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짦은 임기내 위로부터 개혁, 중간 지휘부와의 갈등 극복 가능할까?- 미래안보포럼과 육군본부, 워리어 플랫폼 전시회와 세미나 개최 예정
  • 육군의 개혁에 본격적 시동이 걸렸다. 그 시작은 “워리어 플랫폼(Warrior Platform)”이다. 과연 이 워리어 플랫폼이란 무엇인가?

    ■ 육군 개혁의 시작 “워리어 플랫폼”

    육군에서는 “육군의 가장 기본 전투요소인 각개 전투원이 최상의 전투력 발휘를 위해 착용하는 전투피복, 장구 및 장비가 통합된 전투체계를 총칭한다.”라고 워리어 플랫폼을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일반 독자들을 위해 풀이하면 전투원 한명에게 보급되는 피복류와 개인장구(헬멧, 조끼 등)와 전투장비(개인화기, 광학장비 등)를 통합한 전투체계를 말한다. 

    김용우 장군(육사39기)이 육군참모총장으로 부임하면서 시작된 육군 개혁을 왜 전투원의 통합전투체계로 시작했을까 하는 의문은 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지금까지 전투원 개개인에 대한 발전은 수십 년이 뒤처지고 국방개혁에서도 비중이 떨어져 항상 소외되던 분야이기 때문이다.

  • 그동안 전투원 개개인의 장비문제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국방개혁 2020을 비롯한 수많은 계획들 속에서 이 분야는 늘 빠지지 않고 있었다. 다만 그냥 계획뿐이었던 탓에 이루어지지 못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었다. 

    필자 또한 현역에 있으면서 그러한 계획들이 발표될 때마다 이번에는 뭔가 되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으나 수년간 그러한 기대는 희망사항이 되버렸고 이루어 진 것은 전혀 없었다. 

    필자 뿐 아니라 많은 예비역과 현역들이 같은 마음이었고 기다림에 지친 많은 인원이 전역하거나 현실에 적응해 버렸다. 이러한 사연은 간부로 구성된 전문전투 집단인 특전사 뿐 아니라 육군을 거친 모든 예비역들이 경험한 탓에 육군에 대한 불신의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비단 개인장비 뿐 아니라 제도, 교육, 훈련, 인사를 비롯한 모든 지휘에 대한 불신)
  • ■ 총대를 누가 멜 것인가?

    위와 같은 상황에서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은 왜 개인전투체계의 발전에 손을 댄 것일까? 그리고 지금까지 왜 변화가 없던 것일까? 두 번째 의문에 먼저 답을 하자면 그동안 총대 멜 지휘관이 없었다. 간혹 총대를 메고자 했던 지휘관들은 임기의 벽을 넘지 못하거나 진급에서 낙마하는 등의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 부담 충만한 총대를 메게 되었다. 육군의 최고 지휘관이 직접 나서서 육군 개혁의 선봉이 서게 된 것이다. 그러니 당연하게 육군본부는 바빠지게 되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현황보고와 회의 그리고 전 세계 선진군대의 전투체계에 대한 분석과 보고가 이어진다고 한다. 

    전시 아닌 전시상황이 되버린 육군본부는 지난 세미나 이후 빗발치는 육군 예하의 각부대로부터 들어오는 관련 문의가 그러한 상황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 워리어 플랫폼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가 들은 바로는 군의 전투력 발전에 대해 고심하다가 이스라엘을 비롯한 주요 우방국의 선진전투체계를 직접 체험하고 돌아와 우리 육군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며 문제점을 찾아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침 특전여단장과 보병사단장을 엮임하며 같은 고민을 했던 군수참모부장(성일 소장/육사43기)이 새로 부임하면서 워리어 플랫폼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 ■ 짧은 임기와 내부의 갈등

