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드라이빙에 끼어드는 아베… 속도전 계획 꼬이나
  •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일본이 동북아 주변국과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피력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관망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일본이 동북아 대화 테이블에 끼어들자 청와대는 내심 속타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16일 오후 45분 간 전화를 통해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가급적 이른 시기에 개최하는데 합의했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에 2002년 9월 고이즈미 총리의 평양선언 상황을 언급하며 남북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북 대화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포함한 북한과 일본 사이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두 나라가 함께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한일 셔틀외교에 대해서도 실무진 차원에서 날짜를 조정키로 했다.

    이같은 일본의 움직임은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미국 보여준 움직임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날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통화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중국·러시아·일본을 방문한 결과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 국가도 미북 정상회담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며 "한반도의 비핵화는 한반도는 물론 세계의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과정으로서 그 어떤 상황과 조건하에서도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북간의 상황 변화나 통상 문제 등 어느것이든 필요할 때 언제든지 전화해달라"고 한 것 외에는 이렇다할 말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움직임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것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협상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한국 대표단이 보다 융통성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문 대통령이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역으로 당부했다.

    이는 일본보다 미국과 대화가 절실한 청와대 입장에서는 난감한 대목일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을 동시에 설득할만한 적절한 안을 만들고, 이후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두 안이 타협되기를 바래야 하는 상황이다. 이낙연 총리가 한미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피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이 끼어들면 문재인 대통령의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최고 속도를 내고 있다. 4월말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5월까지 미북정상회담을 한다는 구체적 일정도 이미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대화 참여는 그 자체로 새로운 변수이자 속도감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대화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시간만 흐른다면 양 정상회담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일본은 납북자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일본이 대화에 낀다면 '당근'도 제시해야한다. 여러모로 부담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한·미, 한·일, 한·중·일 정상회담과 관련 "제일 중요한 남북정상회담은 4월 말에 잡혀있는 것이고, 미북 정상회담이 어떻게 잡히느냐 따라 달린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 사이에 한미정상회담을 넣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나올 것이고, 그러고 나면 한일과 한중을 어떻게 배치할지 3~4번째로 된다"며 "저희가 물론 관여를 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중재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지만 돌아가는 것을 보면 직접 대화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