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환 전 충북경찰청장, 연맹 지부 회장들과 비공식 회동 포착"보수 맏형 자유총연맹에 親文 총재가 웬말이냐" 내부 반발 격화
  • 14일 오후 5시 20분경 박종환 전 충북경찰청장이 자유총연맹 관계자들과 만나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한 식당에 들어가는 모습. 박 전 청장은 30분 가량이 지난 5시 50분경 식당에서 나와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뉴데일리 김태영 기자
    ▲ 14일 오후 5시 20분경 박종환 전 충북경찰청장이 자유총연맹 관계자들과 만나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한 식당에 들어가는 모습. 박 전 청장은 30분 가량이 지난 5시 50분경 식당에서 나와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뉴데일리 김태영 기자

    '보수의 맏형'이라고 불리던 한국자유총연맹이 총체적 위기를 맞았다.

    경희대 법학과 72학번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로 잘 알려진 박종환 전 충북경찰청장이 자유총연맹의 차기 총재에 내정됐다는 설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시민단체인 자유총연맹은 김경재 전 총재가 지난 6일 공식 퇴임하면서 이세창 부총재의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김경재 전 총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며 임기를 1년 남짓 앞두고 사임했다.

    연맹 관계자 A씨는 15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박종환 전 청장의 차기 총재 내정설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부에서 돌고 있는 소문인 것은 맞다. 청와대에서 내정했다는 설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연맹 관계자 B씨는 "얼마 전부터 관련 소문이 돌고 있는데 정부 쪽에서 그런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환 전 청장은 하루 전인 14일 서울의 모처에서 자유총연맹 핵심 관계자들과 비공개 회동을 갖기도 했다.

    <뉴데일리>가 확인한 결과, 박종환 전 청장은 이날 서울 을지로에 소재한 한 식당에서 자유총연맹 전국 시·도 지부 회장들과 만났다. 회동에는 박종환 전 청장을 비롯해 13개 지역 지부 회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전국 연맹 실세들이 대부분 회동에 자리한 셈이다.

    해당 소식을 접한 자유총연맹 서울 본부 관계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본부 관계자들은 박종환 전 청장과 지부 회장들 간 회동과 관련해 "거기서 대체 무슨 얘기가 오간 것이냐, 우리는 전혀 통보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발했다. 

    본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총재추천위원회도 열리지도 않은 상황인데 벌써부터 모여 박종환 전 청장을 총재로 모시듯 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총연맹에는 별도의 총재 선출 규정이 존재한다. 정식 모집 공고 후 입후보자를 추천하고 이사회와 대의원회를 거쳐 승인을 받는 방식이다.

    1차로 연맹 관계자와 외부 법률가 등 11명으로 구성되는 총재추천위원회가 열리면, 이들은 모집 공고에 지원한 입후보자 1명을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 추천한다.

    추천위원회는 수석부총재, 사무총장, 중앙이사 2명, 시·도 지부 회장 2명, 전국 청년·여성협의회장 각 1명과 외부인사 2명 등으로 구성된다.

    연맹의 총재 선출 규정을 감안하면 '내정(內定)'은 사실상 있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별도의 규정을 무시한 채 특정 인물을 총재로 내정한다면 이는 곧 외압(外壓)에 의한 낙하산 인사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연맹 관계자 C씨는 "아직 차기 총재 선출과 관련해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분명 총재를 선출하는 연맹의 규정이 있는데 특정 인사를 중심으로 전국 지부 회장이 모였다는 것은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처사"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내정설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이들이 비밀리에 회동한 것은 차기 총재 선출에 대한 공정성이 이미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종환 전 청장은 사석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재인이'라고 부를 만큼 막역한 사이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간 후원금 1,950만원을 보내며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 활동에 힘을 보탰다.

    박종환 전 청장은 2008년 치안감으로 재직할 당시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경찰 현안과제 4가지를 제언했고, 해당 내용은 2017년 문재인 대선 후보의 10대 공약집에 담겼다. 자치경찰제 도입, 경찰위원회 역할 강화, 수사권 조정 방안 등의 내용이다.

    이를 두고 "박종환 전 청장이 연맹 총재 자리에 앉게 된다면 정부 견제 기능이 무너져 친문(親文) 단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맹 관계자 B씨는 "연맹이 비선실세 친문 모임도 아니고 정계 원로를 그토록 망신주고 내쫓은 후 들인다는 인물이 문 대통령의 45년지기 친구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연맹 내부에는 청와대에서 박종환 전 총장을 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그래도 63년 된 전통이 있는 연맹인데 (박종환 전 청장 측에서) 모이란다고 덥석 참석하는 것이 충성 서약이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유총연맹 본부에 따르면 차기 총재 후보자 모집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박종환 전 청장의 차기 총재 내정설이 현실화된다면 낙하산 인사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세창 총재직무대행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개인적으로 어떤 분이 후임 총재로 오시든 누가 총재직에 지원하시든 환영하지만, 14일 별도의 비밀 회동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굉장한 실망감을 느낀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세창 총재직무대행은 "연맹에도 절차와 정관이 있는데 관계자라는 사람들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특정 인사와 접촉하는 것은 본인의 자리보전을 위해 충성맹세를 한 격이며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에 흠집을 내는 행위"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자유총연맹은 거의 마지막으로 남은 우파 단체이자 반공 단체가 아니냐, 현실화될 지 알 순 없지만 총재 내정설이 사실화된다면 그간 남북 관계에서의 냉철한 분석과 성명을 내왔던 연맹의 역할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뉴데일리>는 15일 오후 박종환 전 총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한국자유총연맹은 1954년 6월 15일 아시아 민족 반공연맹으로 출발해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기치로 내 건 한국 유일의 이념운동단체다. 자유민주주의 가치확산활동, 통일국가 건설 선봉활동, 국민의식 선진화 운동 등에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