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나라
  •   “(개헌) 자문위는 최종보고서에서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은 결론 내지 않았고, 대신 전문(前文)에 있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뺐다.” 조선닷컴 1월 10일자 기사다.

    우리 평생 ‘대한민국=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나라’라고 당연시해 온 게 결국은 일장춘몽이었나? 필자는 1980년대 중반 어느 날 관악구에 있는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강의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한 유인물을 우연히 발견했다. 들쳐본 필자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유인물은 자유주의 타도, 개량주의 타도를 외치고 있었다. 보통 사태가 아니라고 느꼈다. 학생운동이 마침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구현이나 그 테두리 안에서 ‘진보’를 추구하는 단계를 지나, 전체주의 극좌노선으로 내닫고 있음을 그 문건은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유주의 타도’는 군사권위주의 반대로만은 안 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세계시장 체제도 타도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개량주의 타도라는 것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존중하는 진보로는 안 되고 오직 극좌 전체주의 혁명이어야만 한다는 뜻이다.

    이 문건에 반영된 당시 학생운동의 트렌드를 목격하면서 필자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제헌헌법 정신의 장래에 짙은 먹구름이 낄 것이라는 것을 예감했다. 이런 트렌드의 20대 학생들이 향후 40대 50대가 되어 대한민국의 각계각층을 접수하면 이 나라는 저절로 ‘그런 그들의 체제’로 변질할 것임이 너무나 자명했기 때문이다. 당시 필자의 그런 예감은 오늘날 위 조선닷컴 기사대로라면 거의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 아닐지?

    필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존중하면서 추구하는 중도-진보 정책은 그것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를 떠나, 그야말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그 입장 자체는 헌법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정도를 넘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아예 배척하고 그 어떤 종류의 것이든 전체주의적 변혁으로 넘어가려는 것에는 단호히 반대한다. 이건 필자 개인의 양보할 수 없는 양심의 자유다. 많은 동시대인들깨서 같은 입장에 서계실 것이라 믿는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설마...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려 하고 있다면 과잉반응일까? 

    상당수 대중은 이 비상시국을 실감하지 못한 채 그냥 하루하루를 무심히 소비하고 있는 것 같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정말 어디로 가시나이까?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 2018/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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