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만 ‘평화’이고, 트럼프는 ‘전쟁’인가
  • “그 어떤 정권도 잔인한 북한 독재자 만큼 자국민들을 완전히 그리고 잔인하게 억압하지 않았다...북한 정권의 타락상을 살펴봐야만 우리 동맹국들에 가해질 수 있는 핵 위협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

    근사한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에서 한 말이다. 북한 김정은 집단의 핵 위협은 미국의 안보뿐만 아니라 인류 보편의 윤리에 비추어서도 용납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국 안에서는 왜 이런 소리가 나질 않는가? 그 어느 대통령과 정당 대표가 탈북동포나 천안함-연평해전 유족들을 초치한 가운데 김정일-김정은 핵을 도덕적, 인권적 기준에서 지탄한 적이 있었나?

    그러기는 고사하고 이런 궤변들이 횡행했다. “북한이 핵을 개발했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북한 핵은 방어용이라는데 일리 있다” “북한 인권을 거론해서 전쟁이라도 하자는 것이냐?” “북한 인권법에 반대 한다” 어쩌고저쩌고. 가소롭고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보수정당도 마찬가지였다. 도무지 도덕적 분노랄 게 없었다. 그냥 앵앵 거린 것이지, 거기에 아무런 열정과 비통이 묻어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연설이 밝힌 ‘북한 핵 절대불용(不容)’의 대원칙을 일관되게 밀고나가야 한다. 미국 안의 단견(短見)적 타협론에 밀려선 안 된다. 한-미 공조에 엇박자를 놓는 한국정부에 구애받을 필요도 없다. 영국 챔벌린의 유화책민이 평화이고, 윈스턴 처칠의 원칙론은 전쟁인가? 챔벌린의 유화책이야말로 히틀러를 더 기승하게 만든 장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장한 입장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속수무책이 초래한 쓰레기를 사후적으로 처리하는 뒤치다꺼리일 뿐이다. 그런 오바마만 ‘평화’이고, 트럼프는 ‘전쟁’인가? 이건 공정하지 않다.

    필자는 트럼프의 모든 걸 다 좋게 보진 않는다. 그의 막말 버릇은 싫다. 백인 우월주의 경향도 싫다. 그러나 김정일에겐 “힘만이 답이다”라고 하는 것엔 “잘 보았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오늘의 국제정치에선 중국-러시아-김정일 등 ‘반(反)자유’ 진영과, 그 반대의 자유민주주의 진영이 첨예하게 겨루고 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 진영에 속하는 나라로 출발했다. 오늘의 현실에선 그러나, 자유민주에서 ‘자유’를 빼버리자는 세력이 득세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정계에선 트럼프의 국정연설은 고사하고 그 반만큼의 연설도 나오지 않고 있다. 영혼이 죽어있는 세상이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 2018/1/31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