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임 핑계로 사회주의로 가는 개헌

"4월 28일까지 국회案 합의하라"… 야당압박하면서도 자문안 조차 공개 안 해

임재섭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3.13 19:26:54

▲ 문재인 대통령과 정해구 국민헌법 자문특별위원회 위원장. 책은 자문위원회가 작성한 헌법 초안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오는 21일 개헌안 발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 자문특별위원회가 작성한 개헌안을 공개하는 대신 대통령 안을 최대한 빨리 마련해 공개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낸다는 점에서 이날 자문특위 보고는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표면적으로 4년 연임제를 내걸었을 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곳곳에서 터져나온 사회주의 개헌안이 그대로 담기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4년 연임제로 여론의 이목을 끈 뒤, 좌파진영의 핵심 이념을 담은 용어를 헌법에 우겨넣을 수 있다는 우려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시한은 법적으로 정해져있다. 그때까지 (국회에서) 합의나 논의의 진전이 없으면 대통령으로서는 발의 하시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발의 시한 문제는 법률적으로 오는 21일까지이지만 정무적으로는 국회 합의·논의에 달려있다"며 "진행상황을 쭉 보건대 국회에서 그런 합의를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회는 4월 28일로 (발의 시한을) 계산하고 있다"며 "대통령 시한과 국회 시한 사이에 약 1달 정도의 차이가 있는데 이 차이가 골든타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개헌 발의의 주체는 국회와 대통령이다. 이 중 대통령안은 국회에서 60일 이내 의결한 뒤 국민투표를 거치도록 돼 있다. 반면 국회는 별도의 국회 심의 절차가 필요 없다. 이를 이용해 대통령안을 발의한 뒤 야당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단 (대통령 안이 발의되고 나면) 여당의 입장에서는 함부로 무시하기 어려운 안이 될 것"이라며 "대통령은 자신의 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야당 지도자를 초청할 수도 있고 국민앞에 설명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개헌안 통과 칼자루를 쥔 국회를 지나치게 자극하는 모습에서 청와대가 또다른 정치적 전략을 감춘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야당을 압박하는 카드로 '4년 연임제'를 내세웠다. 대중에 호의적인 주제로 개헌정국을 이끌면서, 자칫 개헌안이 무산되더라도 '야당 책임론'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로부터 개헌 자문안을 전달받는 자리에서 "만약 지금 대통령 4년 중임제가 채택된다면 지금 대통령과 지방정부의 임기가 거의 비슷해지기 때문에 차기 대선부터는 대통령과 지방정부의 임기를 함께 갈 수 있다"며 "개헌을 하게 되면 선거도 두 번으로 줄이게 돼 대통령과 지방정부가 함께 출범하고 총선이 중간평가 역할을 하는 선거 체제, 정치 체제가 마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국회가 화답하지 않아 안타깝다"며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여부는 국회의 합의와 논의에 달려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권이 권력구조 문제에 대해 견해차가 큰 데 반해 국민 다수는 대통령 중심제를 원하는 것 같다"며 "대통령이 발의하신다면 포함돼 발의할 가능성이 높고 자연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4년 연임제를 제외한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대통령이 자문위원회에 없는 안도 직접 만들어 넣을 수 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자문위 안을 공개하는 것보다는 대통령 안을 빨리 공개 하는 게 낫다고 본다"며 "대체로는 (자문특위가 제안한 복수안을 대통령이) 선택하겠지만 선택할 게 없다고 하면 새 안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잘 아시는 것처럼 헌법은 기본권·지방분권·권력구조·민생주권까지 그 내용이 방대한데, 이것마다 대통령으로서 결심해야할 아주 중요한 쟁점들이 있을거라 생각한다"고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정치권에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사회주의 헌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1월 국회 헌법개정특위 자문위원회의 권고안에는 헌법 전문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삭제하는 대신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사회 실현'을 강조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통일의 전제조건을 규정하는 제 4조에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의한 평화통일'에서 자유를 삭제했고, 기간·파견 근로 사실상 폐지와 정리해고 금지, 노동이사제 등의 조항도 포함됐다. 당시 정부와 여당은 '자문위 개헌안을 참고한다'는 입장이었다.

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개헌에 대한 집착은 좌파 독주, 사회주의 개헌을 위한 일방통행에 지나지 않는다"며 "국회가 개헌논의를 계속하고 있는 만큼 대통령은 국민께 드린 약속을 국회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앞서 지난달 9일에도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개헌' 토론회를 개최, 여권에서 주도하는 개헌안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전영기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개헌의 주도자가 (자문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정해구라는 사람인데 정해구는 '소련군이 진주한 북한에서 반제반봉건혁명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미군이 점령한 남한에서는 혁명이 미군정의 반혁명정책에 의해 좌절됐다'고 했다"며 "산업화와 민주화 혁명을 이룬 나라를 '미군 밑에서 혁명에 좌절한 나라'라고 하는 인간이 무슨 10차 개헌안을 만드느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다른 야당 역시 청와대발 개헌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같은 날 "청와대 주도의 개헌은 여당을 청와대의 거수기로밖에 안 보는 것"이라며 "야당을 철저히 무시하는 제왕적 통치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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