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비협조로 임종석 출석 등 긴급현안질의 무산… 여야 극한 대치 이어가며 상임위 전면 파행
  • ▲ 북한 김영철 방한을 둘러싸고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불러 긴급현안질의를 해야 한다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이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23일 운영위회의장에서 서로 삿대질을 하며 얼굴을 붉히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북한 김영철 방한을 둘러싸고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불러 긴급현안질의를 해야 한다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이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23일 운영위회의장에서 서로 삿대질을 하며 얼굴을 붉히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천안함 폭침만행의 주범인 북한 김영철의 방한으로 인한 여야의 전면 대치로 국회가 마비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집권여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상임위에 불참하거나 퇴장하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김영철 정국'으로 급랭한 국면 속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민주당 간사가 자기 할 말만 하더니, 김영철의 죄상을 나열하는 야당 간사들의 의사진행발언은 듣지 않고 나가버리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국회는 23일 운영위·법사위 등 김영철 방한 사태와 관련한 상임위를 열어 청와대·정부 등의 책임있는 당국자를 상대로 긴급현안질의를 시도했다.

    주요 매체 1면을 장식하고 포털사이트에서 계속해서 실시간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등 김영철 방한에 따른 국민적 논란이 큰 만큼, 대의기관이자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궁금증을 풀어주자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에 응하지 않고 이에 따라 청와대와 정부의 당국자들도 간사 간의 협의가 없다는 점을 들어 상임위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긴급현안질의는 무산되고 말았다.

    운영위는 오전 10시에 개의했다가 20분 만에 정회한데 이어, 오후 4시 무렵에도 두 차례 속개를 시도하고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출석을 촉구했으나 끝내 불발됐다.

    국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천안함·연평도 도발의 주범이 우리 땅을 밟는 것을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어떻게 해서 결정했는지 그 배경에 대해서 청와대를 관장하는 운영위가 긴급현안질의를 통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를 송두리째 무시하고 안하무인으로 보는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언제까지 국회는 부르지도 못하는 기관으로 남아야 하는가"라고 한탄했다.

    임종석 실장의 출석을 촉구하는 도중 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이 들어와 격렬히 항의하자 "국회 운영위원장을 협박하는 거냐. 때리라"고 맞서던 김성태 원내대표는 "우원식 원내대표의 자식이 해군으로 복무하면서 북한 김영철에 의해 폭침당해 수장됐다고 해도 이렇게 할 것인가"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법사위에서도 같은날 북한 김영철의 방한시 신병확보와 수사·기소의 문제를 둘러싸고 법무부장관을 불러 질의하려 했으나, 역시 민주당의 비협조로 무산됐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금태섭 의원은 이날 개의 직후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정부가 나서서 대한민국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상대측 대표단장에 대해서 긴급체포를 언급하면서 회의를 하는 게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하더니 "나는 퇴장한다"며 발언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금태섭 의원이 2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자신의 의사진행발언을 마친 뒤, 북한 김영철의 죄상과 신병확보·수사·기소 필요성을 나열하는 야당 간사들의 발언에 앞서 권성동 위원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급히 퇴장하고 있다. 뒷쪽으로 텅 빈 민주당 의석이 보인다. ⓒ뉴시스 사진DB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금태섭 의원이 2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자신의 의사진행발언을 마친 뒤, 북한 김영철의 죄상과 신병확보·수사·기소 필요성을 나열하는 야당 간사들의 발언에 앞서 권성동 위원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급히 퇴장하고 있다. 뒷쪽으로 텅 빈 민주당 의석이 보인다. ⓒ뉴시스 사진DB

    직후 한국당 간사인 김진태 의원,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의 의사진행발언이 예정돼 있었지만, 이를 듣지 않고 퇴장한 것이다.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당황해 "의사진행발언을 했으면 그에 대한 답변을 듣고가야 예의가 아닌가"라고 붙들었으나 묵묵무답이었다.

    이와 관련, 곧이은 야당 간사들의 의사진행발언에서 북한 김영철의 죄상이 낱낱이 언급될 것을 앉아서 듣고 있기 부담스러웠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금태섭 간사를 제외한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 일제히 불참했다.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자기들 할 이야기만 하고 나가는 게 상생과 타협이냐"며 "언제 대한민국이 넘어갈지 모르는데 민주당 의원들이 하나도 없다"고 개탄했다.

    이어 "김영철이 자기 책임 하에 죽인 사람만 50명이다. 천안함 46명, 연평도 포격 4명"이라며 "(김영철은) 연쇄살인범"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김영철을) 긴급체포해야 한다"며 "왔다갔다 하다가 북한에 가버리면 언제 신병을 확보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당 윤상직 의원은 "김영철이가 내려오면 사살하거나 긴급체포, 이런 것까지 원하는 것은 아니다"며 "(김영철이) 안 오면 된다"고 우리 정부의 자세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전세계인의 축제인 평창올림픽의 마지막 피날레를 어떻게 50명의 무고한 우리 국군용사와 시민을 죽인 그 사람이 마침표를 찍어야 하느냐"며 "피로 범벅이 된 대남공작에 평생을 보낸 김영철이가 와서 마침표를 찍어야 우리 국민이 원하는 평창동계올림픽의 피날레고 그게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성토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은 "김영철 단장의 방한은 바른미래당도 마찬가지로 단호히 거부하는 입장"이라며 "천안함 46용사의 혼이 살아있는 상황에서 그 폭침의 주범인 김영철 부위원장이 방한해서 대통령이 직접 환대한다니 남남갈등을 조장하겠다는 의도"라고 질타했다.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정회에 앞서 "김영철은 전범"이라며 "전범이니 당연히 체포하고 수사해서 재판정에 세워야 한다"고 못박았다.

    나아가 피감기관인 법무부를 향해 "법무부가 김영철이 대한민국을 방문했을 때 긴급체포해서 반드시 법정에 세워 천안함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책무가 있다"며 "법무부가 이를 두고본다면 직무유기이자 헌법과 법률 위반이고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