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시기 놓치고 아차했지만 文대통령은 부재 중… 이낙연 총리, 모친상에도 임시국무회의 주재
  • ▲ 이낙연 국무총리가 26일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DB
    ▲ 이낙연 국무총리가 26일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DB
    이낙연 국무총리가 모친상에도 불구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단 한차례의 임시국무회의만으로 심의·의결 절차를 모두 거치면서, 국무회의를 패싱한 위헌적 헌법 개정 논란 또한 계속될 전망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6일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 대통령 개헌안을 심의했다. 이 총리는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로 국회가 개헌 논의의 새로운 국면을 열고 개헌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주시길 바란다"며 "이번의 열 번째 개헌이 그 과정과 내용에서 발전하고 성숙한 국민헌법을 탄생시킬 수 있도록 국민여러분께서 이해해주시고 동참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총리는 "대통령께서는 시대의 요구를 구현하고 여야 공통의 대국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의 '국민헌법자문 특별위원회'를 통해 독자적 개헌안을 준비해 왔고, 그 개헌안을 오늘 발의하기 위해 국무회의 심의에 부쳤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청와대는 국민헌법자문특위로부터 자문안을 받아 이를 토대로 직접 초안을 완성, 조국 민정 수석이 지난 20일 부터 23일까지 3일 간 개헌안의 요지에 대해 발표했다. 청와대는 당초 지난 21일 개헌안을 발의할 예정이었으나 26일로 미루기로 했고, 이날 임시국무회의를 소집해 심의한 후 국무위원들의 서명을 거쳐 의결했다.

    이날 의결된 헌법 개정안은 국무위원들의 서명(헌법적으로는 부서)을 거쳐, 개헌안 국회 송부, 개헌안 공고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문 대통령은 각각 이 과정에서 한 번씩 서명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장에 설치된 컴퓨터 단말기로, 대통령을 수행해 해외에 나간 국무위원들은 해외 현지에서 전자 결재를 하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대통령께 최종 보고가 올라가는데, 대통령 역시 그 시각 UAE에서 전자결재로 재가하게 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 오후 3시부터 3시30분 사이에 국회에 개헌안이 제출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회에 제출하게 되면 제출과 동시에 관보에 헌법개정안을 게재하게 된다. 이때부터 법률적 의미의 공고가 되고, 발의 절차가 완료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청와대 정무수석과 법제처장이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도 지난 20일 직전 국무회의까지 개헌안에 대해 아무런 논의를 하지 않았다. 개헌안을 이미 완성해 주요 요지를 언론에 설명하면서도 정작 정부를 구성하는 국무위원들과는 관련 이야기를 삼간 셈이다. 이에 대해 헌법학계로부터 "헌법개정안과 관련해 국무회의를 열지 않은 것은 일종의 위헌"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헌법재판연구원장을 지냈던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발의 직전 국무위원들이 심의한다고 해도 그건 거수기 노릇만 하는 것"이라며 "왜 현행 헌법을 헌신짝처럼 무시하고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이날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90분만에 대통령령안을 비롯한 국무회의 상정안 60여 개와 헌법개정안의 심의·의결을 모두 끝냈다. 이에 부랴부랴 형식적인 임시국무회의를 통해 개헌안을 졸속으로 입법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게 됐다. 청와대가 발의한 날짜인 26일은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동시투표를 하기 위한 물리적인 데드라인과 맞물린다. 이처럼 더 이상 날짜를 미룰 수 없는 사정 때문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모친상에도 불구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청와대의 일방적 행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3일에 걸쳐 홈쇼핑 광고하듯 개헌 TV쇼를 벌인 청와대가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는 하는둥 마는둥 관제개헌을 국회로 던진다고 한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없애자고 개헌하는 마당에 대통령은 점점 제왕적 대통령이 돼간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렇게 오만 방자한 정권이 헌정 역사상 어디 있었느냐"며 "독단과 아집으로 무대포 발의를 밀어붙일게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개헌을 어떻게 성취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