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위기의 한국당, 내부 결속 최우선 과제… 지지층·인재 확보 절실
  •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오른쪽) 김태흠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오른쪽) 김태흠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당대표 취임 8개월 동안 심은 것은 무엇인가. 6·13 지방 선거야말로 홍 대표가 심은 결과물들을 확인할 수 있는 날이다. 여야 모두 민심 앞에 거둬들인 알곡을 세야 할 날이 다가온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12일 부산을 시작으로 지역 민심 잡기에 돌입했다. 홍 대표는 14일 지방선거 예상 성적을 묻자 "6 플러스알파"라고 호언했다. 문재인 정부 앞에 쌓인 문제가 산적한 걸 보면 홍 대표의 말대로 이번 지방선거야말로 해볼 만한 싸움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의 상대는 여전히 40%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하며 고공 행진하는 집권 여당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홍준표가 필승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이뿐 아니다. 

    ●홍준표의 적들

    홍준표 대표가 풀어야할  최우선 과제는 내부 결속이다. 지난 7월 당대표 취임 이후 자유한국당은 한시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문제를 놓고 벌어진 갈등국면이 봉합되고 있다고 생각할 찰나, 내부 불만이 용암처럼 흘러나왔다. 

    홍 대표는 8개월 동안 소속 의원들을 적으로 돌려세웠다. 당 지도부인 김태흠 최고위원이 대표적인 인사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일찍이 홍준표 대표가 당헌·당규를 무시한다며 홍준표 사당화(私黨化)를 제기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당 대표 문제를 지적해왔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해 12월 홍 대표가 당헌·당규를 어기고 이른바 친홍계(친홍준표)로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꾸렸다고 비판했다. 

    당규는 '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의 협의를 거쳐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전략기획부총장 및 조직부총장을 당연직으로 하는 7인 이내의 조직강화특별위를 설치할 수 있다'고 명시했지만, 이 모두 무시됐다.

    올해 들어서는 류여해 전 최고위원 제명으로 인한 최고위원 재선출 문제로 갈등이 빚어졌다. 당헌은 '선출직 최고위원이 궐위 시에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전국위원회에서 최고위원을 선출한다'고 명시했지만, 홍 대표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최근에는 당 중진의원들도 홍준표 대표의 독단적인 당 운영에 불만을 품고 성명을 발표했다. 중진의원 7인은 홍 대표를 향해 "독선적이고 비호감"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현 정권의 실정으로 이반되는 민심을 담아내야 하는 상황에서 쓴소리와 바른 소리를 가리지 않고 경청해야 함에도 시종일관 원맨쇼하듯이 당을 이끌고 충정어린 비판을 인정하려 들지도 않는 독선적 태도로 어떻게 대체수권세력으로 인정받을 것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이들은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재개를 요청했지만, 홍 대표는 이마저도 거절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 내부에서는 홍 대표에 리더십에 머리를 가로젓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홍준표 대표가 지방선거 유세를 오지 않는 게 지역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는 속닥거림이 나왔다. 홍준표 대표가 당의 '트러블 메이커'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 

    본지가 홍준표 대표의 권역별 신년인사를 취재하러 갔을 때도 당원들은 한결같이 "홍준표 대표가 빨리 내부 갈등을 잠재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방선거가 코앞인데 내부 문제로 속 끓이는 게 답답하다는 당원들의 평가였다. 

    홍준표 대표는 그동안 당이 하나가 되지 못하는 원인을 외부로 돌렸다. 당 내부에서 대표를 흔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허나 현재 상황을 보면 홍 대표를 반대하는 일부 사람들의 ‘모함’정도로 치부하기엔 적이 너무 많다. 

    권력의 근처엔 늘 적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적이 많은 것이 권력자의 조건은 아니기에 이제 그의 정치력이 중요한 때다. 선거야말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홍준표 확장성은 어디까지

    홍준표 대표는 취임부터 이탈한 보수층 결집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는 자신의 공략 대상은 '아군'이라고 했다. 지난해 9월엔 "선입견을 가지고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설득할 시간이라면 우리 아군을 결집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흩어진 아군들을 찾기 위해 복당파에 문을 활짝 열고, 친이(친이명박)계 늘푸한국당 이재오 전 대표를 영입했다. 

    그런데 당 지지율은 홍준표 호가 출범하고 나서도 10%대를 고전하고 있다. 한국 갤럽이 발표한 2월 1주 정당 지지율을 보면 한국당 지지율은 12%였다. 탈영한 아군들은 도통 돌아올 줄을 모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홍준표의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당 지지율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홍준표 대표다"라고 평가했다. 

    홍 대표가 어떤 결정을 해도 따르는 10%의 지지자들만큼이나 무응답층의 변화도 확고부동하다. 

    당 관계자들은 홍 대표가 외연을 넓히려면 ‘소통을 해야 한다’ ‘꼰대 이미지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방통행식 소통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도층의 마음을 잡을 새로운 공략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특히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청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선 귀를 활짝 열어야 한다는 충고가 많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청년들을 만나 홍 대표가 ‘나는 곯는 배를 생수로 채우면서 자수성가했다. 내가 청년의 롤모델이다’라는 말을 듣고 “아연실색했다”고 했다. 

    그의 말이 전형적인 ‘꼰대’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문뜩 온라인에 떠돌아다니는 꼰대 테스트가 생각난다. ‘내가 한때 잘 나가던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내가 너만 했을 때란 얘기를 자주한다’

    정치인이 유권자의 마음을 끌어당기지 못한다면,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왕년에 잘 나갔던’이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 
  • ●홍준표호엔 어떤 인재가 타고 있나 

    결국은 홍 대표가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말해도 부끄럽지 않을 후보를 내는 게 관건이다. 

    한국당의 인재영입은 번번이 브레이크만 걸렸다. 

    서울 시장의 경우 홍정욱 전 의원을 영입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오세훈 전 서울 시장' 카드를 만지작 하고 있다. 

    부산 시장의 경우 '서병수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영입 후보군에 있던 장제국 동서대 총장이 불출마 선언을 하는 등 마땅한 인물이 나오지 않자 꼬리를 내렸다. 지난 12일 홍 대표는 자갈치 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서 시장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경남지사의 경우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이 거론됐지만 돌고 돌아 '윤한홍 의원'의 이름이 나온다. 

    인재 가뭄이 들다 보니 OB(올드보이)들까지 거론된다. 충남도지사에 자유한국당 소속 이인제 전 의원의 이름이 나왔을 때 "한국당의 인재가 없다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평가한 관계자도 있었다. 

    한국당 한 중진의원은 "경북 빼고 (승리할 곳이) 어디가 있겠느냐"며 당의 인재난을 인정했다. 

    당 안팎에선 여권에서 너도나도 출사표를 던지는 것과 비교해 한국당의 후보가 대략적인 윤곽도 잡혀있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으로서는 홍 대표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얼마나 국민들의 마음을 이끌 적합한 인재를 발굴하느냐가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가 선택한 인재에 대한 평가가 곧 홍 대표의 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