시작하면 보스에 대한 연구로 평생을 바친 한 교수의 열정적인 강의가 시작된다. 그는 보스의 걸작 '쾌락의 정원'을 커다란 스크린에 투사한 채 작품의 숨겨진 의미에 관해 설명한다. 

    강의가 한참 이어질 때쯤 스크린 속 보스의 그림이 애니메이션으로 변해 움직이고, 애니메이션은 다시 무대 위의 배우, 세트와 겹쳐진다. 독특한 분장을 한 배우들은 저글링, 핸드 밸런싱, 트라피즈 등의 서커스 기술을 활용해 그림 속 환상적인 세계를 재현한다.
  • ▲ ⓒ유니버설발레단
    ▲ ⓒ유니버설발레단
    ◇ 달빛 아래 흐르는 슬픈 사랑 이야기 '지젤'

    19세기를 대표하는 낭만주의의 대표작 '지젤'이 4월 6일부터 15일까지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 무대 위를 수놓는다. 

    '지젤'은 당대 최고 발레리나였던 카를로타 그리지를 동경했던 테오필 고티에가 하인리히 하이네가 쓴 시구에서 처녀 귀신들의 이야기를 읽고 영감을 받아 썼다. 

    고티에의 각본을 바탕으로 장 코랄리와 쥘 페로가 안무를 짜고 아돌프 아당이 음악을 작곡해 1841년 프랑스 파리오페라극장에서 초연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은 1985년 초연과 함께 한국 발레단 사상 첫 해외진출의 물꼬를 튼 작품이자, 문훈숙 단장에게 '영원한 지젤'이라는 별칭을 안겨준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1841년 초연 당시 안무를 그대로 살린다. 안무는 우아하고 여성스러우면서 아기자기한 원작 특유의 매력이 드러나는 동시에 등장인물의 사회적 계급이 극대화돼 무용수의 드라마틱한 연기가 돋보인다.

    '지젤'은 '백색 발레(ballet-blanc)'로 통한다. 꽃잎처럼 흩날리는 순백의 튜튜를 입고 부드럽게 내려뜨린 가느다란 팔과 앞으로 살짝 기울어진 상체로 공기처럼 가볍게 움직이는 '윌리'들을 보면 왜 백색 발레라고 불리는지 알게 해준다.

    동양인 최초로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가 된 김기민과 예카테리나 오스몰키나, 영국 로열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의 매튜 골딩과 유니버설발레단의 상임객원 수석무용수 나탈리아 쿠쉬가 각각 호흡을 맞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