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장' 된 평창올림픽에 국내는 물론 美에서도 부정적 메시지靑, 野에 원내대표 회동 제안 등 분위기 반전에 안간힘 쓰지만 일축당해
  • ▲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원내대표단과 오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원내대표단과 오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결정으로 일시 올랐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후 속절없는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급기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사상 첫 50%대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결과까지 나왔다.

    문재인정권이 '평화올림픽'을 내세웠지만 북한의 고압적인 태도가 이어지고, 현 정권이 이를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여론은 물론 주변국에서까지 '평양올림픽'이라는 비판적 여론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25일 '1월 4주차 주중동향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을 59.8%로 집계했다.

    한 주 만에 6.2%p가 폭락한 결과다. 〈리얼미터〉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50%대로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24일 〈데일리안〉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이와 비슷하다. 지난 3일 70.8%까지 치솟았던 지지율은 24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56.7%로 조사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50%대 지지율을 기록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별도의 보고나 논의는 없었다"며 "민심이니 겸허히 수용한다. 받아들이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당초 현 정권이 성공적인 개최를 자신했던 평창올림픽이 정치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생긴 결과로 보인다.
  • ▲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 추이. 지난 1월 1주 고점을 찍은 이후 내림세가 계속되고 있다. ⓒ리얼미터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 추이. 지난 1월 1주 고점을 찍은 이후 내림세가 계속되고 있다. ⓒ리얼미터 제공
    문재인정권은 지난해부터 평창올림픽의 평화적·성공적 개최를 명분으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애썼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말 미국〈NBC〉와의 인터뷰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북한 김정은은 이에 화답했다.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북남관계를 개선하는 뜻깊은 해로 남겨야 한다"며 "대표단을 현지에 파견할 용의가 있고, 양국이 만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때가 정확히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점을 찍은 1월 첫째 주의 일이다.

    그러나 이후 여론은 현 정권의 구상과는 달리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렀다. 남북고위급 회담을 비롯한 실무적인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각종 잡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 문제였다. 정권은 평화올림픽의 상징이라는 측면에서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밀어붙였고, 이 과정에서 이낙연 총리가 "아이스하키팀은 메달권이 아니다"라고 발언, 후에 사과하는 사건이 있었다. 

    결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남북 단일팀에 북한 선수 3명을 반드시 출전시키도록 결정했다. 이에 최대 4명의 우리나라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들이 올림픽에 출전하기 어렵게 됐다. 이와 관련 국가대표였던 이민지 선수는 SNS에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는 장문의 글을 쓰기도 했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을 비롯한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방남 역시 논란이 됐다. 북한은 당초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20일에 파견하기로 제의했지만, 전날 돌연 중단을 선언했다가 다음 날 입국했다. 연달아 일방적 통보를 하면서 변덕을 부린 것이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기 바빴다.

    현송월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우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다. 서울과 강릉에서 북한 예술단이 두 차례 공연하게 된 것에 더불어민주당은 환영했지만 자유한국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에서 대좌급인 현송월에 (대령에 준하는 계급) 국빈급 대접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우리나라 당국은 현송월의 방남에 경비인력만 총 1000여 명을 동원하는 등 극진히 대접했다. 기자들이 현송월에 방남일정이 연기된 이유를 질문하자 국정원 관계자가 나서 "불편해하신다. 자꾸 질문하지 마라"라며 제지하기도 했다.

    북한 점검단이 공연장 후보지인 황영조체육관에서는 둘러보고는 "실망스럽다"고 했고, 우리 관계자가 "미리 연락을 주셨으면 5만석 규모로 만들 수 있었는데 갑자기 연락을 주시는 바람에 새로 만들 시간이 없었다"고 답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경찰이 (현송월에 대해) 서울역에서 강릉역까지 철통 경호에 신호조정에 청와대 경호실까지 나서 경호를 한다고 한다"며 "평양올림픽을 확인이라도 하듯 지극정성을 다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정부가 북한에 대해 몸을 낮추는 기류가 계속되자 주변국도 불안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이 메시지를 내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전날(한국시각) "김정은이 평창올림픽의 메시지를 납치하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 올림픽이 자칫 북한의 선전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에 경계심을 드러낸 발언이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또한 "우리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며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면서 동시에 성공적 대화라는 환상을 만들어 현상 유지를 하려는 북한의 술책에 속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어 "북한 정권이 세계에 얼마나 중대한 위협인지에 대해 모두가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다보스 포럼에 참석,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적 노력을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어느덧 평창 올림픽에서 스포츠 정신 등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볼 수 없게 된 모양새다.

    특히 북한과의 대화를 부르짖는 진보와 이를 경계하는 보수, 양 진영의 아우성은 평창올림픽이 가까워질수록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평창올림픽에 대한 여론이 나쁜 현 상황에 대한 현 정권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이 때문인지 청와대는 정국을 반전하기 위해 다각도로 애쓰고 있다.

    지난 21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지난 23일 박수현 대변인이 각각 한 차례의 입장문을 낸 데 이어 전날에는 야당 원내대표와 대화 카드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림픽이라는 대사가 목전에 다가왔고, 스포츠를 통한 하나됨과 평화를 향한 염원은 여야가 다르지 않을 것이니 여야를 뛰어넘는 초당적 협력을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여야 원내대표 초청 회동 추진 등 국회와 협력하기 위한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 원내대표 회동이 순조롭게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현 정권이 최근까지도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야권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면서 여야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의) 원내대표 회동 (제안)은 국민에게 '보여주기' 쇼밖에 되지 않는다"며 "국면 전환을 위한 원내대표 회동은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기사 본문 중 리얼미터 조사는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9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며 전체 응답률은 6.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였다. 데일리안 여론조사는 23일 1일간 전국 19세 성인남녀 1015명 대상으로 무선 100% RDD 자동응답 방식의 조사했으며 전체 응답률은 3.8%,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3.1%p였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