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에 ‘올인’한 문재인 정부, 여론 악화되자 국방차관 美로 보낸 듯
  • ▲ 29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린다. 사진은 지난 1월 9일 남북 고위급 회담 당시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9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린다. 사진은 지난 1월 9일 남북 고위급 회담 당시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9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린다. 같은 시각 美텍사스에서는 한국 공군 최초의 스텔스 전투기 F-35A 출고식이 열린다. 국민 안전과 국가 안보 측면에서 뭐가 더 중요할까.

    대통령부터 장관까지 ‘올 인’ 한 남북정상회담

    현재 문재인 정부의 거의 모든 관심은 4월 말 판문점에서 열릴 남북정상회담에 쏠려 있는 것 같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은 ‘남북정상회담 준비 위원회’에 장관들이 대거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니 얼마나 관심이 큰 지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고위급 회담도 북한에 제의, 동의를 얻어냈다. 지난 22일 통일부는 “정부는 오늘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남북 고위급 회담을 3월 29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개최할 것을 북한에 제의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우리 측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3명의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고, 회담에서 남북정상회담 일정 및 의제 등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틀 뒤인 지난 24일 북한은 문재인 정부의 제안에 동의했다. 지난 27일에는 통일부가 “29일 열리는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남북 고위급 회담’에 참석할 남측 대표단 명단을 북측에 통지했다”고 밝혔다.

    이날 통일부가 밝힌 남북 고위급 회담 한국 대표단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천해성 통일부 차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었다. 당초 국가정보원에서 차장급 1명이 참석할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막판에 천해성 통일부 차관으로 대체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북측은 이번 회담에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3명의 대표단을 보낸다고 밝힌 바 있다. 29일 회담이 열리면 대다수의 한국 언론들은 그 내용을 속보로 전달하느라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
  • ▲ 한국 공군이 인도받을 F-35A 스텔스 전투기. ⓒ美록히드 마틴社 제공
    ▲ 한국 공군이 인도받을 F-35A 스텔스 전투기. ⓒ美록히드 마틴社 제공
    F-35A 출고식, ‘김정은 참수용’이라서 조용히 치르려 했나

    한편 같은 시각 美텍사스州 포트워스에 있는 록히드 마틴社에서는 한국 최초의 스텔스 전투기 F-35A 1호기 출고 행사가 마무리 된다. 록히드 마틴社에서 ‘AW-1’이라고 부르는 한국군 F-35A는 이번 1호기 출고를 시작으로 앞으로 39대가 더 생산돼 한국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국방부가 지난 22일에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면, 한국 시간으로 28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출고식 일정에 서주석 국방부 차관과 함께 이성용 공군참모차장(중장), 강은호 방위사업청 사업관리본부장, 권혁민 국방부 전력정책관(소장), 김정한 방위사업청 항공기 사업부장(준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방부는 “서주석 국방차관은 이번 방미 기간 동안 엘런 로드 美국방부 획득·운영 차관, 맨 윈터 F-35 통합사업단장 등을 만나 F-35의 안정적인 전력화를 위한 양구의 긴밀한 협력체계 유지와 안보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밝히지 않았지만 서주석 국방차관이 F-35A 1호기 출고식에 참석하게 된 이유는 국민들의 거센 비난 여론 때문이었다. 3월 중순 국내 언론들은 “美텍사스에서 열리는 F-35A 1호기 출고식에 당초 이왕근 공군 참모총장과 전제국 방위사업청장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남북 대화 분위기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치러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는 즉각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퍼다 날라져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평범한 무기가 아니라 총 사업비 7조 3,400억 원이 소요되는, ‘김정은 참수작전’을 백업할 수 있는 전략무기 출고식인데 왜 북한 눈치를 보면서 조용히 치러야 하느냐는 비난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4월 초부터 시작하는 한미연합훈련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로 키(Low key, 행사를 최대한 축소해 벌임)’로 실시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국방부는 물론 문재인 정부를 향한 비난 여론이 점점 더 커졌다.

    여론이 악화되자 청와대에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며칠 뒤 국방부는 “F-35A 1호기 출고식에 서주석 국방차관과 공군 참모차장 등이 참석할 것”이라고 당초 계획을 바꿔서 발표했다. 그제야 비난 여론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 ▲ 지난 28일 中관영매체가 공개한 김정은과 시진핑 中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당시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8일 中관영매체가 공개한 김정은과 시진핑 中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당시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도권 빼앗긴 남북회담, 우리가 운영하는 스텔스 전투기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회담과 F-35A 스텔스 전투기 출고식의 무게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의 안전과 국가안보에 도움이 될 확률이 얼마나 되느냐, 한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느냐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4월 말에 열릴 예정인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이를 준비하는 남북 고위급 회담의 성공적인 성사는 온전히 북한에 달려 있다.

    현재 남북 대화 국면은 2018년 1월 김정은의 신년사로 시작된 것이기는 하나 이를 확대·발전시켜 유지하려 노력 중인 측은 문재인 정부다. 문재인 정부가 북측에게 매우 호의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유지하다 보니 사실상 ‘협상’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에다 각 부처 장관들까지 끌어 모아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지만, 김정은이 만약 “에이, 마음에 안 들어”라며 판을 깨버리면 남북 대화 국면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늘 강조해 온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달성”이라는 정책 기조가 얼마나 허약한 토대 위에서 추진하는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가 예전의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 때처럼 뭔가를 줘가면서 달랠 수도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필두로 미국, EU, 일본, 호주 등이 대북제재를 시행 중이기 때문이다. “인도적 대북지원이어서 괜찮다”며 예전처럼 북측에 퍼주다가는 한국도 제재 대상이 된다. 남북 관계 개선과 긴장 국면 완화가 매우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 목적 또한 국민의 안전과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면 곤란하다.

    그렇다면 F-35A 전투기 인수는 어떨까. 김정은의 조부인 김일성 때부터 최근까지 북한의 행태를 보면 ‘약자에게는 강하고 강자에게는 약한 집단’이다. 美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되면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서양 속담처럼 선전매체를 통해서는 온갖 악다구니를 써대지만 김정은과 그 패거리는 어디론가-아마 땅굴로 짐작되지만-잠적해버린다. 이런 김정은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력 가운데 하나가 스텔스 전투기다. 이걸 드디어 우리 손에 쥐게 되는 일이 국가안보 측면에서 얼마나 큰일인지 문재인 정부는 몰랐던 걸까, 아니면 외면한 걸까.

    문재인 정부 관계자는 “전쟁할 것도 아니면서, 지금은 일단 화해 국면이 조성되었으니 대화에 집중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박할 것이다. 그렇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 정권은 우리의 친구도 가족도 아니고 국가안보를 위해 ‘협상’을 해야 할 대상이면서 적대세력이다.

    문재인 정부가 상대하는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로 미국은 물론 일본과 한국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대와 맞서면서 손에 흰 손수건과 올리브 가지만 쥐고 있으면 상대방이 무기를 내려놓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미국 마피아 사이에서는 이런 속담이 있다고 한다. “상대방과 협상을 할 때는 미소를 짓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런데 거기다 총까지 겨누고 있으면 협상이 실패할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지금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이 머리와 가슴 속에 새겨야 할 속담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