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에 영향 없는 분" 파문 최소화 나서… 통합찬성파는 비중있게 인용

  •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손학규 고문이 지난해 3월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손학규 고문이 지난해 3월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국민의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의 이른바 '중도통합'에 분명하게 힘을 실었다.

    통합찬성파와 통합반대파는 서로가 손학규 고문이 자신의 편을 들어줄 것으로 그간 기대했다. 손학규 고문이 통합찬성으로 무게중심을 옮기자, 통합반대파는 당혹감 속에서도 "대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평가절하에 나섰다.

    손학규 고문은 8일자 조간에 보도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대표가 통합을 선언한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용기를 낸 것"이라며 "중도통합은 시대적 요구이기 때문에, (호남 중진의원) 일부가 이탈해도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에 힘을 가할 수밖에 없다"고 천명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21일 미국에서 조기 귀국한 이후, 안철수 대표와 박지원 전 대표, 유성엽 의원 등 통합찬성파와 반대파를 두루 접촉하며 당내 의견을 수렴하던 손학규 고문이 사실상 중도통합 쪽으로 정치적 결단을 내렸음을 시사한 것이다.

    손학규 고문은 통합반대파가 결성한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운동본부)와 관련해서는 "개혁신당을 만든다고 하는데 자칫 '호남 자민련'에 머물 수 있을 것"이라고 회의적으로 바라보며 "여론만 따라가는 것은 정치가 아니며, 필요할 때 앞장서 결정하고 국민을 끌고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안철수 대표를 향해서도 "정치는 기업의 CEO처럼 '내가 결정했으니 무조건 따르라'고 해서는 안 된다"며 "조금 더 양보하고 소통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전날 전남 여수에서 주승용 전 원내대표와 황주홍·최도자 의원이 시도한 '선 안철수 대표 퇴진, 후 통합전당대회' 중재안을 받아들이라는 의미로 분석된다.

    다만 안철수 대표가 선퇴진하면 통합이 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 이를 거부했던 것을 고려해, 확실하게 중도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정치적 보증의 측면에서 통합에 힘을 싣고 통합반대파에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손학규 고문의 입장이 나오자, 통합찬성파 장진영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신당에 대한 지지도가 가장 높은 곳이 호남"이라며 "손학규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하면 호남도 박수칠 것이라 말했다"고, 비중있게 인용하기도 했다.
  • ▲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조배숙 대표가 8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날 조간에 보도된 손학규 고문의 입장에 유감을 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조배숙 대표가 8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날 조간에 보도된 손학규 고문의 입장에 유감을 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반면 손학규 고문이 명백하게 중도통합에 찬성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드러내자, 그간 손 고문을 끌어당기기 위해 애썼던 통합반대파는 당혹감 속에서도 맹렬한 비난을 가했다.

    운동본부 조배숙 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손학규 고문의 말은 안철수 대표가 물러나고 원외인사를 대표로 앉혀 합당을 전제로 한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중재안과 묘하게 맞아떨어진다"며 "우연의 일치이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손학규 고문의 입장을 당대표를 노린 행보로 빗댄 조배숙 대표는 "보수야합을 전제로 한 당권 개편도, 보수야합이 지지층에서 인정을 받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손학규 고문도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냉소했다.

    지금까지 통합찬성파와 반대파 사이에서 전개된 접촉전이 무색하게, 새삼 "손학규 고문의 결정이 대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폄하하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전당대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이상돈 의원은 운동본부 전체회의에서 "그분의 결정이 어떻든 간에 대세에 영향을 줄 게 없다"며 "안타깝지만 그게 본인의 한계"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지난 2016년 총선 불출마와 지난해 대선 경선 출마 등 그간의 행보까지 싸잡아 거론하며 "그분이 과거에 걸어온 길을 보면, 중요할 때마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두더라"고까지 하기도 했다.

    운동본부 최경환 대변인도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비공개 회의에서) 몇 분이 추가로 (손학규 고문에 대해) 말하기는 했다"면서도 "크게 비중을 둬서 토론하지는 않았다"고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통합반대파의 이같은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손학규 고문이 중도통합 쪽으로 명백하게 무게중심을 옮긴 것은 양측의 세(勢) 대결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당장 손학규 고문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찬열 의원 등이 그간의 관망에서 벗어나 뭔가 움직임을 보이지 않겠느냐"며 "통합전당대회를 전제로 하는 중재파의 중재안이 힘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