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민주주의? 홍위병 폭정시대가 달려온다자유시장경제 쫄딱 망하는게 그리 소원인가?
  •  청와대 개헌안은 여러 가지 특기할 만한 변혁을 시사했다.
    그러나 그것을 다 거론하는 건 교과서적인 일반론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중 꼭 두 가지만 골라서 이야기하기로 한다.

    직접민주주의의 확대라는 것, 그리고 지역정부들의 연방국가라는 것-
    이 두 가지를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직접민주주의 확대라는 건 한 마디로 전체주의 변혁을 말한다.

    무식한 자들은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민주주의가 뭐가 나쁘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웃기지 말라.
    대중, 군중, 중우(衆愚)를 선동해 우~ 하고 몰려나가 위력을 과시하고 두려움을 유발해
    매사를 그 뒤에 도사리고 앉은 음모가, 선동가, 조직꾼들의 뜻대로 몰아치는 게
    다름 아닌 직접민주주의라는 이름의 독재정치, 선동정치, 폭민정치, 공포정치다.

     폭력화하고 좀비(zombi)화 한 군중이라는 게 얼마나 무섭고 무지막지하고 잔인한 건 줄 아는가?
    1960년대에 중국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을 가득 메운 홍위병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1970년대 크메르(캄보디아) 폴 포트 공산정권 때 도시 중산층 인텔리 수백만 명을 때려죽인
    소년단도 그 대표적인 사례다.
    말이 좋아 직접민주주의이지 그건 미친 군중들의 발광상태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독재자들이 왜 수십만 군중을 동원해 퍼레이드를 하고 매스 게임을 벌이는가?
    좀비로 부려먹기 딱 좋기 때문이다.
    자유, 인권, 법치는 간접민주주의와 깨어있는 개인들의 세상에서만 가능하다.

     지역분권을 더욱 심화시켜 지방정부들의 연방국가로 가자는 건 다시 말해,
    1948년 8월 15일에 수립된 대한민국 체제를 산산조각 내려는 것,
    그리고 한반도 연방제 통일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자는 것이다.

    도(道)들이 전부 독립국 비슷하게 돼서 8도가 제각기, 제멋대로 따로 놀면
    거기 더 이상 무슨 대한민국이 남아있겠는가?
    지방정부에 따라선 “우린 10. 4 선언이나 유엔 안보리 결의 따위에 구애받지 않고
    김정은 정권을 미음대로 지원하고 그들과 짝짜꿍 하겠다고 할 때
    거기 무슨 ‘1948년의 대한민국’의 원형이 남아 있겠느냔 말이다.

    토지 공개념, 사회적 경제체제, 사람중심 운운 어쩌고 하는 것도 문제는 많지만 여기선 설명을 생략한다. 그리 갈 터면 가보랄 밖에 없다. 살림 결단 나는 건 한 순간의 일이다.
    자유시장경제가 쫄딱 망한 다음
    이른바 민중의 삶이 더 나아질지 나빠질지는 나중에 가서 보잔 말이다.
    대학생 때부터 이를 득득 갈아마시던 자본주의 왕창 깨부수고 원 한 번 어디 실컷 풀어보셔...

     우리가 알아 온 대한민국은 얼마 남지 않은 듯 보인다.
    필자의 착각이길 바란다.
    그러나 필자는 저승 직전에 와있기 때문에 세상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죽으면 된다. 충분히 살았다. 더 많이 살아야 할 사람들이 대처할 일이다.
    끓는 주전자를 만져보고 나서야 “아 뜨거” 하겠다면
    그거야말로 말린다고 멈춰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만져보라는 수밖에.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 2018/3/22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a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