    지휘관의 임기는 그리 길지 않다. 특히나 장성급 보직의 임기는 1~2년 안팎인 탓에 무엇인가 정책적으로 이루기에는 충분하지 못한 기간이다. 그러다보니 지휘관이 교체될 때마다 예하 부대원들은 새로운 지휘관의 지휘방침에 따라야 하다 보니 전임 지휘관이 아무리 좋은 정책을 시행했어도 다음 지휘관이 오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대표적인 사례로 특전사의 지휘관 교체때마다 정책의 변화의 문제점이 군내부와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특전사의 지휘관이 교체 될때마다 일관성없는 전투장비와 전투관련 전술의 급격한 변화가 지금의 분위기를 만든것으로 보인다. 특전사의 사례처럼, 육군참모총장이 아무리 의지를 가지고 추진한다 하더라도 짧은 임기 탓에 중간 지휘부의 움직임이 미온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내부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1/3은 적극동참, 1/3은 어차피 참모총장 교체되면 안하겠지만 일단 지금은 하는 척이라도, 1/3은 저러다 말겠지"라고 생각 하는 상황이라고들 한다. 그렇다고 해서 동참하지 않는 그들을 비난할 수도 없는 것이 그동안 수없이도 그런 상황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 ■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육군에서 추진하는 워리어 플랫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우선 정치권의 이해와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치권이 나서려면 여론과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우리군의 전투체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지만 정작 군의 개혁 의지나 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왜 지금까지 그렇게 부정적이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 남성인구 중 다수를 차지하는 예비역들은 군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많은 예비역들이 군을 불신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군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만든 건 바로 군 스스로이다. 그런 상황에서 군이 무엇인가 한다고 했을 때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해봐야 한다. 

    필자의 경우 특전사에서 7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군생활과 군생활 이후의 시간 속에서 우리 군을 신뢰할 수는 있지만 지휘부는 신뢰할 수 없었다. 신뢰하려고 해도 실망의 연속이었다. 신뢰할 수 있는 지휘관이 나타나도 그때뿐이었고 지휘관이 교체되면 모든 것이 무너졌다. 이런 경험은 필자 뿐 아니라 수많은 현역과 예비역들이 겪었고 지금도 계속 반복되고 있는 불행한 현실이다. 

    지금의 육군은 어렵게 개혁의 기회를 맞이했다. 지금의 육군 지휘부는 신뢰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의 임기가 개혁을 완성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육군 지휘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최대한의 개혁을 이끌어내고 후임 육군참모총장 또한 그 개혁을 이어가야만 한다. 

    육군에서 준비중인 워리어 플랫폼은 현재 진행형으로 체계가 완벽하지는 않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육군이 기존의 틀을 과감히 수정하고 발전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를 준비 중인것에 점수를 주고 싶고 지지하고 싶다. 

    이제껏 육군에서 볼 수 없었던 본격적 개혁으로, 육군은 현재의 문제점에 대해서 처음으로 스스로 반성하며, 개선을 위해서 아래서부터 위까지 모든 부분에서 다양하고 여러가지 의견을 수용하여 개혁을 하고자 준비중이다. 

    다음 주 국회 내 의원회관에서 개최되는 워리어 플랫폼 관련한 “軍 전투피복 착용체계 정립 및 첨단기술 적용 방안 세미나”(3월12~13일) 또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육군의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 필자가 자주 언급하지만 국가안보의 최선봉은 군이다. 그중에서 육군은 군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한 육군이 지금까지의 과오를 스스로 비판하고 분골쇄신의 자세로 개혁에 임하고 있으며 육군본부의 실무자들은 군 생활을 걸고 개혁에 뛰어 들었다. 이번만큼은 무엇인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고 있다. 그렇기에 이런 희망이 절망이 되지 않도록 모두가 육군의 개혁에 힘을 실어 주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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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부컬럼 접수 : 오세진 기자 sejin@newdaily.co.kr


  • 정진만

    특전사 예비역 상사

    아세아항공보안연구소·아세아항공보안교육원 교수

    한국재난정보학회 부설 재난기술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