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우리 연극계가 당면한 과제는 치유와 개혁이다. 국립극단도 예외는 아니다. 큰 테두리 안에서 나름대로의 성찰과 개혁이 필요하다. 그것이 새 예술감독인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성열(56) 국립극단 신임 예술감독은 24일 서울 서계동 소극장 판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입장으로 2명의 전임 예술감독들이 거치는 동안 있었던 좋은 점들은 적극적으로 계승하면서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고칠 것은 고치겠다"고 강조했다.

    "1대 예술감독은 신화와 역사 속에서, 2대 예술감독은 한민족디아스포라전과 근현대희곡의 재발견을 통해 한국 연극의 정체성을 찾고 강화하고자 했다. 그러한 노력은 이어받으려고 한다. 다만 저는 신화나 근대가 아닌 동시대성, 현대에서 한국 연극의 정체성을 찾겠다." 

    연극 '여행', '과부들', '에어콘 없는 방' 등을 연출한 이성열은 2017년 11월 10일 자로 국립극단 신임 예술감독에 선임됐다. 그는 2007년 김상열 연극상, 2013년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했으며, 산울림 소극장 극장장과 극단 백수광부 대표, 서울연극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 예술감독은 이날 올해 주요 공연일정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 창작 신작에 중점을 두고, 지난 몇 년간 한국 연극계와 소통이 부족했는데 현장 간담회를 확대해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며 국립극단이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했다.

    아울러 국립극단이 운영하는 3개 공연장인 명동예술극장·백성희장민호극장·소극장 판을 특성화하고, 판 예술감독 선임과 드라마터크실 운영, 희곡을 연간 수시로 접수해 검토하는 '빨간우체통' 제도 도입, 시즌단원제 개편 등이 이뤄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 명동예술극장은 중장년층이 안심하고 와서 볼 수 있는 높은 완성도의 레퍼토리 중심의 세계 명작을 선보인다. 백성희장민호극장은 작가 중심의 창작극, 소극장 판은 연출 중심의 실험극을 무대에 올린다. 특히, 소극장 판은 윤한솔 연출(극단 그린피그 대표)이 예술감독을 맡아 판의 프로그램을 전담한다.

    현재 국립극단은 드라마터그실이 없다. 해외의 유명 극장들은 학술, 출판, 작품개발, 번역, 자료 정리, 해외 극 소개 등을 총괄하는 드라마터그실이 있다. 이에 국립극단은 작품개발실장(드라마투르그)을 상근직으로 두고 이 분야를 단독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2015년부터 시행한 기존의 시즌단원제는 30세에서 50세 사이의 20명으로 운영, 근로 조건상 2년 이상 계약할 수 없어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는 형태였다. 이번 개편을 통해 나이를 45세 이하로 줄이고 2년의 활동 기간을 보장하게 됐다.

    이 예술감독은 "나이 제한이 내려오면서 상대적으로 30대들이 많아져 시즌 단원이 좀 더 젊어졌다"며 "개인적으로 시즌단원제가 있어서 작품의 안정성, 앙상블, 극단 집단의 균형적인 안정감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형 연출은 2013년 가을 부녀인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연극 '개구리'를 국립극단에서 선보였으며, 공연 이후 정부의 각종 연극 지원사업에서 배제됐다. 블랙리스트의 피해자였던 이 감독은 극단 활동할 때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국립극단은 '개구리' 사태에서 보듯 때로는 상처받고, 때로는 자기검열의 모순에 빠졌다. 저는 그것을 치유하고 새로 밭을 일궈야 하는 입장이다. 촛불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격변의 시대를 맞이했다. 후대 사가들은 현재를 1987년 못지 않은 분기점으로 기록할 것이다. 국립극단도 시대에 발맞춰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사진=국립극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