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냄비 물은 끓는데 개구리들은 모른다

    "4. 3 민중항쟁은 제주 민중이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의 남한 단독 선거, 단독 정부수립 반대와 민족의
    통일독립, 새로운 사회 건설을 열망하며 시작된 노동자 민중의 자주적 투쟁이었다" 조선닷컴 4/2일자.

     위의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일부가 제주 4. 3 사태를 기념하면서 한 말인데, 한 마디로 1948년의 대한민국 건국노선을 ‘나쁜 것’으로 규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건국을 ‘단독정부 수립’이라고 규정하는 것부터가 역사왜곡이고 반(反)대한민국 행위다.

     대한민국을 세우기로 하기 전에 북한엔 이미 ‘인민위원회’라는 단독정부가 수립돼 있었으니 역사왜곡이고, 대한민국 건국의 당위성을 부정하고 있으니 반(反)대한민국 행위라 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이 쯤 되었다.
    백주 대낮에 수많은 조직군중이 광장에 나와 주먹을 불끈 쥐고 이 나라 건국노력을 정면으로 반대한
    행위를 “민족의 통일독립. 새로운 사회 건설을 열망한 투쟁”으로 미화시켜도
    그 거꾸로 선 현상을 이념적-정치적-법률적으로 광정(匡正)하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그 떼거리의 서슬과 위력에 눌려 누구 하나 “아니오”라고 입 한 번 제대로 벙긋하기가 두려워진 세상-
    이게 지금의 대한민국 꼴이다.

     이런 꼴을 무엇이라고 부르는가?
    망조라고 부른다.
    어떤 자는 말한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김일성 만세를 부를 수 있어야 진정한 민주화라고.
    그렇다면 4. 3 사태를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고 민족의 통일독립, 새로운 사회 건설’을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면 그거야말로 갈 데까지 다 간 것, 그래서 ‘진정한 민주화’가 코앞이란 뜻이겠네?
    그러나 이건 대한민국 제헌(制憲)정신이 말하는 바의 민주화가 아니라,
    4. 3 당시 그 주동자들이 부르짖던 바로 그 혁명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 그 혁명이 우리 눈앞에 와있다.
    그 혁명을 저지할 대항력은 이미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힘은 다 망하고 없다.
    상당수 지식인들은 ‘강남좌파’의 입장에서 그 혁명에 동조하고 있고,
    상당수 대중은 항상 그렇듯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고 바랍바를 풀어주라”고 외치고 있다.
    또 상당수는 조만간 외국으로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고,
    또 일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끙끙 앓기만 하다가
    결국 ‘그 날’이 오면 쓰나미에 휩쓸려 갈 것이다.

     쓸데없는 과민이요 과장이라고? 그렇길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혁명의 파도에 적극적으로 대드는 세력이 도무지 눈에 띠이질 않으니
    과민해질 수밖에 더 있나?

     공무원들 특히 사법 권력이 신판 해바라기가 되었다.
    개인적으로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없을 리 없지만, 이럴 땐 개인은 소용없다.

    야당? 심지어는 비(非)좌파 유권자들도 현재의 보수야권을 믿고 따르질 않는다.
    몸을 던져 투쟁을 이끌 열혈(熱血) 투사가 야권엔 없기 때문이다.
    한 3~5명 정도 보인다. 그러나 역부족이다.

     재야 자유민주 우파? 훌륭한 자생적 풀뿌리 우파 시민그룹은 물론 출현했다.
    고교동창 연합, 기수별 국군동지회 등. 하지만 더 꿰어야 보물이 될 구슬들이다.

     미디어? 일부 열심히 만드는 친(親)대한민국 언론들이 있긴 하다.
    그러나 온라인, 오프라인, SNS, TV, 영화, 출판, 동영상이 압도적으로 좌(左)쪽이거나,
    그에 겁먹고 눈치를 보거나, 양시양비론이거나, 적당히 장단 맞춰주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개헌 움직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이 망조는 더 심화될 될 것이다.

    냄비 물이 끓기 시작했다.
    그 안의 개구리들은 그런 사살조차 모른 채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는지 낄낄거리며 산다.
    이게 혁명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우리 현실의 에누리 없는 진면목이다.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2018/4/2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