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경기도당 "염태영 시장 행사도 받았으면서… 이중적 처사" 비판… 여당 텃밭이라 눈치 보나
  • ▲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후 경기 수원 아주대학교에서 열린 ‘함께한 시간, 역사가 되다’ 전해철 북 콘서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후 경기 수원 아주대학교에서 열린 ‘함께한 시간, 역사가 되다’ 전해철 북 콘서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아주대학교가 여당 정치인의 행사는 자리를 내주면서도 야당의 행사장 대관 요구는 정치적 이유를 들어 거부해 편향성 논란에 휘말렸다. 6.13 지방선거를 92일 앞둔 시점에서다.

    자유한국당 경기도당은 13일 성명을 내고 "지난 1월 18일 '신년인사회'를 아주대학교 체육관에서 개최하고자 했지만, 아주대 측은  최초에는 행사를 허락했다가, '정치적 행사 불허'를 이유로 이를 일방적으로 번복·거부했었다"며 "그랬던 아주대가 3월 10일에는 문재인 정권의 소위 '실세' 라 일컬어지는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의 출판기념회는 체육관에서 개최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경기도당 임성주 수석대변인은 "4년 전에도 아주대가 민주당 염태영 수원 시장의 출판기념회를 자교의 체육관에서 개최하도록 했다"며 "현재 전해철 국회의원은 경기도지사 도전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상황이고, 4년 전 당시 염태영 수원 시장은 재선 도전이 유력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의 통상적인 신년인사회 행사는 불허하면서, 사실상 출마 목적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인사들의 행사는 허락한 아주대학교의 이중적 처사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매우 심히 위반한 사안이라는 게 임 대변인의 주장이다.

    그는 "가치관이 형성되고 있는 대학생들을 교육하는 대학기관이 '정치적 중립성' 을 지키지 못하고 편향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대한민국의 미래인 대학생들은 균형적인 가치관을 형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주대가 위치한 경기도 수원시는 현재 민주당의 세(勢)가 강한 곳으로 분류된다. 수원시 5개 지역구는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이 모두 차지했다. 다만 1곳은 현재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입당했던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의 지역구다. 현 수원 시장인 염태영 시장도 민주당 소속이다.

    최근 행사를 개최한 전해철 의원은 대표적 '친문' 인사로 꼽히는 인물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아주대 측이 대관 기준을 오락가락 한 것은 현 정권과 여당의 날선 권력에 알아서 '눈치 보기'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전해철 의원의 북콘서트는 수천 명의 관중이 참석해 대규모로 이뤄졌다. 책 출간은 명분으로 내세우고 정치적 친노·친문 친분의 여당 주요 인사를 초청해 경기도지사 출마를 응원하는 축사를 들어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참석 인사들은 특히 "전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공헌했다"도 치켜세우기도 했다.

    민주당 경기도당은 현재 전해철 의원을 차기 지사로 바라보는 기대감 섞인 시선이 쏠리는 분위기다. 이날 민주당 도의원 전체 5분의 4에 달하는 66명 중 53명이 전해철 의원에 대해 '도지사로서 적임자'라며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한국당 경기도당 관계자는 아주대의 편향 허가가 학교가 위치한 수원이 민주당의 텃밭인 점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 "그런 점은 저도 예상하고 있었다"며 "이러한 (여당에 세가 기울어진) 상황이 불편하기 때문에 아주대 측에 '좀 아닌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주대 측은 전해철 의원의 행사가 정치적으로 진행될 걸 미리 알고도 허가해 줬다"며 "행사 종료 후 정치적으로 진행돼 '당황했다'고 내놓은 아주대 측의 해명은 이미 예상됐고, 실제로 당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주대학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학교에서는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키는 행사는 받아주지 않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면서 "자유한국당에서 요구한 행사는 누가 봐도 정치적인 성향을 가진 행사이기 때문에 안 받아주기로 최종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초에 허락했다가 다시 번복한 이유에 대해선 "실무 담당자들 간의 통화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정확하게 정리가 안 된 부분 때문에 잘 되지 않았다"며 "저희는 '장소 물색 차원이라면 한번 보시라'고 말했는데, 한국당은 행사 개최 협의를 가정하에 준비팀이 다 체육관에 와서 봤던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행사에 정치적 중립성을 깨는 내용을 넣지 말아달라고 서약서를 사전에 쓰는 조치가 있었고, 결과적으로 행사가 정치적으로 진행되긴 했지만 서약서상으로는 아주대가 민주당에 별다른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조항은 없다"고 밝혔다. 허울뿐인 서약서가 효력이 없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대목이다.

    그는 이어 "다만 전해철 의원의 경우 출판사를 통해 대관 문의가 들어왔고, 자연인 전해철로서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으로 알고 내줬다"며 "이런 일이 불거져 곤혹스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