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프로그램 출연해 "대화로 나올 것 예상해… 핵 무장력 완성 했다는 점에 강점"
  • ▲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북한 김정은에 대해 "강단있는 지도자"라며 "권력을 움켜쥐고, 핵 무장력이라고 하는 것을 완성했다고 하는 점에서 보면 하나의 강점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문 특보는 4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그렇게 비합리적이고 크레이지한 리더는 아니라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김정은이) 체제 안보라고 하는 것에 역점을 두면서 국제적 위상을 확대시키고, 그러면서 국내적 전통성을 함양시킨다고 하는 것은 거의 일관된 행태"라며 "김정은이 예측 가능하다고 본다"고 평했다.

    이어 "(북한 내부에서) 인민경제 향상을 요구하면 외부와 협력을 해야하는데 북한이 지금 제재와 압박의 국면에 있다"며 "유일하게 북한이 손을 벌릴 수 있는 것은 우리 남측밖에 없어, 북한이 '남쪽'에 대해 대화공세로 나올 것으로 예상을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남한에 대화를 제의했다. 김정은은 "남조선에서 머지 않아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는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라며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당국이 시급히 만날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연합 훈련을 평창 올림픽 이후로 연기할 것을 미국에 제안했고, 미국이 검토중"이라고 말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간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중단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문 특보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것이다. 문 특보는 지난해 9월 29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미 군사훈련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처럼 북한이 대화 용의를 보이자 문재인 정부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를 통해 전 부처에 지시를 내렸고, 같은 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9일 판문점에서의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의했다.

    문정인 특보는 이에 대해 "우선 중요한 것은 우리가 거의 한미연합군사연습과 훈련은 신성시해 와서 그건 누구도 터치할 수 없는 언터처블로 이해돼 왔는데, 한국이나 미국 측이 올림픽 성공을 위해서 (훈련을) 연기하거나 재조정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발전"이라며 "북한도 이에 대해 화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문 특보는 이 과정에서 한미군사훈련의 축소가능성도 언급했다. 문 특보는 "만일 4월에 장애인 올림픽까지 다 끝나서 5월 6월 사이에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할 수도 있겠지만, 8월에 을지훈련이 있다"며 "우리가 금년도 같은 경우에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1번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신년사를 한국과 미국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미국의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 김정은의) 신년사를 듣고 안심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명 연휴기간 샴페인을 너무 많이 마셔서일 것"이라고 했고,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역시 "북한에 대해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는 것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 초점"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문 특보는 "잘 추스려 나가야한다"면서도 "북한에 '서울을 통해 미국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인상만 심어주면 된다"고 반박했다.

    문 특보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는 기본적으로 미국과 북한 사이의 주요한 현안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남북관계가 좋아지고 우리가 미국과 긴밀히 공조해서 협력해 나간다면 북한이 우리를 통해 미국과 대화하고 협력할 가능성이 상당히 많아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3년도 6자회담이 시작할 당시에도 정세현 통일부 장관이 평양에 찾아가 북한 측을 상당히 설득한 사례가 있었고,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할 때도 김정일 위원장이 미국과 관계개선을 희망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을 통해 북미관계를 개선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조금 상상력을 갖고 외교를 하면 북미 간의 관계를 개선하면서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돌파구를 찾는데 상당히 큰 공헌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