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한 사람으로서 비판… 당 위한 일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
  •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사진)는 24일 오전 평화방송라디오에 출연해,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을 향해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사진)는 24일 오전 평화방송라디오에 출연해,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을 향해 "선을 넘지 말라"고 재차 경고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통합 이후 이른바 '역할분담'에 따라 서울시장 출마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을 향해 연일 경고성 견제구를 날리며 몸을 풀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24일 평화방송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놓고 공방을 주고받았던 박원순 시장을 향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며 "넘지 않았으면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직을 '양보'하고 '양보'받았던 안철수 대표와 박원순 시장은 최근 서울시 재난기금 예산 150억 원이 소요된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놓고 연일 난타전을 주고받는 중이다.

    안철수 대표가 지난 19일 "서울시가 100억 포퓰리즘을 150억으로 키웠다"며 "150억 원을 먼지처럼 날려버린 경위를 밝히라"고 먼저 포문을 열자, 박원순 시장은 "정치가 이렇게 사람을 바꿔놓는가 절망감이 든다"며 "다른 편의 일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새정치와는 너무도 멀다"고 맞받아쳤다.

    그간 전개된 공방에 관해 안철수 대표는 이날 "미세먼지 대책에 아무런 효과가 없는데 예산을 쓰는 것에 정책적인 비판을 했는데, 섭섭하다고 하니 이해가 가지 않더라"고 조소했다.

    그러면서 "곧 서울시장 민주당 당내 경선이 있지 않나"라며 "가장 표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친문(친문재인) 세력이니, 아마 친문 세력 들으라고 한 이야기가 아닌가 이해를 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3~4월 중에는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민주당 당내 경선이 열린다. 황사철이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이 때, 박원순 시장이 이런 식의 예산 낭비를 반복하면 경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민주당 우상호 전 원내대표도 전날 "3~4월이 제일 황사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라며 "그 때 되면 서울시장도 본격적인 경선을 하기 때문에 지금 미리 대책을 세워놓아야 할 것"이라고 압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당내 경선을 의식한 박원순 시장이 주로 친문 일색인 권리당원 표심을 잡기 위해, 친문 세력이 가장 싫어하는 안철수 대표를 비판함으로써 '러브콜'을 한 게 아니냐는 게 안철수 대표의 해석인 셈이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박원순 시장을 향한 자신의 비판을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책적인 비판"이라고 강조함에 따라,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중도통합을 단행하고나면 원내(院內)인 유승민 대표가 당을 맡고, 원외(院外) 신분인 안철수 대표는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민주당 후보가 박원순 시장으로 결정될 경우, 구도가 '양보받아 시정(市政)을 망친 자'를 '양보한 자'가 귀환해 '응징'한다는, 이른바 '왕의 귀환' 식으로 유리하게 짜여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국민의당 일각에서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권주자급이 되는 거물 정치인의 출마 등 운신에는 국민을 설득할 명분이 가장 중요하다"며 "박원순 시장의 3선 도전을 저지하기 위해 출마한다면, 시민들이 결자해지(結者解之)로 이해해줄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안철수 대표는 실제로 이날 서울시장 출마에 관한 질문을 받자 "지금 현재는 통합에 집중하고 있어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통합이 되면 여러 가지 활로들이 열릴 것이고, 어떤 일이라도 당을 위한 일이라면 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자신의 출마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민주당 우상호 전 원내대표 등 잠재적 후보군들이 "과거만큼의 파괴력이 없다"고 견제구를 던져오는 것과 관련해서는 "정치권에 와서보면, 잘하고 있으면 꼭 이렇게 반대편에서 반응이 거세지더라"며 "벌써 신경을 쓰는걸 보니까 내가 잘하고 있다는 표시가 아닌가 싶다"고 여유 있게 받아넘기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