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北평창참가 실현하라"…총력 지시

北 '통남봉미' 전략에 노골적 화색… 한반도 운전자는 김정은?

임재섭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1.02 16:11:27

 

문재인 대통령이 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정부가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북한과 대화를 위해 전 부처를 동원하는 '속도전'을 지시한 끝에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

지난 1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한 북한 김정은의 신년사가 나오자마자 전격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취임 직후부터 '한반도 운전자론'을 외친 문 대통령이지만, 정작 운전자는 김정은이 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지난 1일 북한의 신년사는) 평창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의 획기적인 계기로 만들자는 우리의 제의에 호응한 것으로 평가하며 환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통일부와 문체부는 남북 대화를 신속히 복원하고 북한 대표단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실현시킬 수 있도록 후속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달라"며 "외교부는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진 할 수 있도록 우방국·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서 청와대와 여권이 북한의 대화 메시지에 상당히 고무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은 그간 해온 우리 정부의 숱한 대화 제의에 도발로 응답해왔다. 북한은 6차 핵실험을 했으며 15차례의 탄도미사일 도발도 있었다. 이중에는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미사일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출입기자단과 함께 한 기자간담회에서 언급된 '레드라인'도 보란 듯 넘긴 행태다.

이처럼 강경한 모습을 보였던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그간 북한의 도발 위협이 최고조에 이를때마다 "한편으로는 대화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란 신호로도 볼 수 있다"며 기대감도 나타낸 적이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북한과 대화에 전력을 다했다. 지난 19일에는 미국〈NBC〉와 인터뷰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를 미국에 제안했으며, 미국이 검토 중"이라고 했다.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을 내년 4월 말로 미루기로 하면서까지 북한과 대화를 주장해온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의 입장 표명이 내심 반가운 대목이다.

그러나 북한 김정은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평창 올림픽에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수도 있다"고 했을 뿐, 대화를 위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사실상 '평창 올림픽의 안전한 개최'를 볼모로 삼은 협박에 가까운 대화 언급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북한은 이 과정에서 미국과도 힘으로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통남봉미' (남한과 대화하고 미국에는 문을 닫는다) 전략이다. 한미 동맹 강화를 기조로 하는 우리 정부로서는 받기 어려운 주장을 함께 적시한 것이다.

북한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남조선 당국은 북남관계의 문제를 외부에 들고 다니며 청탁하여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오히려 불순한 목적을 추구하는 외세에게 간섭할 구실을 주고 문제 해결의 복잡성만 조성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강변했다.

야당은 이같은 상황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김정은의 신년사에 대해 "남남갈등을 초래하고 한·미 갈등을 노린 것"이라며 "청와대의 환영 입장은 북한 책략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했다.

홍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DJ-노무현 정부에서의 햇볕정책 10년이 북핵 개발에 자금과 시간을 벌어줬다면 문재인 정부의 대북 대화 구걸정책은 북핵 완성의 시간을 벌어줬다"며 "우리는 올해 한반도 핵균형 정책을 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국무회의 지시에 각 부처는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오는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남북당국간 대화를 제의했다. 조 장관은 "북측과 사전교감은 없었고, 신년사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미국 등 관련국과도 긴밀히 협의를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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